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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 2일> 시즌 1과 시즌 2

<1박 2일> 시즌 1과 시즌 2 ⓒ KBS2


<1박 2일>이 시즌 2로 개편된 이후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국민예능'이란 한 때의 별칭이 무색할 정도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모두 경쟁 프로그램 <런닝맨>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즌 2라고 해도 <1박 2일>이 5년 동안 브랜드 가치도 쌓아왔을 텐데, 이렇게까지 벼랑에 몰릴 것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박2일>의 제작진으로서도 답답할 것이다.

사실 <1박 2일>의 몰락은 안으로 밖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다. 시즌 2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KBS 파업으로 결방이 이어졌고, 이 때문에 충성도 높았던 시청자들의 결속력도 와해를 가져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BS와 MBC가 각각 <런닝맨>과 <나가수2>를 <1박 2일> 시간대에 전략적으로 편성했다. 특히 유재석을 중심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고 있는 <런닝맨>과의 정면승부는 <1박 2일>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사건이었다. 시청률의 절반을 떼어 <런닝맨>에 내어줄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이렇듯 '외환'이 겹치는 와중에 '내우' 역시 계속 됐다. 제작진의 아이디어 부족, 시즌 1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나태함이 <1박 2일>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7명의 팀원들이 서로 유기적 화학 작용을 일으키지 못하고 서로 겉돌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차태현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콘셉트의 캐릭터조차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시즌 1'이 국민 MC 강호동을 중심으로 은지원, 이승기, 이수근 등이 경이로울 정도로 확고한 색깔을 확립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박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종민, 성시경, 주원, 김승우, 이수근, 엄태웅, 차태현이 1박2일을 상징하는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박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종민, 성시경, 주원, 김승우, 이수근, 엄태웅, 차태현이 1박2일을 상징하는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의 '캐릭터'

사실 <1박 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의 '캐릭터'다. 여태껏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리얼 버라이어티 쇼, 이를테면 <무한도전><1박 2일><패밀리가 떴다><런닝맨> 등을 살펴보면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내용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멤버의 캐릭터였다.

캐릭터가 자리를 잡고 그것이 제대로 활용돼야만,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일정한 스토리가 나오고, 예측 가능한 웃음이 나오며,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를 '캐릭터 쇼'라고 부르는 것도 그 한 이유다.

현재 <1박 2일>의 캐릭터 구성은 많은 약점이 있다. 7명의 팀원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못 잡고 있다. 그나마 차태현, 김승우 정도만이 선방할 뿐 새로 투입된 주원, 성시경 등의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의 명확성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제작진은 <1박2일>의 멤버 교체를 공식 선언하고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육지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멤버인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 역시 '시즌 1'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할 뿐 새 시즌에 맞는 다양한 색깔을 구현하지 않았다. 시청자로서 한마디로 정을 붙일만한 캐릭터가 없다.

'리더'이어야 함에도 '만년 2인자'로 남아있는 이수근 캐릭터

<1박 2일>의 이수근 2월 종영을 앞두고 있는 <1박 2일>의 시즌2 열쇠는 이수근이 쥐고 있다.

▲ <1박 2일>의 이수근 2월 종영을 앞두고 있는 <1박 2일>의 시즌2 열쇠는 이수근이 쥐고 있다. ⓒ KBS2

<1박 2일>시즌 2가 시작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출연자는 이수근이다. 그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1박 2일>의 에이스라고 불리던 강호동, 은지원, 이승기가 차례로 빠져나간 자리에 원년 멤버로 지금껏 <1박 2일>을 지켜온 인물은 오직 이수근 혼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는 예능 경험 역시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당연히 팀원들을 이끌며 캐릭터를 부여하고, 상황을 정리하며 변주해야 할 사람은 이수근이다.

하지만 이수근은 애초의 기대에 빗나간 행보를 이어나갔다. 예능 경험이나, 리얼 버라이어티 내공, 애드리브나 순발력 면에서도 이수근은 다른 멤버들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이인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수근이 '시즌 1'의 이인자 캐릭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1박2일>의 불행이다.중간마다 빈틈을 공략해 의외의 웃음을 터뜨리고, 몸개그로 눈길을 사로잡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1박 2일>의 부진을 이수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박 2일>이 내림세를 겪게 된 이유는 이수근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제작진이다. '시즌 1'의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상유지에만 급급했던 제작진의 탓도 있다. <1박 2일>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의  첫 단계가 바로 '이수근 활용법'이다.

지금 이수근의 현재 자리는 일인자도, 이인자도 아닌 너무나 어색한 위치다. 중심이 되어야 할 그가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르니 다른 멤버들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구심점이 없기에 유기적 화학 작용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고, 관계 맺기 역시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수준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관계가 끊어진 캐릭터들은 웃음을 촉발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리얼버라이어티의 큰 재미라고 할 수 있는 풍성한 스토리도 기대할 수 없다.

이수근에게 리더쉽을 불어넣는 것...<1박2일> 회생의 길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1 KBS연예대상에서 쇼오락MC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이수근이 강호동을 언급하며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있다. 이수근은 강호동의 웃음소리가 그립다며 인생의 모토인 그와 함께 내년에는 함께하고 싶은 바람을 수상소감으로 전했다.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1 KBS연예대상에서 쇼오락MC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은 이수근이 강호동을 언급하며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있다. 이수근은 강호동의 웃음소리가 그립다며 인생의 모토인 그와 함께 내년에는 함께하고 싶은 바람을 수상소감으로 전했다. ⓒ 이정민


정답은 하나다. '이수근'이라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를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밀어 올려줘야 한다. 제작진이 확실히 이수근에게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판을 짜준다면 팀원들 역시 중심을 잡고 일정한 캐릭터를 형성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수근에게 <1박 2일> 시즌 2의 위기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이수근의 롤모델인 강호동이 어떻게 국민 MC가 됐는가.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추진력과 리더쉽을 발휘하며 멤버를 강력하게 이끌었기 때문에 국민 MC가 된 것이다.

강호동뿐만 아니라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국내 내로라하는 국민 MC들 역시 프로그램의 중심을 꽉 잡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운용의 묘'를 보여준다. 이들 역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스스로를 단련시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수근 역시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한다면 MC로서 한단계 크게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수근은 이제 만년 '이인자' 꼬리표를 떼어 버려야 한다. 맏형인 강호동이 그랬던 것처럼, 막내인 이승기가 그랬던 것처럼 <1박 2일>의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의 최전방에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가 최전방에 나서서 프로그램의 전열을 가다듬지 않는다면 '유재석과 아이들'이 이끄는 <런닝맨>을 당해낼 수 없다. 물론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 일꾼' 이수근의 새로운 각성이 필요한 때다. <1박 2일> 제작진과 이수근의 건투를 빈다.

1박2일 이수근 강호동 김종민 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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