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영한 SBS 수목드라마 <유령>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한 SBS 수목드라마 <유령> 한 장면 ⓒ SBS


"우리 드라마(<유령>) 보면 악플은 쉽게 못 남길 겁니다."

지난 5월 22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SBS 수목드라마 <유령> 제작발표회에서 소지섭은 사이버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 내용을 두고 이와 같이 말했다.

역시나 소지섭의 예상대로 <유령>은 쉽게 악플을 남기지 못할 드라마였다. 비단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동안 인터넷 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달았던 악플 모두 말이다.

지난 6일 방영된 <유령> 3회는 여배우 신효정(이솜 분)이 죽기 직전 '신효정에게 진실을 요구 합니다'(이하 신진요)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누리꾼들이 연달아 죽임을 당하는 내용이 방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1년 전 달은 댓글이 죽음으로 되돌아오다

오프라인에서 일면식조차 없었던 희생자의 공통점은 딱 하나. 바로 '신진요'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누리꾼이라는 분모다. 그 중에서는 과거 신효정 매니저의 전 여자 친구도 있었고, 신진요 카페 운영자도 있었다. 신효정 전 매니저처럼 신효정과의 갈등 이후 홧김에 인터넷 상에 성 접대 루머를 유포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딱히 신효정과 개인적인 원한 관계도 없어보였다.

그동안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신효정의 인기와 미모가 못마땅하던 차에 이 때다 싶어서, 혹은 심심해서 재미로 단 악성 댓글과 합성 놀이였다. 심지어 신효정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장면이 포착된 동영상마저 누리꾼들의 조롱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지난 6일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유령>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유령> 한 장면 ⓒ SBS


신효정 악플에 가담했던 이들이 하나하나씩 죽어가기 전까지 그들은 1년 전 자신들이 익명성을 가장해 손가락으로 남긴 댓글 하나가 자칫 '인격 살인'에 버금가는 끔찍한 행위를 저질렀는지 의식조차 못했다. 신진요 운영자가 죽고, 또 한명의 희생자가 나오자 그제야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며 두려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다음 차례는 내가 아닐까?' 하고 떨고 있는 순간에도 '악플'의 심각성은 인식하지 못한다. 되돌아오는 물음은 '왜 고작 악플 단 것으로 죽어야하지?'하는 답일 뿐이다.

물론 이들은 단순히 신효정에게 악플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다. 신진요 카페 회원 연쇄 살인을 계기로 김우현을 위장한 박기영(소지섭 분)의 꼬리를 잡으려는 '팬텀' 혹은 누군가의 계략에 의해 미끼가 된 억울한 희생이긴 하다. 하지만 연쇄 살인 용의자가 신진요 카페 회원들을 연이어 죽이면서 남긴 메시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특히나 희생자들이 1년 전 신진요 카페에 남겼던 말이 고스란히 되돌아왔다는 점은 여전히 자신들이 과거 무의식으로 단 악플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던 이들조차 오금을 저리게 한다.

드라마 속 '신진요'에게만 찾아온 무서운 부메랑일까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 성장하는 연예인 혹은 유명 인사 속성 상 좋던 나쁘던 대중들의 반응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한 작품을 책임지는 스타일수록 대중들이 요구하는 재능과 품행을 보여 주어야하는 것은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만약 배우 혹은 가수로서 대중들을 실망시켰다면 그에 따른 비판도 기꺼이 감수해야한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 그리고 인신공격은 불과 한 끗 차이다.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은 비판할 수 있어도 최소한 사람 자체를 미워할 수는 없다. 연예인 또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들 혹은 언론인 또한 누군가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으면 그에 맞는 확실한 근거와 정확한 논리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유령> 속에서 죽기 전까지 신효정을 괴롭힌 성 접대 루머 리스트는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단지 청순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여배우이기에 루머를 사실인양 믿어버린 수많은 누리꾼들이 아무 죄의식 없이 던지는 무수한 돌멩이를 고스란히 맞았던 것이다.

신진요 카페 회원들은 신효정을 직접적으로 죽인 책임은 없다. 허나 평상시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모니터 앞에만 서면 진실을 요구한다는 명목 하에 근거 없는 비방으로 소중한 인격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회원들. 그리고 이들에게 찾아온 끔찍한 비극. 과연 드라마 속 '신진요'에게만 찾아온 무서운 부메랑일까.

'신진요'에게 찾아온 유령. 어쩌면 유령은 신효정을 죽이고도 범죄를 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악마 '팬텀'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무책임하게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일상인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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