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베니스 영화제 <피에타> 황금사자상 수상 축하연에서 김기덕 감독 수상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지난 13일 베니스 영화제 <피에타> 황금사자상 수상 축하연에서 김기덕 감독 수상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 성하훈


"만일 김동호 위원장이 없었다면 내게 이런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해외 영화제에 갈 때마다 김동호 위원장님이 동행해주셨고, 내 영화를 지지해주셨다."

지난 9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 축하연에서 김기덕 감독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영화의 세계 진출을 도운 물심양면으로 도운 김동호 위원장에게 깊은 감사를 표현한 것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과 영화 외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고, 국내 감독들의 해외 영화제 수상도 많아졌다. 부산영화제의 성장이 곧 한국영화의 성장이었던 셈이다. 부산영화제에 대해 국내 많은 영화인들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다 이런 노력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통해 첫 작품 선보였던 이창동·김기덕 감독

세계적 감독으로 성장한 이창동 감독의 경우 1997년 2회 영화제를 통해 첫 작품 <초록 물고기>을 선보였고, 4회 영화제 때 공개한 <박하사탕>은 한국 영화로서 첫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후 <밀양>으로 배우 전도연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시>는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배우 문성근은 <초록물고기>로 부산을 찾았던 영화제 초창기에 대해 "부산영화제가 자리 잡도록 영화인들이 전폭적으로 힘을 모았던 때"라고 회상한다.

 첫 영화인 <초록물고기>로 2회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창동 감독과 배우 문성근

첫 영화인 <초록물고기>로 2회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창동 감독과 배우 문성근 ⓒ 부산국제영화제


김기덕 감독 역시 부산영화제가 배출한 대표적 스타감독이다. 2회 때 상영된 첫 작품 <악어> 이후 <나쁜 남자>·<수취인 불명>·<빈집>·<활> 등 제작한 영화의 상당수가 부산영화제를 통해 선보였고 <해안선>은 2002년 7회 영화제 개막작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천만 영화 <괴물>은 2004년 부산영화제 프로젝트 마켓인 'PPP(현 APM)'을 통해 투자자와 만날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은 첫 작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1회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후 3회 때 <강원도의 힘>으로 아시아영화진흥기구 상을 수상했고, 이후 존재감이 커지면서 해외 영화제의 잇따른 초청을 받고 있다.

안성기·문성근·강수연, 1회부터 도운 부산영화제의 대표 배우들

부산영화제가 감독들을 도왔다면, 배우들은 영화제 때마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영화제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몇몇 배우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부산영화제 기간 중 각종 행사에 참석해 빠짐없이 참석해 '부산의 배우'로 통한다. 대표적인 이들은 안성기·문성근·강수연. 이들은 1회 때부터 부산영화제에 아낌없는 지원과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안성기는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선정돼 중국 배우 탕웨이와 개막식을 이끈다. 올해 부산영화제 개폐막식을 통틀어 8번째 사회를 보는 것이다. 문성근 역시 몇 차례 마이크를 잡았다. 1회와 4회 때는 개막식 사회를, 6회와 7회 때는 폐막식 사회를 각각 맡아 안성기 씨 다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사회를 봤다. 강수연 역시 10회 때 배우 한석규와 개막식 사회를 맡았고, 15회 때는 안성기와 함께 폐막식을 진행했다.

현재 안성기는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문성근과 강수연은 집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안성기와 강수연은 예전에 김동호 위원장 이후 영화제를 이끌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김동호 위원장이 퇴임하던 2010년 1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함께 맡았던 배우 안성기, 강수연

김동호 위원장이 퇴임하던 2010년 1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를 함께 맡았던 배우 안성기, 강수연 ⓒ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위원장제로 갔다면 '강수연 위원장' 탄생했을 수도

이를 두고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안성기 씨의 경우 예전에 몇 번 그런 보도가 나온 적이 있는데, 본인이 고사해 더 이상 오해가 없게 하기 위해 이후 명확하게 정리한 면이 있다"며 "본인 스스로가 평생 배우로만 있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비중이 약해지는 역할을 주로 맡아야 하지만 안성기 씨는 이를 감수하고 있을 만큼 연기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하다"고 덧붙였다.

강수연 역시 김동호 위원장 퇴임을 앞두고 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좌파 공격이 있을 때 임권택 감독과 강수연 씨 등이 '부산이 무슨 좌파냐'며 '부산을 위해 기자회견이라도 하겠다'고 자청하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강수연 씨는 충분히 (집행위원장을 할) 역량이 되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강수연 씨 역시 위원장을 맡을 경우 연기를 그만둬야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 이용관 집행위원장 역시 단독으로 맡기 보다는 공동위원장제를 선호했던 면이 있어 영화제 측이 친분이 깊은 프로그래머를 통해 의사를 타진했지만, 단독 위원장 체제로 이어가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결국 '강수연 카드'는 접게 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김동호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제 보다는 이용관 위원장이 단독으로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만일 공동위원장 체제로 갔다면 강수연 씨가 위원장을 함께 맡았을 가능성이 컸다"고 덧붙였다.

문성근은 자칫 집행위원에서 제외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현 정권이 '영화계 좌파 청산 공세'를 벌이는 과정에서, 그 영향이 부산영화제까지 파급돼 그를 집행위원 명단에서 제외시키라는 압력을 받은 것. 그러나 부산영화제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투영시키는 것이 영화제인데 집행위원을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그만 두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BIFF 안성기 강수연 문성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