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포스터.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더운 여름날 때 아닌 녹조현상이 일어났다. 컵으로 퍼보면 마치 '녹차 라떼'를 연상시킨다. 걸쭉한 질감과 진한 녹색이 특징인 이 녹조는 정작 시원해보이진 않는다. 녹조 라떼라고나 할까.

7일 <오마이뉴스>에서는 대구 달성군을 찾았다. 낙동강 하류 부근에서 종종 발생했던 녹조현상이 대구 부근까지 올라왔다는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사실이었다. 현장을 찾은 취재 기자가 손으로 퍼보고 컵에 받아 보고 봉지에 담아 보고했지만 이건 차마 강물이라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슨 등 푸른 생선도 아니고 강물 전체가 '푸르게 푸르게' 변했다. 모 회사 광고 카피가 흘러나올 때 배경으로 딱이겠다 싶을 정도로 진한 푸른색이었다.

마침 오는 9일엔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큰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국제음악영화제다. 제천을 흐르는 충주호도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주요 구역 중 하나. 지난해 최명현 제천 시장이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곳이 4대강 사업에 포함돼야 한다며 적극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권우성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중부내륙낙동대교(달성보 하류지역) 아래 낙동강에서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중부내륙낙동대교(달성보 하류지역) 아래 낙동강에서 짙은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권우성


제천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혹시 추억으로만 남게 될 수도?

기사를 통해 올라온 낙동강 하류의 '녹조 라떼' 사진은 지난 5월 공개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포스터와 묘하게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 청풍호로 뛰어 드는 모습을 잘 담아낸 나름 파격적인 포스터였다.

조남룡 사진작가가 촬영한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는 초록색의 산과 맑은 호수가 배경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벌거벗은 건장한 사내는 에너지와 젊음을 상징한단다. 나체인 이유는 '자연에서 탄생한 인간이 다시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주제를 담았던 것.

사내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영화제가 펼쳐질 청풍호에 깃들 젊음과 환희의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한 걸음 더'라는 영화제의 공식 기치를 바로 해당 포스터가 잘 나타내고 있다.

묘한 상상력은 바로 여기서 발동이 걸린다. 이 사내가 뛰어드는 청풍호 역시 안전한 운명일까. 사진으로는 맑아 보이는 이곳이 낙동강 그곳처럼 짙은 녹조류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하께서는 비가 오지 않고, 무더운 날씨 탓에 생긴 현상이라 답하셨다 한다. 전력 부족 현상은 국민들이 올림픽을 새벽까지 보느라 생기는 현상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원인을 분석했으니 이제 대책을 내세워야 할 때. 근데 원인이 날씨와 국민들 탓이라면 그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지 참 궁금해진다.

무더위와 말도 안되는 이런 현상에 속상해하다가도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진 축제 소식에 한 숨을 돌릴 수 있겠다. 오히려 두려운 건 현재의 전력 수급 부족이나 단순한 녹조 현상이라기 보단 그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의 미래다. 왠지 조만간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웅에 대항할 수 있는 녹조인간이 한국 영화에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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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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