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뮤지컬 가운데 아직까지 정식 라이선스 버전으로는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신관 문화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2000명의 지원자 중 10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7개월 만에 최종 선발된 42명의 배우들이 공개되었다.

국내 뮤지컬 가운데 7개월 동안 10차례의 오디션이라는 진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세계 4대 뮤지컬인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을 제작한 카메론 매킨토시가 직접 배우 2000명의 오디션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 배역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장발장 역의 정성화, 자베르 역의 문종원, 조정은, 임춘길, 박준면, 김우형, 조상웅, 박지연, 이지수 등 주연 배우 총 9명, 아역 배우 9명, 앙상블 24명까지 총 42명의 배우가 발탁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그 흔한 아이돌 위주의 마케팅 하나 없이 오직 '원 캐스팅'으로 공연한다.

원 캐스팅으로 10여 개월 가량 진행되는 장기 공연도 뮤지컬계에는 흔치 않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레미제라블>은 만에 하나 주연배우가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앙상블 가운데 언더스터디(주연을 대신할 대역 배우)를 이미 선발해 놓은 상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정성화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개그맨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알려졌다. 개그맨 출신의 뮤지컬 배우로서 얼마나 여러분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다. <레미제라블>은 그런 의미에서 제게 굉장히 절실한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정성화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연습해야 하는데 연습실을 찾지 못해서 플로렌스 노래방이라는 곳에서 연습을 했다. 노래방 사장님은 '왜 이 사람은 노래방에서 노래는 안 부르고 혼자서 성악 발성만 하는가' 했을 것"이라면서 "와이프와 함께 노래방에서 오디션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장발장이 부르는 넘버는 어려우면서도 고음이라고 한다. 정성화는 "목이 쉬지 않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는다"면서 "일 년 동안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소리를 올바르게 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위해 레슨을 받는다"고 배역에 대한 개인적인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정성화는 "개인적으로는 장발장이라는 캐릭터를 한국사람이 볼 때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욕심이 있다"면서 "예전에 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레미제라블>이 공연되었을 때 관람한 적이 있는데 멋진 뮤지컬이기에 '꼭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은혜로운 뮤지컬이었다"고 했다.

정성화는 "보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면서도 "한국의 <레미제라블>이 전 세계 <레미제라블>의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제트 역은 기존 뮤지컬 배우가 아닌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이지수가 맡는다. 그는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뮤지컬에 미친 누나'로 출연한 바 있다.

1985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27년 동안 43개국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되며 6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1월 3일 용인 포은아트홀을 시작으로 서울 공연까지 십여 개월 동안 장기 공연을 갖는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서울 공연은 2013년 4월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