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라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건 한국영화 100년사에 큰 경사가 탄생됐건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김기덕 감독이 기존 작품 속에서 투박한 이야기 전개와 잔혹한 장면이 가미된 스타일을 일부 포기하고 세련된 스토리와 극적인 장면전환을 통하여 어필한 점이 흥미롭다. 영화관객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을 병행하며 제작됐다는 피에타(Pieta)는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비통에 빠진 모습이다. 현대에 이르러 자비 혹은 위로를 뜻하는 '피에(Pie)는 바로 옆에 '예수'라는 단어를 붙여 레퀴엠 진혼미사곡으로 자주 사용해왔다. 탈출 혹은 엑소더스(Exodus)의 의미를 지닌 파스카(Pascha)와 다른 뜻이다.

또한 '피에'와 '파스카'를 <입구와 출구>로 상정해 놓고 보면 같은 맥락에서 해석 될 수 있다. 요컨대 '피에타'는 파스카와 피에(Pie)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봐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덕분에 이를 우리 말로 바꾸면 '염'(念)과 '염'(殮)사이에 존재하는 어중간한 형태이다.

참고로 피에타 영화 스토리는 서울 마지막 재개발지역으로 남은 청계천 금속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채업을 하는 고리대금청부업자 이강도(이정진)와 그의 생모라고 주장하는 미선이라는 여인(조민수)사이에 얽힌 이야기이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자살자와 채무자에 대한 학대는 잔혹함을 넘어 너무 역겨워서 더는 못볼 지경이었다. 하지만 중반을 넘기면서 금속과 기름으로 범벅이 된 현대판 정글 청계천에서 육식만 하는 야수 이강도가 자신을 '강도 어미'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만난 뒤, 상황은 야수가 차츰 인간성을 획득해 간다.

어미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힐링'됐다고 해야 하나? 아울러 영화 속에 등장한 '감독이 주목한 계층간 양극화'라는 주제의식이 생각보다 잘 전달됐다고 본다. 내용중에는 지난 1990년대 영화 '레옹'과 '리빙 라스베가스' 일부 장면들이 연상되는 등 오마주 아닌 오마주가 눈에 띄면서 대중적으로 변신했다는 걸 느꼈다.

과거 김기덕은 현재와 달랐다

역대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은 잔혹함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과 찜찜한 사고를 갖게 만드는 장점(?)이 있었다. 그가 영화속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이란 영화관람객은 물론 대중과 심각할 정도로 동떨어졌으며 주제를 강조하고자 작위적인 장면을 삽입해 관객에게 혼란과 당혹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김 감독이 대중과 소통하고자 만든 영화 해안선(2002)처럼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억지로 사고를 치는 장면부터 죽은 친구를 위로하고자 창녀로 변신한 여학생의 모습을 그린 사마리아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인도의 바수밀다 스토리를 엮었다고 감독은 설명했다. 차라리 길가메쉬의 엔키두와 샴하트라를 말했더라면 이해라도 했을 법 싶다.

참고로 위 두 작품은 김기덕 감독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과 함께 세계유수의 영화제 혹은 대중과 소통하고자 제작된 웰메이드이다. 반대로 나머지는 김기덕이 꿈꾸던 세상이었다. 물론 대중적인 영화로 제작비를 벌어 자신의 작품을 구현하는 그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독립영화인임에는 틀림없다.

'피에타' 이후 김기덕 영화, 상승세 이어갈듯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 '피에타'를 본 직후 관객들의 호응은 의외로 높았다. 안 본 사람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흔해 빠진 조폭코미디시리즈로 추석과 연말연시를 보낼것이다. 하지만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 외에도 봉준호, 홍상수 감독 작품들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은 '김기덕'이라는 이름을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돌려놓을듯 싶다.

김감독이 받은 황금사자상은 둘 째 치고 그의 연출력이 이 전보다 많이 세련됐다. 최근작 '피에타'를 보면 스토리 전개가 직설화법과 작위적인 비판을 넘어 매타포(은유)를  적절히 사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작품은 대중과의 소통뿐 아니라, 놀라운 정도로 '노이트랄'(neutral, 중성)한 작품을 구현해냈다. '

피에타' 이후 김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은 조민수와 이정진이라는 김기덕의 페르소나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와 사회를 바라보는 담론이 통하는 시대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다수 영화감독들이 작품 몇 몇으로 그간 쌓아온 소재와 공력이 다 소진되고, 상업영화와 작품성에서 자기공간을 찾지 못한채 묻혀버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김기덕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유럽 외신에 따르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대상)을 수상한 김기덕은 영화전공자가 아닌 최초의 감독"이라는 소개가 눈에 띈다.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기대하며

김기덕 피에타 전환점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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