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영상의 결정적 장면을 살려내고 영상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음악을 살려낸다. 뛰어난 음악과 섬세한 영상편집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모든 이가 아는 진리건만 이를 실행에 옮긴 TV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드물다. 우리가 <무한도전>의 '깨알 같은' 센스를 사랑하는 이유기도 하다. <무한도전> 300회 특집 기념으로 '무도'의 '약 먹은 듯'한 선곡 센스를 느낄 수 있는 결정적 에피소드를 뽑아봤다. 

1. 시크릿 바캉스 (207회)

 <무한도전> '시크릿 바캉스' 편의 한 장면.

<무한도전> '시크릿 바캉스' 편의 한 장면. ⓒ MBC


무도의 선곡 센스가 본격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에피소드다. 유재석과 정준하가 벌금을 놓고 달리기를 할 때 '제트'(Jet)의 'Are You Gonna Be My Love'가 나오는 게 범상치 않다 싶더니 기차가 레일을 달리는 장면에선 '올 타임 로'(All Time Low)의 'Sick Little Games'가 흘러나온다. 이 짧지만 강렬한 한 방! 본인이 음악 좀 듣는다고 자처한다면 분명 익숙한 곡들에 몸이 움찔움찔 했을 것이다.

미디엄 템포에 선 굵은 피킹 때문인지 'Sick Little Games'를 라이프하우스(Lifehouse)의 'Take me Away'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노래다. 두 노래 모두 여행 갈 때 어울리는 노래긴 하다. 기차여행 앞둔 사람이라면 신속히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것!

2. 프로레슬링 특집 파이널 (215회)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의 한 장면.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의 한 장면. ⓒ MBC


공이 울리고 유재석과 정형돈이 링 위에 누워 그간의 고생을 서로 위로하는 순간, 벤 폴즈(Ben Folds)는 그들의 지친 어깨에 손을 얹으며 'Still Fighting It'을 들려준다. 어른이 되는 아픔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전하는 그의 노래와 무도 멤버들의 한층 성숙해진 모습은 가슴 한 곳을 묘하게 관통한다. 고난을 통해 어른이 된 건 사실 무도 멤버들뿐만이 아니다. 링 위에서 고생한 그들도, 그 고생을 지켜본 무도 팬들도 함께 어른이 된 시간, 그 뒤에 벤 폴즈가 있었다. 

3. 텔레파시 (221회)

 <무한도전> '텔레파시' 편의 한 장면.

<무한도전> '텔레파시' 편의 한 장면. ⓒ MBC


반드시 노래 검색 어플을 지참하고 지난 방송을 볼 것! 존 레전드, 더 킬러스, 프리템포, 모튼 하켓, 모카, 검정치마, 에피톤 프로젝트, 체리필터와 노리 플라이의 노래들이 장면마다 그득그득하다.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찾기도 힘들다. 그 중에서 가장 임팩트 강한 곡들을 고르자면 형돈, 명수, 길이 여의도 공원에서 서로 엇갈릴 때 나온 에피톤 프로젝트의 '오늘'과 해질 무렵 남산에서 명수, 재석과 하하, 준하, 홍철이 서로 엇갈릴 때 들렸던 '라세 린드흐'(Lasse Lindh)의 'We'를 꼽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든 저렇든 이 에피소드의 메인 테마곡은 '차우차우'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반복되어 나온 배경음악이다. "내 목소리를 들어줘" 라고 텔레파시를 보내는 무도 멤버들의 목소리와 델리스파이스가 노래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최고의 싱크로율과 함께 몽환적 애틋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혼자 가을하늘 보면서 청승맞게 듣기 딱 좋은 곡들이다.

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특집 (236회)

 <무한도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특집' 중 한 장면.

<무한도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특집' 중 한 장면. ⓒ MBC


이 에피소드에선 아마 모두가 같은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유반장의 감동적인 리더십을 볼 수 있었던 스키점프대 정복! 가장 먼저 정상에 오른 그가 길(길성준)을 위해 아이젠을 내주고 처음부터 다시 점프대를 오르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가슴이 벅차다. 늦어도 좋으니 낙오자 없이 같이 가자는 유재석의 격려와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라는 이적의 다독임이 청춘들에게 이렇게 큰 울림을 줄지는 솔직히 생각 못했다. 그리고 이것이 '말하는 대로의' 복선이었다는 사실도.

5. 조정 프로젝트 (261회)

 <무한도전> '조정 프로젝트'편의 한 장면.

<무한도전> '조정 프로젝트'편의 한 장면. ⓒ MBC


무도 역사상 가장 가혹했던 장기 프로젝트였다. 5개월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 멤버들은 풀린 몸으로 서로 눈물만 흘렸다. 꼴찌로 통과했고 목표했던 기록도 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하는 다니엘 파우터(Daniel Powter)의 'Best of Me'가 배경음악으로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눈물과 땀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만한 노래가 있을까. 그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끝나든, 팬들은 그들이 쏟아 붓는 노력의 크기를 알기에 언제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봤어, 무도 정말 잘 했어"

========= <무한도전> 300회 특집기사 =========

1. ''300회' <무한도전> 그 도전이 곧 '대한민국 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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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3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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