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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바비>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비되는 두 소녀의 삶

 영화 '바비' 스틸컷

영화 '바비' 스틸컷 ⓒ ㈜미로비젼


영화 <바비>는 두 소녀의 대조적 삶을 비추며 추악한 현실의 이면을 들추어낸다. 따뜻한 감성으로 접근할 것 같은 드라마는 사회 비판적 의식에 입각해 비극적 진실을 그려낸다.

영화 초반 더할 나위 없이 예쁜 미국 소녀 '바비'와 소녀 가장으로 민박집의 구질구질한 삶을 꾸려가는 순영(김새론 분), 두 소녀의 삶이 대조적으로 오가는 화면 편집부터 두 소녀의 처음 만남까지, 영화는 속도감을 낸다.

특히 극중 등장하는 바비 인형은 바비뿐만 아니라 욕심 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순자(김아론 분)에게도 만국 공통의 욕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인형을 너무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재력가 아빠를 가진 바비와 인형을 통해 자신을 꿈의 왕국 속 공주로 투영하는 순자의 현실의 차이는 극명하다.

바닷가에서 미국 소녀를 보고 신기해하며 마구 달려드는 아이들을 피해 유리로 된 가건물에서 아이들을 보는 미국 소녀와 순영의 대치는 안과 밖의 투명한 경계를 우연으로 가장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 바깥에서 순영은 아이들에게 새총을 쏘는데, 보호받지 못하는 야생에 홀로 남겨진 순영과 유리 온실에서 보호받는 소녀와는 시선은 교류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으로 차단되어 있어 닿을 수 없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바비가 상징하는 '미국적'인 것에 대한 비판

 영화 '바비' 스틸컷

영화 '바비' 스틸컷 ⓒ ㈜미로비젼


순영의 아버지 망우(조용석 분)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또 그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며 보살피는 욕심 많은 여동생 순자는 태생적으로 몸이 좋지 않다. 여기에 삼촌망택(이천희 분)은 짧은 호흡을 지닌 말투에 짧은 영어를 구사하는 인물로, 천박하고 성질 사나운 망나니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동생의 미국 예찬은 거의 허구적인 상상에 의거한다. 그 근거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허구인 동시에 또 비극이기도 하다. 6.25전쟁 이후 미군에게 "기브 미 쪼콜릿~!"을 외치던 어린아이들이 있었던 궁핍했던 시기가 시대의 간극을 넘어 그대로 이전된 듯한 느낌마저 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인 아버지 스티브(얼 잭슨 분)는 이들 가족을 비롯하여 한국 자체에 매우 혐오감을 갖고 있다. 이는 마치 영화 <괴물>에서 괴물을 만난 사람들을 병적으로 혐오하며 실험실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미국 군인들의 외양과 유사하다. 극단적인 순영의 동경과 스티브의 혐오는 현실 속 잘못된 편견에 대한 감독의 극단적인 혐오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상우 감독이 미국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가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오히려 '미국'으로 상징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 헛된 욕망과 잘못된 희망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연기의 배우들

 영화 '바비' 스틸컷

영화 '바비' 스틸컷 ⓒ ㈜미로비젼


순영을 연기한 김새론은 백지의 순수한 느낌을 그대로 연기합니다. 이는 영화 <아저씨> 등에서 보인 김새론의 연기 스타일에 가깝다. 오히려 더욱 돋보인 것은 그의 동생 김아론으로, 카페에서 입을 앙다물고 미국 소녀가 알아듣지 못하게 악담을 쏟으며 그것이 욕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식의 표정과 억양이 다른 연기는 '과연 저 나이에 소화할 수 있는 연기인가' 하는 탄복을 부를 정도다.

망우 역의 조용석은 진짜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보통의 배우다. 그가 보여주는 아버지상은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이다. 이는 자식들이 어떤 특정한 성공의 길로 향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는, 실은 잘못된 욕심을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 작은 울림을 준다. 그는 자식을 입양시켜 잘 살고자 하는 욕심 따위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 순자는 매우 영악하다. 순박한 아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쯤으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감독은 실상 순영이나 순자에 어른의 모습을 투영시켜 착한 언니와 야망에 부푼 그의 동생으로 대비시켜 보여주기도 한다.

따뜻한 정서 뒤의 냉소적 현실 인식

 영화 '바비' 스틸 컷

영화 '바비' 스틸 컷 ⓒ ㈜미로비젼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흐르는 음악이다. 상황은 너무 비극적이고, 여기에 비판적인 시선이 덧대어 지자만 그 위를 관통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모른다는 듯 진행되는 음악이다. 이 음악은 곧 '바비 인형'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세계를 정확하게 은유해 낸다.

순영이 동생에게 "죽으러 가는 것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 영화의 진실을 드러낸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시놉시스에 명시된 대로, 실제로 입양된 후 공허한 죽음을 당한 한국인의 실화가 바탕이 된 영화라고까지만 말해 두겠다.

또 하나, 상징적인 장면은 순영과 비슷한 인물로 생각됐던 미국 소녀가 비정한 아버지의 선택에 따르게 되는 부분이다. 이 역시 영화를 보면 드러날 것이지만, 우리가 우리와 관련된 상황에 대한 진정한 비판의 자세를 갖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예리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비 김아론 김새론 이천희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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