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 MBC


정확히 174일. 24주의 결방이다. 그간 <무한도전>없이 보낸 토요일 오후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우울하고 괴로웠던 지난 174일이었다.

<무한도전> 장기 결방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출연진들, 스태프들. 그리고 대한민국 예능 전체의 불운이었다. <무한도전>은 단순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유독 젊은 층들의 지지를 받는 <무한도전>이 공영방송 사수 목표로 6개월간 힘든 싸움을 벌었던 MBC 노조 파업의 시작과 끝을 맺었다는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아픔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미완으로 끝나긴 했지만  MBC 노조 파업 종료와 함께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시청자 곁에 다시 돌아온 <무한도전>은 지난 6개월간 멤버들의 근황을 알리며 힘차게 문을 열었다.

 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 MBC


무엇보다도 빠질 수 없는 소식은, <무한도전> 결방과 함께 엇갈린 멤버간의 희비다.
개중에는 드디어 노총각 딱지를 떼고 결혼에 골인한 정준하, 쌍둥이 임신과 '형돈이와 대준이' 음반 대박이란 겹경사를 맞은 정형돈 등 장밋빛 소식도 있었다. 반면 최근 <일밤-나는 가수다2>진행을 맡게됨과 더불어 수많은 시청자들의 질책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명수는 지난 174일이 170년과 같았던 암흑기다.

<무한도전>은 결방했어도, 줄곧 방송 출연을 해온 멤버들이지만 <무한도전>이 없었던 지난 174일은 본의 아니게 예능 최전방과 멀어졌던 휴식기다. 다행히 유재석과 하하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을 통해 꾸준히 활약하고 있었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유재석과 하하의 대표 프로그램은 <런닝맨>이 아니라 <무한도전>으로 각인되어있다. 때문에 <무한도전> 결방은 <무한도전> 열혈 시청자뿐만 아니라 각 출연진들의 팬들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결방 와중에도 변함없이 이 시대 최고 예능으로 대접받는 <무한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 김태호PD와 <무한도전> 출연진은 <무한도전>이 파업 중인 지난 6개월 간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며 멤버들의 예능감을 되살려주고 방송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를 심어준다. 이는 멤버들뿐만 아니라 파업 때문에 방송을 쉬어버린 김태호PD와 다른 연출진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한 장면 ⓒ MBC


특히나 <무한도전>과 동시간대 방영하는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를 두고 무조건 이겨야하는 라이벌로만 평가하기보다, <무한도전>이 없던 지난 날 상승세를 축하해주고, "배워야할 점은 배워야한다."고 인정하는 모습은 승자독식, 라이벌 구도에만 사로잡혔던 수많은 이들을 부끄럽게 한다.

MBC 파업 여파로 사측은 '정상 방영'이라고 단언했지만, 실상은 암울했던 대다수 MBC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단단한 고정 시청자 층이 있고 프로그램 퀄리티 유지상 아예 방송을 중단한 <무한도전>의 상황은 좀 나은 편이다. 결방 24주 만에 재개한 첫 방송에도 다른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여유 있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무한도전>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잘나가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정준하에게 <무한도전>이 없던 지난 6개월 간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며 오래 쉬었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지난날보다 더 강하게 자신들의 고삐를 조인다.

24주 동안 변함없이 <무한도전>을 기다렸던 시청자. 그 시청자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예능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칭찬까지 아끼지 않는 <무한도전>. 오랜 정상에 안주하기보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무한도전>이 있기에, 174일이라는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무한도전>의 미래는 밝다.

한편 지난 21일 방영 재개한 <무한도전>은 시청률 14.0%(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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