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자리한 텃밭. 가운데에 작물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도시에 자리한 텃밭. 가운데에 작물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 SBS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21>(72회)에는 '나는 도시농부다'라는 꼭지가 방영되었다. 농촌 마을이 아닌 서울에서 농사를 짓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도시생활 20년이 지나 집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마련한 김승찬 씨는 "밭에 자주 오는 편"이라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저희 가족들이 스스로 재배해서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했고, 김승찬 씨의 아내 유삼경 씨는 "텃밭 하면서 유기농으로 해먹는 즐거움도 있는데 이웃한테 나눠주는 즐거움이 더 많다, 그래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이들은 구에서 땅을 제공받고, 도시인들끼리 모여 농사 수업을 받으며 농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크지 않은 돈을 구청에 내면 주어지는 땅에 여러 종류의 쌈채소를 심을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서울 안에 아무것도 하지않는 국유지나 시유지가 많은데, 이런 텃밭으로 활용하는 건 국토활용도 하고 국민들의 건강에도 좋고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농사짓는 '도시농부'의 모습.

아이들과 농사짓는 '도시농부'의 모습. ⓒ SBS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집에서 한참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주말농장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를 걸어갈수 있는 '도시 텃밭'. 농사의 기쁨만이 아니라 또다른 장점이 있었다. '도시농부' 한원호 씨는 "이 밭을 해놓고부터는 이웃들과 자주 본다"며 "하루에도 한두번씩 텃밭에 와서 만나 집안 얘기도 하고 채소들도 같이 나누며 정겨운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이웃끼리 말도 잘 안하고, 강력 범죄들이 이웃 사람 간에 벌어져 말썽인데 이런 '도시 농사'로 인해 이웃끼리 정이 쌓이고 교류가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가족단위 혹은 중년층 이상의 '도시농부'들만 있는게 아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대학생과 청년층 '도시농부'들도 볼수있었다. 지상뿐 아니라 건물 옥상에 텃밭을 조성해 손수 모종을 심고 키운다고 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농부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농사라는 공통된 이야기 거리가 생겨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보은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소비적 주체가 아니라 생산적 주체로서의 경험을 하게 되고, 먹거리를 생산해보는 자립의 경험이 삶에 대한 자신감이 되어줄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물 옥상에 심겨진 채소들. 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

건물 옥상에 심겨진 채소들. 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 ⓒ SBS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한편 어린이들도 어린이집에서 농사를 체험하며 용기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펙 쌓기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락거리들로 넘치는 세상인데 왜 농사를 짓는지 묻자 한 대학생은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고, 내 스스로 키워서 먹는다. 돈을 추구하지 않는다. 솔직히 힘들지만 그런 데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몇몇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힘들여 재배한 작물을 이웃 어르신에게 나누기도 했다. 키워서 남주는 기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농사의 참된 의미임을 엿볼수 있었다.

7년 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도시농부학교는 이미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 텃밭'을 운영중이라고 한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도시농부'가 70만명이라고 하며 서울시는 올해를 '도시농업 원년'으로 선포했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국회에서 만든 관련법도 시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누구나 '도시농부'가 될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또한 이날 방송은 구성과 촬영, 편집 등이 완성도 있게 보여졌다. 그리고 '도시농부'들과 인터뷰하는 기자의 태도가 돋보였다. 인터뷰이의 말에 관심을 가져주고, 인터뷰이가 편하게 말할수 있게 대해준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기존의 '도시농부'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방송을 보고 '도시농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쉬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방송을 마무리하는 말이었다. '도시농업이 제대로 결실을 맺을지, 한때 유행으로 끝날지는 속단하기 이릅니다. 농사는 도시의 속도로는 감당할수 없을만큼 느린 꾸준하고 정직한 노동의 또다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꾸준하고 정직한 노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게된 것이 이날 방송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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