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 19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송사 생방송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KBS 이지애 아나운서.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 19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당선이 확정적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송사 생방송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방송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지었다. 지난 19일, 지상파 3사의 18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은 둘의 싸움에서 하나로 포커스를 맞췄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로만 진행된 방송은 오후 9시 들어서 일제히 당선이 유력시되는 박근혜 후보에 집중했다.  

마치 예측 시스템의 경쟁을 보는 듯했다. 방송 3사는 자체 개발한 당선예측 시스템의 결과를 앞 다투어 발표했고, 오후 9시께부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확실'시했다. 20일 오전 5시 20분에 개표가 완료됐지만, 사실상 그때부터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선거는 '초박빙'으로 해석됐었다. 대선 최초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시행한 출구조사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0.1%,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48.9%로 오차범위 내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박근혜 후보가 51.6%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인 48.0%를 3.6%차로 앞서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판세는 상당히 일찍 판가름 났다. KBS는 자체 프로그램 디시전 K의 분석 결과에 따라, 개표율이 25%를 돌파한 오후 8시 40분께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SBS 역시 10분 뒤 '당선 유력'을 예상했다. MBC는 개표가 29.7% 진행된 비슷한 시간대에 <뉴스데스크>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52.8%로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KBS는 개표율이 35.6% 진행됐을 때, '유력'에서 '확실'로 변경했다. KBS는 박근혜 후보가 52.7%의 득표율로 1580만~1640만 표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방송사의 카메라는 일제히 박근혜 후보의 삼성동 자택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를 집중적으로 비췄다. 개표율이 70%를 넘어선 10시 40분께 박근혜 후보가 자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3사는 박 후보가 삼성동에서 여의도 당사까지 가는 과정을 뒤쫒으며 생중계했다.

 MBC가 지난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여의도 당사로 향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빠져 나가는 과정을 전하고 있다.

MBC가 지난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여의도 당사로 향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빠져 나가는 과정을 전하고 있다. ⓒ MBC


LTE 중계를 자랑했지만, 종종 끊기는 화면은 고르지 못했다. 박 후보가 탄 차량을 3사가 경쟁적으로 뒤쫓는 장면은 때로 차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광경을 연출했다. 오후 11시 15분 당사 2층 상황실로 올라가 주요 당직자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까지 약 20여 분간 계속된 차량 추적 장면은 긴장감보다 불안감을 자아냈다.

여의도 당사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한 박근혜 후보는 오후 11시 50분께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라며 "국민 행복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에 대한 방송 3사 기자회견에서는 "내년 2월이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하는데 어떤 대통령이 되시겠나?"라는 대통령 당선자에 준하는 질문이 주어지기도 했다.

이번 개표방송은 얼마나 빨리 당선자를 예측할 것인지에 맞춰진 반면, 양자대결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른 후보들의 득표율은 확인하기 어려웠고, 그 마저도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에는 박근혜 당선자를 위한 방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사는 개표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모두 '국민의 선택'을 강조했지만, 지난 개표방송의 카메라는 '방송의 선택'에 맞춰져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개표방송 대선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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