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2편

지난 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2편 ⓒ MBC


지난 1일에 방영한 MBC <무한도전-네가 가라 하와이> 2편은 25일 방영분이 예고한대로 2단계 미션에서 제일 먼저 탈락한 길의 역습이 있었다. 하지만 길 외에도 정형돈, 유재석 등 다른 멤버들의 다음 미션을 진출하기 위한 '희생양'을 만든 <무한도전>은 5단계 탈락자 소환 미션을 통해 엄청난 반전을 이끌어 낸다.

자신들의 하와이 행을 위해 길, 정형돈, 유재석을 줄줄이 탈락시켰던 나머지 네 명의 출연자.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한 미션이 탈락자들을 데리고 와야 가능한 미션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충격'에 빠진다. 탈락한 멤버를 여의도 T 호텔로 데려와야 하는데 선착순으로 먼저 도착한 두 팀만 다음 미션에 진출할 수 있다. 미처 탈락자와 팀을 이루지 못하거나, 맨 마지막에 도착한 팀은 탈락하게 된다. 앞서 탈락했던 두 명의 멤버가 부활하는 동시에 5단계까지 살아남았던 생존자 2명은 탈락하게 되는 반전 미션 구조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길, 정형돈, 유재석을 차례대로 내보냈던 멤버들은 졸지에 '귀하신 몸'이 되어버린 탈락자들에게 눈물겨운 충성 경쟁을 벌인다. 박명수와 정준하를 유재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노홍철은 윤정희의 거짓 소개팅까지 만들어서 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인다. 결과적으로 노홍철, 길. 그리고 하하, 정형돈 팀이 패자부활전 미션의 승자가 되었고, 유재석을 사이에 두고 홍대에서 옥신각신 다투던 정준하와 박명수는 길과 정형돈에게 하와이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내주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하와이행 미션에 도전하게 된 길, 정형돈이 하하, 노홍철과 함께 무사히 하와이로 함께 떠나기 위한 다음 미션은 겹치지 않게 4개의 호텔방에 각각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사전 계획 없이 자신의 어설픈 직감을 믿고 다른 멤버가 들어가지 않을 호텔방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배신과 음모를 서슴지 않고 벌이는 <무한도전> 특유의 '무한 이기주의'는 기승을 부린다. 결국은 사기 본능을 앞세운 노홍철이 나홀로 하와이 행에 성공을 거두는가 싶더니, 다음 주에는 하와이행 티켓 사수를 위해 남은 6명의 멤버들과 맞서 싸우는 노홍철의 고군분투기가 예정되어 있다.

애시 당초 '네가 가라 하와이' 특집을 통해 <무한도전>이 의도하는 바는 누가 멤버들을 제치고 하와이행 티켓을 거머쥐는 결과가 아니다. 하와이를 가기 위해 남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자신만 살아남으면 그만인 멤버들을 통해 '무한 이기주의' 혹은 '승자 독식 주의'를 여실히 꼬집는다.

지난 주 길의 탈락을 통해 집단 따돌림의 모습과 비슷하여 보기 불편했다는 오해를 샀다는 1편과는 달리, 탈락자의 회생이 돋보이던 2편은 반대로 '왕따의 역습'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지난 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네가 가라 하와이> 2편

지난 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네가 가라 하와이> 2편 ⓒ MBC


패자부활전이 진행되기 전까지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기라도 살아남기 위해 눈빛교환, 교묘한 작전 등을 통해 길, 정형돈과 유재석을 차례대로 배제시킨다. 특히나 4단계 만두 미션이 실패로 돌아가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순간이 올 때, 유재석 앞에서 대놓고 "유재석은 함께 여행가면 부담"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멤버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어찌되었던 지금 당장 하와이에 그만 이라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누구 하나 탈락시키기는 데만 급급했던 멤버들은 자신의 손으로 탈락했던 멤버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미션을 전달받는 순간, 대놓고 탈락자를 내보내기 바빴던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기 이른다.

<무한도전>이야 미션의 미션을 위한 설정이기 때문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 뚝 떼고 탈락자를 데리고 오기 위해 갖은 아양과 술수를 부리고 그들에 의해 탈락한 멤버도 다시 하와이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이 내미는 흑심을 덥석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예능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동안 자신들이 벌인 '왕따', '집단 따돌림' 이 들통 나 곤욕을 치르게 된 가해자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덮고 싶겠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주울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나라는 집단에 의해서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보다 그 피해자를 코너에 몰고 간 가해자들이 더 뻔뻔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집단 따돌림 해결 방식이라면, 그 괴롭힘에 피해를 본 학생을 보호해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 학교 현장에서는 되레 왕따를 당한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퇴출당한다.

최근 사회 이슈로 비화된 '티아라 사태'도 티아라 멤버들이 팀에서 방출된 화영을 따돌렸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화영이 퇴출당한 과정이 우리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왕따 피해자 처리 과정과 비슷하기에 발생한 씁쓸한 해프닝이다.

티아라 사태를 통해 집단 따돌림과 왕따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 탈락자들이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애타게 그들을 찾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고군분투는 집단 따돌림이 수면 위에 올라야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우리 사회의 왕따의 해결방식을 여실히 꼬집는다.

탈락자와 생존자가 뒤바뀌는 반전 미션을 통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 모색만이 최선임을 몸소 보여주는 <무한도전>. 승자 독식 주의와 무한 이기주의. 그리고 집단 따돌림에 골병들어가는 사회에 일침을 놓는 통쾌한 메시지가 한없이 반갑다.

무한도전 왕따 유재석 티아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