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4일 15시]

2010년 12월 29일, 종합편성채널 심사위원 의견청취 시간에 'TV조선' 오지철 사장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공언했다.

TV조선을 필두로 네 개의 종편사가 개국한지 벌써 7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오지철 대표가 공언한 '글로벌 방송"'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적자에 허덕이는 네 개의 신생 방송사만이 현재 남아있다. 그 중에서 특히 TV조선의 상태가 심각하다.

자체 제작 드라마 하나 못 만드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한반도> 홍보 스틸

TV조선 드라마 <한반도> 홍보 스틸 ⓒ TV조선


최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TV조선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발표하려 했던 극작가 김수현이 방송사를 옮겨 JTBC에서 글을 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수현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을 중단한다"는 TV조선의 내부방침 때문이었다.

이처럼 TV조선은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직면해 있다. 1년에 1000~2000억 가까운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나 예능을 시도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있다.

대신 TV조선의 편성표는 값싼 다큐멘터리, 뉴스, 외국 프로그램 등으로 짜여있다. 어떻게든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눈물어린 노력이 보이는 대목이다. JTBC나 MBN이 자사 컨텐츠를 키우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컨텐츠 부족'이라는 약점에 허덕이고 있는 TV조선이다보니 재방송 비율 역시 위험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주말 TV조선이 방송한 23개의 프로그램 중 무려 17개 방송이 재방송이었다. 재방송 비율이 73%에 다다른 것이다.

이는 다른 종편사의 평균 재방송 비율인 65%보다도 10%p 이상 높은 수준이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의무편성 비율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종합편성채널 이라는 여섯 글자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에 악순환 반복...'명예로운' 출구전략 필요할 때

 TV조선이 6월 25일 월요일 서울 강남역에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사진은 오지철 대표와 TV조선 임원들, 조선일보 변용식 발행인, 조선영상비전 임현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남스튜디오 오픈식.

TV조선은 지난 6월 25일 월요일 서울 강남역에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사진은 오지철 대표와 TV조선 임원들, 조선일보 변용식 발행인, 조선영상비전 임현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남스튜디오 오픈식. ⓒ TV조선


뿐만 아니라 TV 조선은 전체 평균 시청률 역시 네 개 종편사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TV 조선의 평균 시청률은 0.4~0.5%에 머물렀다. 개국 시점과 비교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성적표다. 자사 컨텐츠 부족, 시청률 하락, 투자 위축, 재방송 비율 상승 등의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TV 조선이 개국의 이유로 내걸었던 국내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미디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종편의 출범 취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사태에 대해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달 관련 포럼을 통해 "종편이 이같이 출범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고,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 역시 "이렇게 질 낮은 선정적 방송이 나간다면 시청자의 피해가 크다. 19대 국회가 언론장악 청문회를 열어 무능력한 종편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평했다. 개국 7개월만에 종편이 퇴출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최초 납입자본금으로 3100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은 TV 조선으로선 대단히 난감한 입장이 됐다. 광고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한참 떨어진데다가 적자폭이 1000억원을 넘어선 이 시점에 '퇴출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잘못하면 얻은 건 하나 없고 가진 것만 내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수도 있다. TV 조선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면서 '김수현 드라마'를 울며 겨자먹기로 포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숭실대 김민기 교수는 "TV 조선을 필두로 한 종편 4개사 모두 헤어나올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스스로 명예로운 퇴로전략을 짜야 할 때다" 라고 충고했다.

과연 TV 조선으로 대표되는 '종편' 4개사는 끝까지 살아남아 종합편성채널 이라는 훈명을 고이 간직할 수 있을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든지, 아니면 하루 빨리 출구전략을 마련하든지 TV 조선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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