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한 <무한도전> 하하VS홍철편의  한 장면

지난 28일 방영한 <무한도전> 하하VS홍철편의 한 장면 ⓒ MBC


장기간에 걸친 MBC 노조 파업과 더불어 6개월간 오리무중 상태에 있었던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은 지난 28일 하하의 승리로 길었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6개월 동안 대결 상태였던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은 <무한도전> 시청자에게 애증에 가까운 존재였다. 뒤늦게 알려진 대결의 승자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보다 드디어 길고 긴 대결이 마무리를 지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더 크다.

사실 파업 직전 방영한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은 최근 방영되었던 특집과는 달리 <무한도전> 시청자들 사이에서 전적으로 환영받은 아이템은 아니었다. 물론 동갑내기 하하와 홍철이 한 달 동안 불리게 될 '형님' 명칭을 두고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은 흥미진진했지만, 대결 결과에 따라 방청객에게 경품을 수여하는 이벤트는 몇몇 시청자들로부터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였다.

원래 '하하VS홍철'은 결과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었다. 오히려 각 멤버의 승리보다 대결을 준비한 과정에 초점을 맞춘 '하하VS홍철' 편집에서 보여졌듯이 프로그램 기획의 본래 의도는 늘 <무한도전>이 그래 왔듯이 대결을 통해 돈독해지는 출연진의 우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최종 승자를 맞추는 방청객에게 자동차를 준다고 내걸기 시작하자, 본래 순수한 의도로 하하와 홍철을 응원했던 방청객들은 경기 자체를 즐기기보다, 결과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또한 이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베팅을 걸었던 노홍철이 쉽게 무너지자 그를 향한 불만의 아우성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연이은 베팅에 살아남아 끝까지 자신을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게 할 멤버를 지목하는 남아있는 방청객들의 열기는 당시 잠실 실내체육관을 뜨겁게 달아 올렸다.

단순 멤버들의 대결에 방청객을 초대하고, 자동차를 경품으로 서로 간의 내기까지 도입했던 <무한도전>. 하지만 (스포츠) 경기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한 후 배팅하여 실제 배당금 혹은 경품을 받는 방식은 <무한도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도박'이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론 국외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공식적으로 경기의 결과를 참가자가 상세히 분석하여 예측하는 지적(Skill) 게임을 도입, 장려하고 있다.

국외 각국에서 '스포츠 토토' 같은 지적 게임을 도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지적 게임 참가자가 선호하는 운동 경기를 소극적으로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유도하며, 더 나아가 스포츠 발전과 기금 조성 마련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스포츠 사행성'에 빠질 뻔했던 <무한도전>의 '하하 Vs. 홍철' 대결

실제 2001년 10월부터 발매가 시작된 스포츠 토토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씨름 등 각종 스포츠 게임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한국 프로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간 스포츠 토토 도입 이후, 스포츠 토토가 우리나라 스포츠 활성화에 이바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스포츠 토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건전한 스포츠 문화까지 흐리는 부작용이다.

경기 결과를 알아맞히면 수익이 따라오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포츠 토토의 묘미는 경기 결과를 예측해보고 관람하는 비교적 스릴 있는 관전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프로 스포츠를 뒤집어 놓았던 스포츠 토토는 적극적으로 게임 관람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불법 베팅 토토 사이트도 생겨났고, 그 배당금으로 이익을 착복하기 위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승부가 조작되고 일부 프로 스포츠 선수가 연루되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악용되고 있다.

지적 게임으로 이익을 얻기 위한 사람들에 의해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조작으로 얼룩진다는 것은 선수, 구단을 넘어 평소 스포츠를 사랑했던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활성화된 스포츠 토토 자체를 폐지할 순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작년 축구 K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승부 조작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아예 승부 조작의 근원인 '불법 베팅 토토 사이트'를 엄격히 근절해야겠지만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스포츠 토토'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이제 복권, 카지노, 경마, 경륜에 이어 스포츠 토토가 국가의 합법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된 이상, 스포츠 토토는 프로 스포츠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그 지적게임 속에 내포되어있는 '사행성'을 확실히 근절하긴 어렵겠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은 '스포츠 토토'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스포츠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경품, 이익에만 집착하다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스포츠는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특히나 몇몇 가진 자의 배당 이익을 위해서 신성해야 할 스포츠 결과 자체가 조작 혹은 번복되는 것은 최악이다.

정정당당 대결 <무한도전>의 '하하 Vs. 홍철' 대결 스포츠답다

다행히 <무한도전> 하하VS홍철은 경기 결과보다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땀 흘려 준비하는 출전자의 과정을 중점으로 다뤘다. 대결 방영 전 운동을 제외하곤 모든 종목에 노홍철보다 열세로 평가받았던 하하가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노력에 초점을 맞춰 하하의 당연했던 승리를 수긍케 한다.

또한, 자칫 사행성으로 번질 수 있었던 각각 경기 결과에 따른 방청객의 '배팅'과 '경품'도 경기가 끝나고 서로 부둥켜 우는 하하와 홍철을 넘지 않았다. 비록 자동차를 경품으로 지급하긴 했지만, 그들은 스포츠의 기본인 상대를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뿐이다. 올림픽 금메달이 아닌 한 달 간 형 칭호를 두고 벌이기엔 판을 크게 벌어놓은 감이 있지만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펼쳤던 하하와 노홍철.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대결을 놓고 프로 스포츠 리그와 올림픽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지금 연이은 석연치 않은 실격 번복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2012 런던 올림픽과 아예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았던 축구 K리그에 비하면 정정당당히 상대를 이기는데 충실했던 <무한도전> '하하 Vs. 홍철'이 더 스포츠답다.

무한도전 2012 런던 올림픽 K리그 승부조작 하하 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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