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돌아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한도전의 '깨알자막'이 돌아왔다.

4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 개그학개론 편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이유는 바로 자막때문이다. 그동안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미모', '도덕적으로 완벽한...' 등의 자막으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 무도가 다시 한 번 그 존재감을 선사,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비교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 이날 방송 자막의 핵심은 올림픽 펜싱 신아람 선수의 오심 사건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1초 자막'과 최근 티아라 사태때 대중들에게 각인된 '의지 자막'등 크게 두가지였다. 이날 <무한도전>이 선보인 패러디 정신에 시청자는 "대박이다", "역시 무한도전"이다 등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일 방영된 무한도전-개그학개론은 배우 이나영과 이태성, 엠블랙 이준, 데프콘이 1990년대 무한대학교 개그동아리 대학생으로 분해 MT를 떠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과 초대 게스트는 가평으로 향하기 위해 기차에 올랐고,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박명수는 "대학을 못나왔다"고 밝혔지만, 멤버들이 "여기가 바로 대학"이라고 면박을 주자 곧바로 "이 사회가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하는 사회인가. 난 원래 대학을 안 나왔다. 대학을 나온 설정을 하고 싶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기 대학 MT다"는 유재석의 말에 "그럼 대학생인 걸로 하겠다"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때 '1초 만에 번복한 주장'이라는 자막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일 방영 MBC <무한도전>에 등장한 '1초' 자막.

4일 방영 MBC <무한도전>에 등장한 '1초' 자막. ⓒ MBC


이는 자연스레 펜싱선스 신아람 경기에서 벌어진 '1초 오심'을 떠올리게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신아람 선수는 지난 7월 31일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펜싱 에페 여자 게인 4강전에서 독일선수 브리타 하이데만에게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텼으나 1초에서 움직임을 멈춘 초시계 때문에 결국 결승점을 헌납, 아쉽게 패했다.

당시김태호 PD는 트위터를 통해 당분간 '1초'가 유행어가 될 것이라며 이 사건을 에둘러 비판했는데, 이날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한번 '1초 자막'을 선보인 것이다.

신아람 선수의 '1초 사건' 자막은 가평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게임을 할 때 다시 한 번 등장했다. 노홍철이 스피드 퀴즈 중간에 속담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잡아 먹자 김태호 PD 는 "1초 밖에 안지났다"며 "천천히 하라"고 자막을 집어 넣었다. 누가봐도 수초가 지난 시간인데 1초밖에 안지났다고 설명하면서 당시 심판의 오심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신이람 선수의 1초 오심 사건을 떠올리게 한 <무한도전>의 자막. 4일 방영 MBC <무하도전>의 한장면.

신이람 선수의 1초 오심 사건을 떠올리게 한 <무한도전>의 자막. 4일 방영 MBC <무하도전>의 한장면. ⓒ MBC


이날 방송분에서는 '1초' 자막 뿐만 아니라 '의지'라는 단어도 자막을 통해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최근 티아라 왕따 논란을 촉발시킨 멤버들의 트위터 문구를 상기시켜줬다. 티아라 멤버들은 발목 부상을 당한 화영이 목발을 짚고 무대에 오라자 트위터를 통해 "의지의 차이", "의지가 사람을 만든다" 등의 내용을 올려 왕따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김태호 PD는 멤버들이 고집을 피우는 멘트를 던질 때마다 '의지'라는 자막을 삽입해 자연스레 티아라 사태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떠올리게 만들었으며,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드디어 무도가 돌아온 것을 실감한다"며 무도의 자막 센스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최근 티아라 사태를 떠올리게 한 무한도전의 '의지' 자막.

최근 티아라 사태를 떠올리게 한 무한도전의 '의지' 자막. ⓒ MBC


이처럼 <무한도전>의 자막패러디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색깔이자, '무도'가 왜 '무도'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의 자막 패러디는 단순한 웃음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예능이 전달할 수 있는 최고치의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이런 김태호 PD의 '의지'는 이제 결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흉내낼 수 없느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예능이 어떻게 세상을 담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관점에서 보자면, 무도는 이제 하나의 '교과서'와 다름없다. 실제로 무도 이후 자막을 통해 비틀기를 시도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무한도전'이 피를 이어받지 않은 예능은 없다'라는 말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지난 노조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에 접어들었을 당시, 시청자가 <무한도전>을 솝꼽아 기다린 것도 바로 이런 무도의 속시원한 자막패러디를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때로는 속시원하고 또 때로는 울분을 달래주는 '무도'의 자막패러디는 사실상 용감함 그 이상이다. 그안에는 속시원한 풍자가 있고, 시의성이 담겨져 있으며, 무엇보다 시청자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무한도전의 '의지'가 녹아있다.

시청자는 재치있고 날카로운 <무한도전>의 자막을 다시금 마주함으로써 새삼 <무한도전>이 돌아왔음을 피부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날 '1초 자막'과 '의지 자막'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까닭은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김태호PD의 깨알 자막을 확인한 이날 방송, 이제서야 정말로 무도가 돌아왔음을 실감한다. 반갑다, 무도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이카루스의 추락(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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