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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가 없는 네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영상캡처 ⓒ KBS


개콘의 지난주 마지막을 장식한 코너는 "네가지"였다. 네 가지가 없다지만 사실 한 가지만 없는, 더 정확히는 없다는 오해를 받는, 또는 없다는 것에 지나친 편견이 부여되는 네 인물을 모두 합해 네 가지가 없다고 하며, 이 콤플렉스 투성이의 공통점 없는 넷을 우격다짐 묶어 놓는다. 그러니 한 가지가 없는 사람의 총합이 네 가지(사람)이지 네 가지가 없는 각각이 모인 넷은 아니라는 말이다.

첫번째...김기열과 양상국의 단적인 차이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개그맨 김기열의 모습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개그맨 김기열의 모습 영상캡처 ⓒ KBS


최근 경향을 보면 김기열이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자리를 옮기는 게 응당 맞을 듯 보인다. 관객의 반응 순에 따라 빠르게 김준현과 허경환의 순서를 바꾼 개그콘서트의 '비가시적 편집'의 전력을 보자면 그러하다. 개콘의 탄력적 코너의 배열은 현장 분위기나 요즘 소위 말해 대세가 될 만한 것들의 후방 배치의 편집적 힘에 의거한다.

코너의 관객과 관객을 넘어 비가시적 관객, 곧 TV독자들의 참여까지를 유도하려면 그 가상계적 침투의 힘(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고 또 넓은 범위로 있는)을 적절하게 응용할 필요가 있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김기열의 모습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김기열의 모습 영상캡처 ⓒ KBS


단적으로 김기열과 양상국의 개그는 그런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김기열은 인터넷의 세계를 반영하는 정보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키며(가령 이번 회에서는 자신의 팬 카페의 수와 팬 카페 일원의 수를 거론했다) 개그콘서트가 반향을 얻는 실시간 검색어들이 띄워지는 포털에서 후속 검색의 관객 참여의 수행성을 추동한다.

반면 양상국은 요즘도 지속되는 곧 유효한 예전 시골의 풍경에 대한 인식을 현재 많이 바뀐 시골의 현실의 어느 사이쯤에서 자신이 살던 내지는 살고 있는 시골에 대한 인식이 시차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이며, 시골 사람의 어느 한 때의 이야기를 사실상 들려주는 것의 독자적 이야기성을 띤다.

두번째...양상국, 시골과 도시의 차이를 절대화하다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양상국의 모습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 가지' 중 양상국의 모습 영상캡처 ⓒ KBS


양상국의 개그에는 도무지 검색의 연동 가능성이 부족한 것이다. 사실 그가 말하는 시골이란 지금도 지속되는 유효한 모습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은폐하며 또한 그것을 부정하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웃음의 장치로 바꿔 내는 게 핵심이다. 그렇지만 시골이 그러한 아날로그의 삶을 사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된단 말인가. 비웃을 일은 전혀 아니다.

양상국의 유머는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다른 셋과 달리 자신의 트라우마로 환원되지 않는, 도시인의 시골 사람에 대한 편견을 오히려 은밀하게 재수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예전 개그콘서트의 "서울메이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사투리를 쓰는 두 사람과 완전히 사투리를 벗어났다고 이 두 사람에게서 "서울 사람 다 됐네!"로 인정받는 식의 에피소드들을 배열하는, 곧 서울과 시골의 말투의 격차를 삶의 격차 자체로 바꿨던 불편한 코너보다는 더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이런 윤리적 기제의 불온함 외에도 관객의 반응도가 김기열이 훨씬 앞선다는 측면에서 그 순서의 바꿀 필요를 앞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김기열이 인기 없다는 것은 자신의 코너의 중핵인 셈이니, 이는 콘셉트 상으로 계속 유지될 공산이 크다.

세번째...자조적 웃음 코드 담긴 허경환 '키', 자기비하와 자기 위안의 공존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중 허경환의 모습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중 허경환의 모습 영상캡처 ⓒ KBS


다른 두 사람의 개그는 어떠할까 가령 허경환은 자신의 키가 작음을 매번 처음 공표하며 자신의 키를 웃음거리로 삼는다. 자기 비하와 함께 그래도 잘생긴 얼굴이라는 것으로 자기 위안이 공존하는 현대인의 보편적 상을 구현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늘 그렇지 않은가. 스스로를 위안하고 또 경멸하는, 그래서 허경환 개그는 이 세계의 상투적 코드화의 인식에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사실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개그콘서트 자체가 코드화의 적용(재현)과 그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한 자조적 웃음을 산출하는 식의 코너들이 꽤 많다.

네번째...'상처 받은 소수자 김준현', 슬픈 현실에 대한 초상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중 김준현의 모습 영상캡처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네가지' 중 김준현의 모습 영상캡처 ⓒ KBS


김준현은 대미를 장식한다. 최근 그의 말투는 힘이 다분히 빠져 있다. 우렁찬 기개로 자신의 특이성을 관철하던 그의 유머가 그래 뚱뚱하다는 자조적인 축 늘어짐으로 실행된다. 사실 그는 매우 민감하게 자신에게 과해진 먹을 것에 집착할 것 같고 더 많이 먹을 것 같다는 편견을 기록해 놨다가 이것을 펼쳐 놓는 식으로 개그를 삶에서 무대로 연장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뚱뚱해서 더 예민한 또는 원래 예민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조금은 소수자의 의견을 사회적 권리로 확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듯하지만, 이 예민함은 "마음만은 홀쭉하다"로 환원되고 만다.

어떻게 보면 뚱뚱한데 마음까지 뚱뚱하지 않은(넓지 않은) 것은 이 개그 안에서만 보면 어떤 장점도 갖지 않는 결과를 산출하는 듯 보인다. 가령 허경환은 키는 작지만 잘 생긴 남자로 자신을 표상한다.

날씬함을 온갖 목표로 상정하고 흘러가는 세상의 일관된 흐름에 휩쓸러 가며 자신의 다름에 관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수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김준현을 비롯하여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좀 뚱뚱하면 어때 마음만은 넓잖아!', 아니 이 뚱뚱한 만큼 각박한 세상에 너와 나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자가 우리에게 더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뚱뚱함만으로 자신의 에고(ego)로 환원시키는 듯한 김준현의 마지막 "마음만은 홀쭉하다!"는 발언은 좀 슬픈 현실의 초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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