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중 한 장면 도승지 허균(좌)과 가짜왕을 연기한 천민 하선이 대화를 나누던 모습

▲ 광해 왕이 된 남자 중 한 장면 도승지 허균(좌)과 가짜왕을 연기한 천민 하선이 대화를 나누던 모습 ⓒ 리얼라이즈 픽쳐스


13일 개봉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예고편부터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지난 1980년에 연출한 <카게무샤>(그림자 무사)가 연상된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1592) 이전 1573년까지 일본전국시대를 이끌던 다케다 신겐의 일대기를 다뤘다.

카게무샤는 연출력,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연기력

일본 영화 <카게무샤>가 권력의 허상과 허상을 쫓는 일본무사들의 정체성을 표현했다면, 32년 뒤 추창민 감독이 연출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주연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살아난 영화라는 점 외에는 내세울게 별로 없어 보인다.

가령 이 영화는 야구로 치면 감독은 평범한데 반해 이승엽처럼 걸출한 스타플레이어의 한 방으로 수세로 몰리던 경기가 역전승으로 마무리 된 셈이다.

비정한 왕과 인간적인 왕의 차이가 돋보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내용을 살펴보면, 도승지 허균이 암살위협에 시달리는 광해군을 대신해 하선이라는 천민광대를 가짜왕으로 내세운다. 천민 하선, 아니 광해군은 이때부터 인간적인 군왕으로 신하와 백성들 앞에 나타난다.

가령 광해군과 하선의 차이란 왕궁의 미천한 존재인 기미나인 사월이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광해군은 "음식에 독이 들었다"며 수발을 하던 기미나인 사월이(심은경)에게 직접 음식을 먹어보라며 극한 분노를 표출하는 등 후궁의 자식으로 세자책봉과 왕위에 오른 인물 답게 의심이 많고, 정쟁 속에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반면 암살위협에 시달리던 광해군을 대신해 가짜왕으로 등장한 천민 하선은 도승지 허균과 수석내관 조내관(장광)의 도움을 받아 점차 조선의 왕으로 변모된다. 덧붙여 나인 사월이의 딱한 사정을 들어주는 등 점차 인간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뿐 아니라 명나라와 후금사이에서 실리외교를 추구하고, 대동법실시를 강행하는 등 광해군의 업적이 서서히 부각됐다.

영화, 베테랑 연기로 인기몰이 가능!

사월이 역을 맡은 심은경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기미나인 사월이를 맡은 심은경. 사월이는 이 영화에서 천민 하선과 광해군의 인간됨됨이를 구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 사월이 역을 맡은 심은경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기미나인 사월이를 맡은 심은경. 사월이는 이 영화에서 천민 하선과 광해군의 인간됨됨이를 구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 리얼라이즈 픽쳐스

광해군을 다룬 기존 드라마와 영화가 그의 폐륜과 폭정을 다뤘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색다른 변화가 돋보인다. 다름아닌 계몽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은 임진왜란 뒤에도 붕당정치와 부정부패로 얽룩진 조선을 길게 다루기 보다 광해군으로 변장한 천민 하선의 언행을 통해 세상을 꾸짖고 변화를 표출시켰다. 작가의 주장이 개입된 것이다.

이어령 전장관이 과거 이상문학상 심사평에서 언급했듯이 작가의 주장이 삽입된 형태는 '소설'이라고 할수 없다. 때문에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등장한 계몽적 표현이란 자칫 잘못하면 작가와 연출의 헛된 주장으로 머물뻔 했다.

그래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백미는 대사와 시대를 읽는 감독과 작가의 통찰력이 아니라 배우들의 명연기가 앞권일 수 밖에 없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만으로 허술한 스토리가 메꿔진 것이다.

그런 때문일까? 관객들은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은 배우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여기력에 울고 웃는 등 영화에 푹 빠져있는 듯했다. 개운치 못했던 한국사회의 갈증이 다소나마 해소된 듯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역사속 인물인 비운의 왕 광해군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마무리한 점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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