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피날레 공연을 하고 있다

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피날레 공연을 하고 있다 ⓒ 박영진


김연아(22·고려대)의 은반 위 복귀는 환상적이었다. 김연아는 지난 24~26일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했다. 지난 7월,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결정을 내린 김연아에게 이번 아이스쇼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했다.

23살 록산느의 탱고, 더욱 강렬하게 돌아왔다 

록산느의 탱고는 김연아에게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또, 시니어 첫 데뷔 쇼트프로그램으로 세계신기록에 이르게 한 음악이다. 2007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당시, 김연아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을 만큼 김연아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그런데 김연아는 마치 신이 내린 듯한 모습으로 쇼트프로그램은 무결점으로 연기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김연아의 연기 모습은 17살의 소녀라고 보기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록산느의 탱고의 백미인 '썩소 스파이럴'과 강렬한 음악에 맞춘 화려한 '스텝 시퀀스'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여기에 점프를 비롯한 모든 기술이 실수없이 깨끗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김연아는 다시 이 연기를 선보였다. 선수 생활의 종착지였던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다시 한 번 도전을 선언하고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이번 아이스쇼는 김연아의 복귀를 알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김연아는 더운 여름 동안 록산느의 탱고를 준비했다. 그리고 23살 여인의 탱고는 3만여 관중을 사로잡았다. 17살의 탱고는 순수함이 묻어났다면, 23살의 탱고는 성숙하고 도발적인 매력으로 '흑장미'를 연상하게 하는 탱고였다. 김연아는 더욱 강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녹슬지 않은 기량, '김연아'라 가능했다

 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고 있다

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고 있다 ⓒ 박영진


김연아가 이번 아이스쇼에서 보여 준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특히 점프를 비롯한 모든 기술이 전성기에 못지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김연아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러츠' 점프다. '트리플러츠'는 고난도 점프로 분류되어, 여자 싱글계에서 제대로 된 기술로 구사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김연아는 도입 직전 엄청난 스피드를 이용해 과감하게 뛰면서, 엄청난 높이와 비거리를 자랑했다. 이런 고난도의 점프를 대부분 선수는 아이스쇼에서 거의 구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연아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특히 마지막 날 공연에서의 '트리플러츠'는 착지까지 완벽해, 관중의 엄청난 함성을 듣기에 충분했다. 아이스쇼 링크가 일반 빙상장에 비해 작았음에도 김연아는 완벽하게 뛰었다.

또한,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악셀' 점프 역시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다. 깊은 '이나바우어' 뒤에 바로 '더블악셀' 점프를 연결할 땐 순식간에 에지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만큼 에지컨트롤이 뛰어나야만 할 수 있는 기술이란 뜻이다. 이외에도 '트리플살코' 점프나 스핀의 자세 모두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 선수 시절부터 김연아의 기술은 정석으로 유명했다. 국제빙상연맹의 교본 집에도 실릴 만큼 김연아의 기술은 인정을 받았으며, 항상 높은 가산점까지 챙겼다. 이번 아이스쇼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모습은 오는 12월경 국제무대에서의 기대감을 높이게 하였다.

소치 올림픽... 행복한 스케이터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연아의 최종 목표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이제 약 1년 반가량이 남았다. 현재 2012-2013 시즌의 주니어 그랑프리 시즌이 개막된 가운데 오는 10월부터 시니어 그랑프리 시즌이 시작된다.

앞서 알려진대로 이번 시즌부터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선 정해진 기술 최저점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여자 싱글의 경우 쇼트프로그램 28점, 프리스케이팅 45점이다. 김연아가 평소 받던 점수로 봤을 때 최저점은 이변이 없는 한 가능하다. 김연아는 이 룰을 통과하기 위해 12월 경 그랑프리 외에 다른 대회에 참가해 자격을 획득할 예정이며,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있을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다.

대회를 위해 김연아는 무엇보다 체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한동안 국제경기를 뛰지 않다가 다시 출전한 만큼 높은 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훈련의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치 동계올림픽은 불과 얼마 전까지 김연아가 생각해 두지 않은 새로운 목표다. 김연아는 지난 2011 세계선수권 이후 평창동계올림픽과 유스동계올림픽, 스페셜올림픽 등 수많은 홍보대사 활동을 역임함과 동시에 교생실습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없자, 수많은 곳에서는 은퇴설과 루머가 났고 심지어는 결혼설까지 나돌았다. 그만큼 김연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대상이고, 경기 결과에 따라 모 아니면 도의 반응을 받는 존재다.

 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선보이고 있다

김연아가 아이스쇼에서 록산느의 탱고를 선보이고 있다 ⓒ 박영진


김연아가 새 출발을 정하기까지 분명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피겨계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상 또다시 경기에 출전한다는 건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또한, 김연아 역시 인간이기에 분명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은퇴라는 휴식의 길을 택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여자 피겨 역사에 보기 힘든 올림픽 2연속 도전을 선택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그녀를 선수로서 보는 마지막 대회인 만큼, 결과와 상관없이 김연아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번 아이스쇼 공연 중 김연아를 연호하며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시니어 첫 데뷔를 시작해 정상의 자리까지 오른 김연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프로그램 역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다시 되돌아간 것처럼 보였지만, 분명 아니었다. 김연아가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랐다.

김연아는 항상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말한다. 마지막 현역 무대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행복한 스케이터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무대를 볼 수 있을까. 이번 아이스쇼에서 보여준 그녀의 환한 웃음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김연아 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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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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