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스틸.

<회사원> 스틸. ⓒ 영화사 심미안(주),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살인청부회사를 소재로 한 <회사원>은 어느 장르에도 완벽히 속하지 않는다.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다가 만다. 제목은 <회사원>인데 장르적 태도는 <프리랜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좋다. 암전인 상태에서 비가 내린다. 이어서 업무 처리 전의 형도(소지섭 분)와 라훈(김동준 분)이 보인다. 라훈에게 사회생활 선배로서 조언해주는 형도의 모습. 그런 조언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 아니었을까? 그러나 <회사원>은 첫 장면과 끝 장면(엄밀히 말해서 에필로그 신)만 좋았던 영화다. 영화를 처음-중간-끝으로 나눌 수 있다면, '중간'에 대해선 할 말이 좀 있는 영화다.

영화는 라훈이 총을 쏘아 대면서부터 좋았던 첫 인상을 망가뜨려 간다. 경찰을 죽이는 것에 대한 명분부터 부실함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택배 기사에 대해 가진 일반인의 불만을 과장되게 대사화한 것부터 문제였다. 그런 문제적 대사가 문제적 장면을 불러왔다.

어느 영화나 시나리오가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 모든 신은 하나의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데 쓰여야 하지만 <회사원>은 그렇지 못하다. '액션 느와르적 드라마' 라는 장르적 문법 내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새롭게 변주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겨서도 안 된다. 문자와 영상의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상에 비로소 문자에 없던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해질 때 영화가 되는데, 이 영화는 만화처럼 기발한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영상에 옮기려 한 것인지, 아니면 촬영했던 디테일을 받쳐주는 신들을 편집해서 그런건지(완성본의 신 전개 구조로 봐선 전자일 수 밖에 없다) 감을 잡기가 어렵다.

 <회사원> 스틸.

<회사원> 스틸. ⓒ 영화사 심미안(주),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액션은 좋다...하지만 다른 것들이 문제다

액션신 좋다. 배우들의 합과 좁은 장소에서의 어려운 촬영을 완벽하게 해냈다. 소지섭의 격투 연기가 등장할 때마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그러나 액션신이 끝나고 나면 왠지 허전하다. 어떤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의 진행과 액션신이 따로 노는 듯하다. 액션을 위한 액션에 가깝다는 거다.

그 원인은 액션신에 있지 않다. 극을 끌고 갈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가 없다는 데에 있다. 관객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느끼며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축이 딱히 없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결국, 처음 보는 킬러 회사의 규칙에 따라야 하고, 한국 회사의 여러 문제점을 상기하며 극에 재미를 느끼도록 애써야 한다. 소지섭의 팬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결국 소지섭이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공감할 사이도 없이 봐야 하는 거다.

왜 조직을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지, 보다 납득시키려면 무슨 이야기든 하나 잡고 이끌어 가든지, 호쾌한 유머라도 더해지든지, 보다 심플하게 완성했어야 했다. 끝까지 믿었던 액션도 시들해지고, 결국 가족을 이루려는 소지섭의 멜로 드라마인가 싶을 때쯤 영화는 멜로로서 관객에게 설득력을 줄 기회도 과감히 거부한다. 그리고는 이도 저도 아니다가 느와르적 페이소스로 맺으려 하는데 그전엔 마치 좀비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무리 킬러라 해도 사람인데, 인간성이 부여된(?) 회사원은 별로 없다. 그게 의도였다면 더는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또 한 가지인 '회사라는 조직의 비인간성'이 그렇게 표현된 것일 터. 그러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부족한 대사와 액션신들로 비인간성이 설명될 뿐이다. 괜찮은 에필로그만으로 모든 게 용서되진 않는다.

국내 3대 배급사에서 만든 영화라서 보기 쉽고 편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라 선택한 패착이 큰가 보다. 이 영화는 소지섭 팬들에게는 최고의 영화일지 모르나, 그 외의 관객에게는 적어도 상업 영화보다 예술 영화에 가깝다. 아니, 예술 영화도 요즘엔 이렇게 재미없지 않다. 결국 이 영화는 "조끼 예쁘네요"가 최고의 명대사인 컬트 영화로 남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난 이렇게 봤다-영화 '회사원'] 관련기사====

[난 이렇게 봤다①-'회사원']화려한 액션 뒤 서부영화의 밑간
[난 이렇게 봤다②-'회사원']소지섭 팬에겐 최고의 '상업영화'
[난 이렇게 봤다③-'회사원']이 영화가 컬트라 불리는 이유


회사원 소지섭 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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