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제목에는 참 고맙게도 '초식남'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사실 전 풀보다 고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음악도 고기처럼 씹고 뜯고 쓰면서 듣지요. 음악은 중요한 단백질원이니까요! 당신이 원하는 음악칼럼이 있다고요? 따라오세요! 아마 멀리가진 못했을 겁니다. 후후! [편집자말]
 UV의 새 앨범 '아티스트'의 표지앨범

UV의 새 앨범 '아티스트'의 표지앨범 ⓒ 코엔


그 여자랑 살래요
[의미]

1. 엄마.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결혼할래요.
2. 이게 이제까지 키워놨더니 고작 한다는 게. 아이고! 여보! 

만성적인 실업과 비정규직의 확산에 따라 경제적으로 독립해 사회적 어른이 되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88만원 세대의 암울한 현실은 출산율 저하와 결혼 인구의 고령화라는 사회현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이런 눈물 나는 사회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만큼이나 큰 시련을 안겨주는 것은 단연 사랑이다. 20대 후반에 경제적 궁핍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키워가는 불안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집안의 과도한 간섭과 비난, 그리고 며느리에 대한 엄마의 격렬한 의심과 분노에 직면하기 마련인 것이다.

최근 발표된 UV의 신곡 '그 여자랑 살래요'는 이러한 부모의 핍박과 간섭 속에서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남자의 눈물겨운 투쟁을 표현한 노래다. UV는 이 노래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노는 년' 또는 '불여시'로 보는 부모로부터 혼인을 승낙받기 위한 화자의 간곡한 심정을 '쿵짝쿵짝' 80년대식 16비트 유로댄스에 담아냈다.

가사에는 "엄마도 기다려 왔겠지, 좋은 며느리를"처럼 엄마의 삐친 마음을 달래는 표현부터 "고졸은 사람도 아닌가, 중졸엄마!"로 엄마를 도발시키는 표현까지 상대방을 설득하는 거의 모든 공략법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 현란한 심리전은 최후의 발악인 "아 제발 좀요!" 라는 울며 떼쓰기 신공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가사에 넌지시 등장하는 여자의 심성이다. 장차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 무서워 남자친구 동네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는 화자의 하소연. 그리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 원 짜리 원룸에서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표현에서 엿보이는 두 남녀의 사전적 합의. 웃어른을 공경(무서워)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싸구려 단칸방도 좋다는 열정적인 여자라니. 솔직히 요즘 세상에 어디 흔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바, 이 여자는 분명 좋은 여자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승리의 징표가 끝끝내 가사에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엄마가 뭐라 해도 내 여자, 아빠가 뭐라 해도 내 여자"라는 최후의 방어선을 굳게 걸어 잠근 화자의 모습을 보니 조만간 갈비탕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뭐라고? 난 솔로라고? 그냥 남의 얘기 아니냐고? 물론 이것도 있는 놈들의 이야기이긴 하다. 취직을 해야 사표를 쓸 수 있는 것처럼. 흑흑...

말 나온 김에 있는 놈이 아니라 없는 놈인 화자 입장에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 노래, 대박날 거 같지? 안심하지 마라. 이제 곧 형돈이와 대준이가 온다. 이기는 편 우리 편!

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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