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MBC에서 방영한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진행을 맡은 배수정

28일 MBC에서 방영한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진행을 맡은 배수정 ⓒ MBC


28일 새벽 MBC에서 방영한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수정의 발언이 화제다. 배수정은 방송인 김성주와 함께 개막식 진행 중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발언을 했고, 현재 그녀의 발언은 SNS, 각종 연예 매체 뉴스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며 누리꾼들 간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올해 초 MBC에서 방영한 <위대한 탄생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배수정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영국인이다. <위대한 탄생2> 종영 후에는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MBC에서 진행하는 올림픽 방송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직장을 휴직한 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배수정은 영국에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인 아니면 알 수 없는 영국 문화와 영국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2> 출연 외엔 방송 경험이 많지 않다. 또 전문적으로 훈련된 전문 방송인보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연이어 이어지는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발언은 몇몇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외모이 한국인이니 자연스레 배수정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였던 대중들에게는 스스로 영국인이라고 밝힌 배수정이 의아스럽지만, 영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한국보다 영국이 더 익숙한 배수정으로서는 자기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적만 따진다면 실제로도 그렇다.

요즘 대한민국은 배수정과 같은 한국계 교포뿐만 아니라 한국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외국인 방송인들이 한국 연예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만약 태국에서 올림픽 혹은 아시안 게임같은 굵직한 국제 대회가 열리고 태국 출신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닉쿤을 특별 게스트로 초빙했다면 자신을 태국인으로서 강조한 닉쿤의 발언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반면 부모님이 한국 출신이고, 전형적인 한국 여성 외모를 가지고 있는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은 당연히 그녀를 한국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대중들로서는 놀랄 법도 하다. 물론 한국 공중파 방송에서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올림픽 개막식에서 아무리 영국인이라 해도, 구태여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라는 점을 강조한 배수정의 신중하지 못했던 발언은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배수정은 방송 경험이 낯선 초보 진행자이고 한국에서 지낸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한국 문화, 정서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

"영국이 자랑스럽다"...영국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자란 영국국적인

문제는 한국 방송 환경과 친숙하지 않은 배수정을 보조 게스트도 아니고, 메인MC 진행석을 맡긴 MBC다. 아무리 김성주라는 유능한 캐스터가 초보 진행자 배수정을 보완해준다고 하나, 김성주 혼자만으로는 생방송 그것도 굵직한 행사 진행은 처음인 배수정을 커버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무리수'였다.

그렇다면 왜 MBC는 전문 아나운서가 아닌 배수정을 중요한 개막식 사회자 자리를 맡겼을까. MBC는 배수정을 개막식 진행자로 내정하며, 비록 생방송 진행 경험은 처음이지만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탄탄한 문화적 지식과 조리 있는 말솜씨를 감안해 개막식 방송에 전격 발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는 최근까지 MBC는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사측은 파업이 끝나기 직전 노조 인력을 최대한 배제한 채 런던 올림픽 진행 팀을 구축하기 이른다. 배수정에게 개막식 진행을 맡긴 것도, 영국 문화에 박식하다는 그럴싸할 이유가 있지만 실상은 노조에 속해있는 아나운서들을 배제하기 위한 차선책이었다는 시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MBC 측은 개막식 방영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배수정의 발언을 두고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감격해 자기 딴에는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잘못된 표현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매도를 당하니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말마 따라 태어나고 자란 곳이 영국이고 한국보다 영국이 더 친숙한 배수정 이기에 스스로 영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배수정을 질책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방송 진행 경험이 전무한 영국인 배수정에게 개막식 진행을 맡긴 MBC의 의중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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