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금메달 소식이다. 3일(한국시각) 새벽,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 출전한 기보배 선수가 연장 승부 끝에 멕시코의 로만 선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달 30일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이다.

거기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이번 런던올림픽 이전부터 이어져온 연승 끝에 7연패 신화를 달성했다. 이 정도면 가히 최강이라 불릴만하다. 최근 전 세계에 진출한 한국인 코치진들이 외국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 양궁은 세계가 알아주는 높은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이 활을 잘 쏘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가 아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번 한국 양궁 금메달 기록의 요인을 '젓가락 사용이 잦아 손가락 감각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했지만, 오래전부터 한민족은 활을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다.

병자호란 배경으로 한 조선시대 액션 '활'극, <최종병기 활>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 (주)다세포클럽


2011년 여름,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맹위를 떨친 영화가 있었다. 바로 김한민 감독, 박해일 주연의 <최종병기 활>이었다. 당시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고지전>, <7광구>, <퀵> 등을 제치고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인 개봉 26일 만에 400만 관객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최종병기 활>은, 조선시대인 1636년 일어났던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액션사극으로, 청나라의 침략으로 50여만 명이 포로로 끌려갔던 당시 상황을 영화는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는 조선 제일의 신궁 남이(박해일)가 청나라의 군에 의해 포로로 잡힌 자신의 동생 자인(문채원)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보여주며 영화 제목처럼 '최종병기' 역할을 하는 무기, '활'의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다른 어떤 무기보다 활약상이 두드러지게 '활'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빠른 액션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긴장감을 더했다. 작년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고증이 부족했음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청나라 정예부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변발 분장, 만주어로 읊는 대사는 현실감을 살려주어 관객의 영화몰입을 돕는 요소이다.

또한 박해일, 문채원, 김무열, 류승룡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낸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인 이한위, 이경영, 김구택, 박기웅도 자신의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

역사성, 액션과 드라마 동시에 잡은 이 영화... 매력있네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 (주)다세포클럽


우리민족은 옛부터 '동이족'으로 불렸다. 중국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동이족은 중국이 과거 주변민족을 일컬은 말로, 주로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뜻은, 큰 활과 연관이 있다는 데 바로 우리 조상이 활을 잘 쓰는 민족이었기 때문이란다.

이 영화에서 자세히 소개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나오는 전통의 화살 '애기살'은, 일반적인 화살보다 상당히 짧은 길이를 가졌기 때문에 날아오는 게 눈에 잘 포착되지 않으면서도 사거리가 길어서 조선시대 최고의 무기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시위를 당겼다가 놓는 순간, 빠르게 날아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활의 매력을 잘 살린 것 또한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추격전 이외의 장면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적을 맞히는 활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찰나의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청나라에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과 잘 버무려 놓았다.

당시 국민들은 청나라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을이 불타오르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수십만 명이 포로로 끌려가고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으나 국가는 이를 지켜주지 못했고, 되려 탈출하여 돌아오는 이들을 반역자 취급했다. 당시 조선은 결국 국민들을 보호해주지 못했고, 이는 국가의 역할 중 하나인 자주국방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교훈으로 새길만한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올림픽 금메달 감동... 영화 <최종병기 활>로 두 번 느껴보자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에서 금메달 소식이 이어지자, 누리꾼들은 "주변에 쏘아야 할 국가들이 많아서 우리가 잘 쏘게 된 것 아닐까", "애국가처럼 '하느님이 Bow하사 우리나라 만 세(strong).'"등의 우스갯소리도 하면서 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수 차례의 올림픽에서도 양궁은 효자종목이었고, 우리에게 많은 메달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반가운 금메달을 선수들이 목에 걸었고, 이는 오랜 과거부터 활을 잘 사용해왔던 선조들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계승한 덕분이 아닐까.

과거 조선시대에 활은 나라를 지키는데 쓰였고, 2012년 현재 활은 다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활약하고 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 올림픽 양궁 금메달 소식들, 영화 <최종병기 활>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연이은 폭염에 불쾌지수가 올라간 요즘,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화살이 나라를 구해주었던 6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피서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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