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 KBS


과연 <개그콘서트> 멤버들이었다. 18일 여의도 KBS 연구동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로 만난 개그맨들은 부담스러울 법한 자리 앞에서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이끌어냈다. 올해 '돼지' 콘셉트로 스타 반열에 오른 김준현은 앉은 자리에서 바나나 3개를 흡입하며 실천하는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줬고, 웃기지 않은 답변에는 선후배를 불문하고 서로 과감하게 뭇매를 날렸다.

개그의 세계는 냉정하고, 대세는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고뤠~?"로 뜬 김준현은 '네가지'의 뚱뚱한 남자로 연타에 성공했지만, 작년 '비대위'의 핵심이었던 김원효는 이슈에서 잠시 물러나 있는 상태. 이날 김원효 역시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질문이 없자 "밥 시켜놓고 그냥 왔는데 나한테는 하나도 궁금한 게 없나보다"고 토로했다. 함께 참석한 허경환 등의 동료 개그맨들은 "언제적 '비대위'냐"며 볼멘소리를 더했다.

그래, 나 뚱뚱하다! 개그맨 김준현

▲ 그래, 나 뚱뚱하다! 개그맨 김준현 ⓒ KBS


김준현으로 대세 이동 "돼지개그로 끝날 줄 알지?"

올 한해 <개콘>의 인기 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개그맨은 김준현이다. 지난해 김원효와 최효종 등이 풍자개그로 재미를 봤다면, 올해 대세는 김준현으로 넘어왔다. "공중파와 지면까지 올해 CF만 20개 가까이 찍었다"는 그의 활약상이 이를 증명했다. 

허경환에 의하면 오는 22일 있을 'KBS 연예대상'을 위해 트로피 놓을 자리를 치워놨다는 김준현은 "한해를 돌아보면 정신이 없었다"며 "아직도 이 생활에 적응이 안될 만큼 바빴다"고 정리했다. 유민상과 함께 비만을 활용한 개그의 쌍벽을 이뤘던 김준현은 "돼지개그의 끝을 본 게 아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살 빼고 다른 거 하면 되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신보라-정태호

▲ "우리가 바로!"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신보라-정태호 ⓒ KBS


'용감한 녀석들'과 '생활의 발견' 등을 통해 자리를 굳힌 신보라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좋은 선배님들과 좋은 코너를 만나서 개그우먼으로서 해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감사한 한해였다"는 신보라의 식상한 소회에 박성광과 김기열 등은 "기사거리가 하나도 없다" "그런 건 다이어리에나 쓰라"며 질타를 아끼지 않았다.

'용감한 녀석들'은 약 3주 전부터 힙합퍼에서 락커로 변신을 꾀했다. 이 같은 변화는 힙합 뮤지션 이센스의 개가수(개그맨+가수) 비난 발언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에 정태호는 "소재의 다양성을 가지기 위해 음악과 비주얼을 바꾸려고 했던 것이지 특정하게 누구 때문에 바꾼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코너에서 잠시 하차했던 박성광은 "올해 굴곡이 많아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음반도 내고 꿈꿔왔던 걸 해봐서 초창기 <개콘> 무대에 오른 것처럼 새로운 신인의 한해였다"고 답했다.

갸루상이므니다~ 개그맨 박성호

▲ 갸루상이므니다~ 개그맨 박성호 ⓒ KBS


김준호-박성호-김대희 노장 투혼, '개콘의 경쟁력'

김준호·박성호·김대희 등 맏형들에게도 경쟁은 예외가 아니다. 올해 김준호가 '감수성'과 '꺾기도'에 이어 '갑을컴퍼니'를 통해 종횡 무진했다면, 박성호는 '멘붕스쿨' 갸루상으로 자신의 개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았다. 반면 '어르신'에서 "소고기 사묵겠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김대희에 대해 박성호는 "소고기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은근히 비판했다.

서수민 PD는 "연예대상을 김준호 씨가 받았으면 좋겠다"며 "'<개콘>이 14년 이어지는 동안 김준호·박성호·김대희 등이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에 이렇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았나'라고 김준호 씨가 전해달라고 했다"며 <남자의 자격> 녹화로 불참한 그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예대상에 대해 "받으면 좋겠지만 난 82% 부족하다"며 "내년에 <개콘>에서 좋은 캐릭터와 연기로 많은 국민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드린다면 그때쯤 도전해보고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만약 올해 <개콘> 안에서 대상이 나온다면 나"라며 "전체 방송으로 보자면 준호가 다방면에서 잘 했지만, <개콘> 안에서만 평가를 한다면 내가 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를 이끌고 있는 서수민 CP

KBS 2TV <개그콘서트>를 이끌고 있는 서수민 CP ⓒ KBS


"헝그리정신 부족? 항상 그 자리에서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코너별 힘이 빠졌다는 지적도 <개콘>이 감내해야 할 평가다. 여기에는 '생활의 발견' '정여사' 등에 출연한 화려한 게스트가 개그맨보다 더 화제가 되는 아이러니한 문제도 있다. 서수민 CP는 "전 코너에서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게 아닌데, 시청률이 높은 코너에서 부각이 되다 보니 코너별 무게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는 것 같다"며 "잘 녹아들었다면 재밌었을 텐데, 재미의 포인트를 못 찾은 것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서수민 CP는 게스트 효과가 지나치게 부각돼 보도되는 것에 대해 "게스트 효과가 아니라 개그맨들이 잘 한 것"이라며 억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김대희 역시 "'<개콘>이 딜레마에 빠졌다' '헝그리정신이 없어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도 억울하더라"며 "내가 바라보는 <개콘> 멤버들은 한 그루의 나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콘> 멤버들은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내내 종이 한 장을 놓고 열심히 뭔가를 적었다. 재밌는 말이 나오면 적어뒀다가 개그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란다. 대세로 떠올랐건, 1년째 아이디어를 짜는 중이건 개그맨들은 매 순간 웃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S 연구동의 열기가 <개콘>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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