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를 졸업하고나서 다시 의대에 들어간 윤수정 씨는 "20대때는 주위에서 여자의 일에 대해 얘기했는데, 30대가 되니 연애나 결혼쪽으로만 얘기한다"며 아쉬워했다.

법대를 졸업하고나서 다시 의대에 들어간 윤수정 씨는 "20대때는 주위에서 여자의 일에 대해 얘기했는데, 30대가 되니 연애나 결혼쪽으로만 얘기한다"며 아쉬워했다. ⓒ MBC


레지던트 1년차인 윤수정 씨(34)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런 부분보다는 나이가 찼다는 이유로 연애나 결혼에 대해 주로 얘기한다. 수정 씨는 아쉽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의료 사건에 대한 관심이 의사라는 꿈으로 이어져 남들보다 늦게 꿈을 위해 노력해가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칭찬보다 그저 연애나 결혼에 대한 걱정을 듣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게 권장되는 사회인줄 알았는데, 그 꿈도 '제 나이에 맞게' 이루어야 칭찬 받을 수 있는 사회인걸까.

지난 13일 < MBC 스페셜 >은 '서른 네 살, 여자들의 사춘기'를 방송했다. 윤수정 씨를 비롯해, 수능 성적으로 전국 상위 3%안에 들었고 전직 영어강사였던 전업주부 장희 씨, 방송인 안혜경 씨 등이 공통된 고민을 털어놨다.

방송인 안혜경 씨(34) 역시 "어릴 때는 서른이 넘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행복한 가정도 이루고 있고, 돈도 많이 벌 것 같았는데 정작 서른이 되고나니 이룬 게 없다, 내가 뭘 해놨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런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 심리학 박사인 한기연 씨는 "30대 중반의 여성은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긴 때이며 오히려 그래서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여기서 버틸까, 버틴다고 해도 지금의 저 선배처럼 되는 게 전부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 또 결혼을 안 하기로 해도 나이 들수록 자신이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 해결책도 말해주었다.

30대는 인생에 난이도를 따진다면 고난이도로 처음 들어서는 단계다. 내가 꿈꿔온 나와 현실의 내가 다른 것에서 오는 혼란과 당황스러움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런 데에서 오는 불안을 이겨내려면 나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해 알게 되면 그런 불안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한 박사의 코멘트였다.

30대 초반, 상상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나이

 여자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육아와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여자도 남자처럼 일이 필요한게 당연하며, 그 일을 잘하고 싶은게 당연하다는 것. 여성이 육아를 잘하는것 못지않게 그런 당연한 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생각해준다면 그녀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실제로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낼수 있을것 같다.

여자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육아와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여자도 남자처럼 일이 필요한게 당연하며, 그 일을 잘하고 싶은게 당연하다는 것. 여성이 육아를 잘하는것 못지않게 그런 당연한 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생각해준다면 그녀들의 육아 스트레스를 실제로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낼수 있을것 같다. ⓒ MBC


이 다큐멘터리가 독특했던 이유는 여성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크쇼 같은 시간을 가졌고, 그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었다. 여기서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씨는 "상담을 청하시는 분 중에 4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30대 초반"이라며, "30대 초반이 다른 나이대에 비해 상상해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나이, 사회에서 왠지 잊혀져있는 듯한 나이"라고 말했다.

모인 여성들은 그동안 쌓여온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늦둥이로 태어나 아버지가 칠순이신데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죄송하다는 왕인숙 씨(34). "동생은 결혼했는데 너는 왜 안하냐, 얼른 똥차 치워야 된다"는 말을 들으며 서른넷 되기 전에는 너하고 싶은거 다하라더니, 서른 넷 되고나니 얼른 시집가야 한다는 말 듣는 게 불만스럽다는 박재원 씨(34).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비록 표현하지 않거나 발언하는 스타일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대부분의 이 나이대 여자들의 속마음일 것 같아 더욱 관심이 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여성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이가 있으니 연애를 못한 건 아니었고 다만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했던 건데, 주위에서는 자기관리를 못해서 결혼을 못한 거라고 보는 시선이 아쉽다는 말. 주위에서 받은 '날씬한 몸매에의 강요' 때문에 스트레스로 반항심리가 작용해 오히려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서른넷 미혼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을 문제시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문제라고만 할 게 아니라 '왜 결혼을 안 하고 있는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발레학원 원장인 김민경 씨(34)에 의하면 연애나 결혼에 생각이 없는 게 아니지만 나이 먹으면서 누군가 만날 기회도 없어지고, 어려워지고 어릴 때보다 더 겁도 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결혼하지 않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의 조건을 따지기 때문에 결혼을 못하고 있는 거라고 치부해버리고 말게 아니다. 행복한 5월의 신부가 되고 싶지만 나이에 떠밀려서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는 한 여성출연자의 말에 사회에서 개인이 결혼에서 얻고자 하는 행복과 사회가 생각하는 행복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이 두 행복이 가까워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워킹맘들의 육아에 대한 걱정은 그녀들의 일에 대한 걱정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 여성의 육아 문제 해결은 이 사회가 여성의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사회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게 되기위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는걸 확실히 깨달을수 있었다.

대한민국 워킹맘들의 육아에 대한 걱정은 그녀들의 일에 대한 걱정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 여성의 육아 문제 해결은 이 사회가 여성의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사회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게 되기위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는걸 확실히 깨달을수 있었다. ⓒ MBC


불안함은 서른네 살의 기회다

최근 SNS 상에서는 한 스님이 올린 글에 격분한 워킹맘들의 반응이 화제가 되었었다. 아이를 아침 일찍 일어나 돌봐줄 수 있지 않느냐는 말에 그동안 쌓여왔던 육아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 그만큼 여성들이 일과 육아, 두 가지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역시 '육아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진 것이 여성의 '일'이다. 여자에게 육아와 일은 서로 상관관계가 크다. 쉽게 말해 육아에 신경 쓰면 그만큼 일에 신경을 못 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담은 아마도 육아에 별다르게 참여하지 않는 남자는 알기 힘든 부담이리라.

장혜영 씨(34)는 어린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길러오며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정부의 육아정책은 일단 지금을 사는 여자들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

정신분석가 이승욱 씨는 장혜영 씨(34)의 경우에 대해 "사회적 인간이기 이전에 엄마가 된 케이스로,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남편과 대조적으로 자신은 사회 속에서 그저 엄마일 뿐이라는 것이 그녀를 압박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육아 문제'보다 여자들이 더 관심가지는 것은 '성공'이었다. 이는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여자가 일을 하는 것이 육아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얘기도 나왔다. 아이 때문에 전업주부가 된 한 여성출연자는 "직업을 다시 가지고 싶어 하는 것도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이고 싶어서"라고 했다. 

흔히 남자 나이 서른넷에는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여자 나이 서른넷에는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보는 것이 문제다. 한 여성출연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그걸 잘 하고 있고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결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강박적인 수준이 아닌가.

대한민국에도 '골드미스'가 많다지만, 여전히 여자들의 평균 혼인연령은 20대라고 한다. 이미 30대에 접어든 여자는 결혼 때문에 평균 이하의 삶으로 여겨져야 할까.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생각에서 과감히 벗어날것을 주문했다. 임오경 핸드볼 감독은 "30대는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는 시기"라며 나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낼 것을 권했다. 기업가 한경희 씨는 성공한 자신도 "서른네 살이라는 시기가 끊임없는 갈증이 있는 시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보며 "그런 갈증이 있었기에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말로 30대 여성들에게 간접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불안함은 서른네 살의 기회다!' 이 다큐멘터리가 결론처럼 말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서른넷이라는 나이가 아직 새로운 걸 더 도전해도 괜찮은 시기이며, 그 어느 때보다 더 나 자신을 알고자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진정한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MBC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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