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권은 영화 <명왕성>에서 만년 2등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욕을 지닌 조명호 역을 맡았다.

배우 김권은 영화 <명왕성>에서 만년 2등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욕을 지닌 조명호 역을 맡았다. ⓒ 이선필


앳돼 보이는 얼굴에 온갖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영화 <명왕성>에서 대입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조명호 역할은 그렇게 김권이 표현해냈다. 만년 2등,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김권은 환한 미소가 어울리는 '꽃미남'이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예 배우들의 출연작품이 대거 주목을 받는다는 점에서 김권 역시 그 흐름을 타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김권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 <명왕성>을 통해 이번 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신수원 감독이라면 영화 <단편>으로 지난 5월에 열린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아 '까날 플뤼상'을 수상했던 그 감독이다.

 영화 <명왕성>의 한 장면.

영화 <명왕성>의 한 장면. ⓒ SH필름


"부산은 자극제"...첫 주연 작에서 보인 김권의 집중력

배우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란 꿈의 무대와도 같은 곳이다. 특히 신예배우의 입장에서 그것도 첫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설레고 벅찬 일일만하다. 2011년 드라마 <나도, 꽃!>을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알리기 시작한 김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권은 "TV에서만 봐왔는데 작품을 통해 오니까 설렜고 지극이 됐다. 다음엔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영화제 첫 방문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2011년 MBC 드라마 <나도, 꽃!>을 통해 연기 데뷔를 한 김권에게서 신수원 감독이 뽑아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평소 성격이 좀 덜렁거리고 평온한데에 비해 그가 맡은 캐릭터는 매번 불안해하고 집요해야했다. 그만큼 실제 성격과 거리가 있었던 것.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제가 부족한 부분들이 막 보이더라고요. 여름에 찍은 작품이었는데 동복을 입고하느라 배우들이 고생했어요. 솔직히 작품에 등장하는 극적 장치가 현실적으로 크게 다가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폭탄도 그렇고요.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1등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제 안에서 무조건 1등이다, 성공해야 한다는 감정을 끌어내려고 했어요.

근데 실제로 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오히려 준(이다윗 분)의 모습에 가까워요. 그래서 어렵게 느껴졌지만 스스로는 명호도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좋은 가정환경이지만 돈을 주고 봉사활동 시간을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친구에요. 정공법이 아닌 편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친구라고 이해했죠."

이다윗과 성준, 그리고 김꽃비 등 영화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배우들 틈에서 김권은 자신의 캐릭터를 분명히 표현해야 했다. 이점에선 평소 김권이 아닌 배우 김권으로 철저히 분했던 거 같다. 신수원 감독은 작품에 함께 녹아드는 김권의 모습을 보고 "집중력이 좋은 배우인거 같다"며 칭찬을 했다는 후문.

"내 모습을 내가 더 많이 기대할 것 같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비판, 더 나아가 이 사회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담은 <명왕성>에서 김권은 신수원 감독과의 작업이 행운이었고 참으로 고마웠다며 촬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전 신인 배우고 많은 작품을 해보지 않았잖아요. 감독님에 따라 주입식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수원 감독님은 저와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디테일하게 짚어 주셨죠. 예를 들어 '얘는 여기서 어떻게 행동을 할까 이 부분이면 정서가 이렇게 따라오지 않나' 하시면서 손짓이나 눈빛 하나까지도 봐주셨죠."

개성 강한 신예 배우들 틈에서 김권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치열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배우 성준이나 이다윗이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내면이 깊은 캐릭터였다면 김권이 맡은 조명호는 마구 발산해야하는 인물. 

"영화의 말미에 갈수록 감정을 계속 끌어올린 거 같아요. 제가 곤경에 빠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명호는 자신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누가 이랬지? 어떻게 찾아내지?' 이런 생각을 했을 거라 느꼈어요.특히  마지막 장면은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 당일 나온 거였죠. 제 부분도 잘 나왔고요. 감사했어요(웃음)."

 배우 김권은 영화 <명왕성>에서 만년 2등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욕을 지닌 조명호 역을 맡았다.

배우 김권은 영화 <명왕성>에서 만년 2등이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욕을 지닌 조명호 역을 맡았다. ⓒ 이선필


여기서 비하인드 하나. 영화 속 조명호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유독 2대8 가르마의 헤어 스타일로 튀는 모습이다. 김권 스스로가 결정한 머리였단다. 영화 <리치 리치>의 주연 맥컬리 컬킨의 머리스타일을 보고 번뜩 생각이 났다고. 

"캐릭터를 맡을 때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이 있거든요. 미용실 가서 머리를 해가지고 갔는데 마침 감독님이 생각했던 머리라더라. 딱 맞은 거죠. 사실 안경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웃음)"

부산을 통해 짜릿한 경험을 했다지만 김권은 스스로 서투른 감이 많다며 앞으로의 모습을 자신이 더 많이 기대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분명 앞으로 더 보일 모습이 많기에 나올 수 있는 생각이었다.

"돈이면 다 된다며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도 하는 분도 계신 거 같아요. 이런 사회 구조에서 명문대를 가야한다는 생각도 강하잖아요. 성공한 인생은 거기에 있진 않겠죠. 중학교 동창 중엔 물론 그땐 공부를 잘 안했지만 지금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사업이 잘 돼 어머니 용돈도 드리며 착실하게 사는 친구가 있어요. 이런 사람이 진짜 성공 아닐까요."

김권이 지닌 성공에 대한 생각이었다. 부산 영화제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보일 그의 진면모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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