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구장 한화이글스 류현진과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의 맞대결이 펼쳐졌던 5월 25일 목동구장

▲ 목동구장 한화이글스 류현진과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의 맞대결이 펼쳐졌던 5월 25일 목동구장 ⓒ 양형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전반기가 막을 내렸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순위경쟁은 7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그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펜딩 챔피언 삼성라이온즈는 혼전 속에서 야금야금 승수를 쌓더니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패 마진이 10을 넘어서며 1위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팀별로 50경기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순위 변동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 후반기 약진을 위해서는 각 팀마다 전력의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각 팀별로 전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살펴본다.

1. 삼성 라이온즈 (45승 2무 31패) - 선발진의 남은 두 조각, 윤성환과 차우찬

어느새 순위가 7위에서 1위까지 치솟았다. 이제 좀처럼 밑으로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 홈런왕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은 전반기 내내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지만, 국민타자 이승엽과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때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박석민이 타선을 이끌었다. 하위타선에서는 노장 진갑용의 분전이 돋보였다. 투수진은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차츰 안정을 되찾으며 역시 최강전력임을 입증하였다. 다승 1위 장원삼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거듭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10승 경력의 탈보트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던 배영수도 저력을 발휘하며 확실한 3선발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실질적으로 마운드를 이끌었던 윤성환과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두 자리수 승수를 올린 '사우스포(왼손잡이 투수)' 차우찬은 각각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둘 다 3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만약 후반기 윤성환과 차우찬이 지난 시즌의 모습을 회복하여 선발진에 가세한다면 라이온즈는 1선발부터 5선발까지 모두 1선발-1선발-1선발-1선발-1선발 처럼 느껴지는 공포의 선발진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2. 롯데 자이언츠 (40승 4무 34패) - 이제 60억 듀오가 움직일 차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군에 입대(경찰청 입단)하게 되면서 자이언츠는 한꺼번에 투타의 핵심을 잃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 동안 야심차게 60억을 들여 영입한 와이번스의 핵심 불펜요원들이었던 정대현과 이승호가 나란히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들로 인해 부정적인 전망들이 우세하였다. 하지만 자이언츠는 전력의 응집력이 한층 강해졌다. 이대호가 없는 타선은 홍성흔, 강민호, 박종윤, 손아섭, 황재균, 조성환, 김주찬 등이 골고루 타점을 올려주며 공격루트를 다양화 시켰고, 박종윤은 폭넓은 수비범위로 내야진을 더욱 공공히 다지는 데 공헌하였다.

투수진에서는 양승호 감독이 전반기 최고 수훈선수라고 꼽은 김성배의 귀중한 활약이 돋보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베어스에서 이적한 사이드암 김성배는 정대현이 빠진 필승 계투조에 핵심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돌아온 파이어볼러 최대성도 시즌 초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앞세워 4월 초반 상승세를 주도하였고, 좌완 이명우는 다이어트를 통해 한결 개운해진 투구폼으로 위력을 배가시켰다. 기존의 좌완 불펜 강영식과 마무리 김사율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다만 걱정스런 부분은 김성배, 이명우, 최대성이 전반기에만 모두 40경기 이상을 출전하며 피로가 누적된 점이다. 정대현이 재활을 마치고 8월 중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며, 이승호도 가라앉았던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후반기 60억 듀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자이언츠의 계투진은 라이온즈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3. 넥센 히어로즈 (40승 2무 36패) - 영건 듀오여, 좀 더 패기를 보여다오

전반기 최고의 서프라이즈는 단연 넥센 히어로즈이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 스토브리그에서 이택근, 김병현을 연달아 영입하면서 최고 서프라이즈 종결자에 등극했던 히어로즈는 시즌을 앞두고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었다. 그러나 나이트, 벤 헤켄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8개 구단 중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루었고, 중심타선의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로 이루어진 이른바 LPG 트리오는 리그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중고 신인 서건창은 연일 인간승리 드라마를 써내려가며 히어로즈에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가 되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나름대로 안정을 이루고 있는 선발진과 손승락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에 비해 중간계투진이 다소 헐거워 보인다는 점이다. 중간계투진의 난조로 인해 히어로즈는 승수를 더 쌓을 기회를 놓쳤다. 한때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중간계투진의 난조로 결국 순위가 하락하기도 하였다.

시즌을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영건 듀오 문성현과 강윤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 선수는 모두 선발진에서 한 몫 해줄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문성현은 후반기부터 손승락 바로 앞에서 필승조로 투입될 예정이다. 강윤구는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문성현이 확실한 필승조로 자리잡고 강윤구가 나이트, 벤헤켄, 김영민, 김병현 등과 함께 선발진에서 자리를 잡아준다면 히어로즈는 후반기에도 최고의 서프라이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4. 두산 베어스 (41승 1무 38패) - 두목곰,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전반기를 보낸 팀이 바로 두산 베어스이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비해 한층 나아진 성적으로 마무리했지만 2000년대 후반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팀이라는 명성에 비해 불만족스런 성적표라 할 수 있다. 김진욱 감독과 이토 수석코치가 새로 부임하면서 투수력의 강화와 보다 세밀한 야구, 그리고 강력한 배터리가 구축될 거라 기대를 모았다.

일단 선발 투수진은 확실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최고의 용병투수였던 니퍼트가 여전히 믿음직스럽고 김선우는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전반기 막바지 확실히 구위가 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3선발 이용찬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포크볼로 벌써 전반기에 자신의 시즌 최고 승수인 7승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선발진의 최고의 수확은 노경은이다. 임시 선발로 시작했지만 이제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요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땀을 한바가지씩 흘리는 김승회도 꾸준히 자신의 몫을 다해주고 있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김경문 감독 시절 보여줬던 빠른 야구와 화끈한 일발 장타가 모두 실종되었다. 특히 장타력의 부재는 심각하다. 팀내 홈런 1위가 김현수인데 고작 5개에 불과하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김동주, 최준석, 김현수, 이성열, 양의지 등 토종 타자 5명이 모두 20홈런을 쳐내는 기록을 세우면서 화끈한 화력을 과시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 없다. 2006년 '두점 베어스' 시절로 회귀한 모습이다.

결국 두목곰 김동주가 깨어나야 한다. 현재 김동주는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3할 타율(0.305)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작 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팀이나 팬들이 김동주에게 기대하는 것은 화끈한 일발 장타력이다. 김동주가 중심을 잡아줘야만 앞뒤의 김현수와 최준석 등이 살아날 수 있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두목곰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기가 되었다.

5. KIA 타이거즈 (36승 4무 35패) - CLK포가 가동된다면

'프랜차이즈 레전드'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새로 부임한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라이온즈를 견제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었다. 그러나 부상선수가 속출하면서 제 아무리 선동열 감독이라도 손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좀처럼 5할 승률조차 버거워 보이던 타이거즈는 6월 후반부터 이적생 조영훈과 16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 최향남이 투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기를 5할 승률에 +1을 추가하며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올 시즌 목표는 4강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전력으로선 우승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타이거즈는 늘 그래왔다. 1996년 김응룡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열이도 없고 성한이도 없던 그 시절에 종범이가 종횡무진하며 기적같은 12연승을 이끌어냈다. 전반기 막바지에 김상현이 복귀하면서 중심타선이 퍼즐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후반기에 최희섭-이범호-김상현의 중심타선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타이거즈의 저력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투수진은 한기주가 부상에서 복귀하여 박지훈과 함께 필승 계투조로 자리 잡는다면 한층 안정될 것이다.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연발하던 앤서니가 어느 새 7승을 거뒀으며, 소사도 국내 무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윤석민, 서재응에게 승운이 조금만 더 따라준다면 타이거즈는 무섭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

6. SK 와이번스 (39승 1무 38패) - 정권브이와 FA 잠수함이 살아나야 숨통

좀처럼 와이번스에게 생소한 순위이다. 2007년 이후 늘 1위 근처를 맴돌던 이 팀이 올 시즌에는 하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6월 중순만 하더라도 1위에 올라있던 와이번스는 전반기 막바지 뼈아픈 8연패를 당하면서 순위가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이만수 감독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영화 <최종병기 활>의 박해일이 쏘아대는 화살처럼 매섭게 쏟아졌다. 조직력과 한 박자 빠른 주루플레이가 돋보이던 와이번스의 야구는 실종되고 타자들은 큰 것 한방만 노리는 스윙으로 일관하였다. 어느 새 팀 도루가 최하위로 내려앉을 정도로 굼벵이 군단으로 전락하였다.

투수진은 박희수와 정우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거슬린다. 그나마 이재영이 분전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FA로 영입한 임경완은 지금 2군에 내려가 있다. 정대현의 역할을 해줄 거라 영입했는데 좀처럼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임경완이 지난 시즌 자이언츠에서 해준 만큼 역할을 해줘야만 와이번스 계투진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언제 또 탈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선에서는 '정권브이' 박정권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언제나 가을에 미친 활약을 펼쳐주던 그였지만 현재 팀 사정은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정권의 라커룸에만 별도로 가을 낙엽들을 모아다 넣어주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보고 싶다.

7. LG 트윈스 (34승 2무 42패) - 센터라인 핵심의 부활이 필요할 때

시즌 초반 예상을 뒤엎은 활약으로 이변을 일으킬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6월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추락하였다. 이상훈 이후 새로운 마무리로 자리잡은 봉중근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것이 뼈아픈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트윈스의 현재 전력은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허약한 부분이 많다. 손을 봐야 할 곳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하지만 트윈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몇몇 선수들이 미친 패기를 발휘해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전력 이상의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이 되줘야 할 곳은 리드오프와 선발진이다. 리드오프는 역시 이대형이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수비에서는 언제나 폭넓은 범위로 좌익수와 우익수를 편안하게 해주지만 공격에서는 좀처럼 시원한 활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무관 코치의 매직이 좀처럼 이대형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항상 타석에 서 있으면 무언가 들떠있는 모습이고 땅에 착지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타격에 자신이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타구를 맞힌 다음에 1루에 전력 질주하려는 모습이다. 충분한 주력을 갖추고 있으니 타구를 내야 이상으로 넘기려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투수진에서는 2년차 임찬규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휘문고 시절과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패기넘치게 투구하던 모습이 마치 전성기 시절의 최동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올 시즌에는 좀처럼 공에 위력이 붙지 않는다. 그리고 공이 낮게 제구되지 않고 타자들이 가장 치기 알맞은 높이로 들어온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진 탓인 듯싶다. 자신의 공을 믿고 최동원처럼 칠 테면 쳐봐라 식으로 당당하게 공을 뿌려줄 필요가 있다. 임찬규는 팀에 긍정의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보배 같은 존재다. 후반기 트윈스가 사고를 치려면 임찬규가 미쳐줘야만 한다.

8. 한화 이글스 (28승 2무 49패) - 용병 투수들 언제 몸값 하려나

류현진과 박찬호가 안쓰러워 보인다. 다른 팀에서 뛰었다면 최소 7승 이상씩은 거뒀을 투구를 하고도 둘이 합해 7승에 머물렀다. 이글스의 수비는 가히 최강 멘붕(멘탈붕괴)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 타선은 안타는 많이 쳐내지만 홈으로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한다. 김태균 앞에서 찬스가 좀처럼 생겨나지 않는다. 김태균이 도루를 하고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결승점을 내기도 한다. 류현진, 박찬호 외에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올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김혁민이 제 몫을 해준 정도이다.

중간계투진의 불쇼는 올 시즌 최고 작가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용병 투수 바티스타와 션 헨이 확실한 마무리도 선발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계투 요원으로 방황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미스터 쓰리런' 가르시아가 있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 만든다. 올 시즌 초반 배스를 퇴출시킨 이후 40일이라는 공백기를 두고서 영입한 용병이 션 헨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스카우트진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와이번스나 타이거즈는 부시와 소사라는 대체용병을 신속하게 영입하여 전력의 공백을 최소화하였다. 하지만 이글스 스카우트진은 팀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마이너스의 손이 되고 말았다.

바티스타와 션 헨이 합쳐서 거둔 승수는 고작 1승이다. 여기서 판가름이 나고 말았다. 현재 나머지 구단은 용병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지켜주고 있다. 박찬호가 나온 CF의 랩송을 빌려 표현하자면 지금 이글스에 필요한 것은 '콕콕 집어 전력 설계'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글스는 올 시즌뿐만 아니라 향후 3년 이상은 4강 근처에 가기 어려운 전력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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