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구 MBC 주말 <뉴스데스크> 전 앵커

최일구 MBC 주말 <뉴스데스크> 전 앵커 ⓒ 이영광


"시용기자를 제발 뽑지 말라는 요구를 하러 5층 보도국에 가서 농성을 하려고 했는데 그걸 못 올라오게 막아 버린 것은 상당히 치졸하다고 생각한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전 앵커는 지난주 목요일 사측이 5층 보도국을 폐쇄한 것에 대해 사측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지난 21일 여의도 MBC 사옥에서 만난 최일구 전 앵커는 "고참으로서 그런 문제가 안 일어나도록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했었기 때문에 착잡한 건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속 시원하게 결단했던 것 같다"고 마이크를 놓게 된 심경을 전했다.

최 전 앵커는 "우리사회가 의제설정을 제대로 못한 채 비켜나가고 '이건 왜 뉴스가 안 될까?'하는 고민이 많았고 힘들었다"고, 특히 '한미FTA'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씁쓸해 하였다.

검색창에 '최일구'를 치면 눈에 띄는 연관검색어에 '눈물'이 뜬다. 원래 눈물이 많을까? 이에 최 전 앵커는 "원래 눈물이 있긴 있다. 사람은 슬픈 영화 보면 눈물 나지 않나?"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지난 보신각 집회를 떠올리며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2주전 세 명의 아나운서가 노조를 탈퇴하고 업무 복귀한 것에 최 전 앵커는 "세 명의 아나운서는 그 나름 가치와 철학이 있는 것이고 다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이 노조탈퇴와 업무 복귀한 것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하기 싫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 대표가 언론사 파업을 불법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한 것에 관련해서 최 전 앵커는 "언론사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외부에서는 하지만 그 전에 장기 파업 사태를 몰고 온 것 자체가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특보출신을 KBS사장에 앉히고 맘에 맞는 사람을 MBC 사장으로 앉힌 것 자체가 정치행위"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하는 것이 우리 파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일구 전 앵커는 "110여일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며 "제대로 방송이 안 되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는데, 이왕 참아주신 거 조금만 더 참아 주신다면 좋은 MBC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MBC 주말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와 1문 1답이다.

"불공정보도 개선에 대한 몸부림 공감, 보직 내려놨다"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최일구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MBC, KBS, YTN 노조 공동파업 선포식'에 참석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발언을 하고 있다.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최일구 앵커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MBC, KBS, YTN 노조 공동파업 선포식'에 참석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마이크를 놓으신지 4개월이 되어갑니다. 방송기자의 꽃인 앵커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을 때 착잡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2월 중순에 주말 <뉴스데스크>를 그만 뒀어요. 파업이 오늘로 113일 되어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착잡할 것은 없어요. 방송기자의 꽃을 앵커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엔 앵커가 대단한 자리라고 보진 않고 그냥 보직이에요. 기자를 하는데 취재를 하는 기자가 아니고 뉴스를 진행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밖에서는 앵커를 기자의 꽃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마이크를 놓을 당시, 착잡하거나 갈등이 있지 않았어요. 왜냐면 뉴스가 제대로 방향을 못 잡고 'MB방송' 뉴스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2년 동안 저도 보도국의 고참으로서 그런 문제가 안 일어나도록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했어요. 그래서 착잡한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속 시원하게 결단 했던 것 같아요. 후배들이 제작 거부를 하고 파업에 들어갔을 때, 불공정 보도라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에 제가 100% 공감을 했기 때문에 앵커라는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에 동참을 한 거죠."

- 앵커를 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시청자와 소통을 위해서 나름 뛰어 다니고 했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에요. 주말 <뉴스데스크>를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안했기 때문에. 우리사회 의제설정을 제대로 못한 채 비켜나가고 '이런 부분이 왜 뉴스가 안 될까? 왜 뉴스를 안 할까?'하는 고민이 많아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예로, 지난해에 한미 FTA가 날치기 통과 됐을 때 그런 부분이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지길 바랐는데 안 됐을 때 힘들었어요."

- 혹시 앵커하실 때 위로부터 압력이 있었나요?
"주말 <뉴스데스크> 아이템은 주중에 짜놓기 때문에 그 회의에는 제가 참석을 안 해서 압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부장들 스스로가 자기네 부서일인데 아이템으로 내놓지 않았는지 위에서 압력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제가 직접적으로 받은 압력은 없어요."

- 부장급부터는 노조에서 자동 탈퇴되어 파업을 못합니다. 하지만 기자께서는 보직을 사퇴하면서까지 파업에 동참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보직부장이 되면 자동으로 탈퇴가 되기 때문에 저도 부국장이여서 노조원 자격이 없었지만 파업을 하게 되면 노조에 재가입해서 파업을 해야만 노동자로서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재가입 하게 된 거죠."

"아나운서들의 노조탈퇴, 가타부타 평가하기 싫어"

- '최일구'라고 검색창에 치면 검색어 중 하나가 '눈물'입니다. 아마도 3월에 파업 출정식에서 흘린 눈물 때문인 것 같은데 원래 눈물이 많으신가요?
"원래 눈물이 있긴 있죠(웃음). 슬픈 영화 보면 눈물 나잖아요. 뭐, 인간은 다 눈물이 있잖아요."

- 그 당시 상황이 어땠어요?
"그때가 3월 5일이었을 거예요. 그때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고 종로 보신각에서 저녁 집회가 있었어요. 후배들이 여러 명 올라가고, 저도 올라갔습니다. 그날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후배들이 단상아래서 우의를 입고 한 300명이 서 있는 것을 보니까 갑자기 너무 처량해지는 거예요. '이 시간은 취재하고 편집해서 기사 쓰기도 바쁜 시간인데 도대체 우리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흘렸죠."

 여의도 MBC 주변에 붙여진 포스터

여의도 MBC 주변에 붙여진 포스터 ⓒ 이영광


- 지난주 목요일 사측이 보도국을 폐쇄하였습니다. 이유를 뭐라 했습니까?
"이건 너무 치졸한 행위가 아닌가 생각해요. 보도국에서 시용기자를 뽑으면 나중에 파업이 끝났을 때 보도국이 양분되는 미궁에 빠지기 때문에 뽑지 말라는 요구를 하러 5층 보도국에 가서 농성을 하려고 했는데 그걸 못 올라오게 막아 버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상당히 치졸하다고 보죠."

- 시용기자라는 것이 뭐죠?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시용기자란 뽑고 1년 후에 정규직으로 돌릴지 말지 결정되는 기자예요." 

- 2주전 파업 100일 즈음 세 아나운서가 업무 복귀 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세 명 아나운서는 그 나름 가치와 철학이 있는 것이고 다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노조탈퇴와 업무 복귀한 것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하기 싫습니다."

- 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아나운서가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노조의 분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밖에서 볼 땐 얼굴이 알려진 친구들이 복귀를 했기 때문에 전체가 다 그런 것인 냥 비춰질 수 있는데 오해고, 극히 일부에요. 이 정도만 복귀한 거고 나머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파업대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세 명이 MBC를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봐요."

 파업중인 MBC 노조가 22일 여의도 본사 로비에 김재철 사장 구속하라는 피켓을 내걸었다.  노조는 이날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가 수억 원대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해 전세 관리까지 함께 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폭로하며 부동산투기 의혹과 함께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파업중인 MBC 노조가 22일 여의도 본사 로비에 김재철 사장 구속하라는 피켓을 내걸었다. 노조는 이날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 J씨가 수억 원대 아파트 3채를 공동 구입해 전세 관리까지 함께 했다는 내용을 추가로 폭로하며 부동산투기 의혹과 함께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문제삼았다. ⓒ 남소연


- 언론인이 다른 매체에서 자신이 속한 언론사 문제로 인터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평상시라면 다른 매체와 인터뷰할 이유가 전혀 없죠. MBC는 일종의 전시체제기 때문에 감안을 해야 하고 또 저희가 국민을 상대로 많은 것을 알리고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터뷰에 응해야 한다고 봐요."

- 오늘로 파업 113일째이죠. 최승호 PD는 월급 못 받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하셨는데 기자께서는 뭐가 가장 힘드세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기자이기 전에 생활인들이잖아요. 월급 못 받는 것이 힘든 건 힘든 거고, 두 번째는 백여 일 넘게 파업 사태가 장기화 되고 빨리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저에겐 가장 힘든 거죠."

- 언론에서 '5월 말 6월 초'가 파업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던데요.
"6월이면 19대 국회가 개원하고 특히 야당에서는 19대 국회 개원 첫 번째 문제로 언론사 파업 문제를 의제로 삼겠다고 해서 그런 부분에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김 사장을 비리혐의로 노조가 고발한 상태입니다. MBC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국회가 개원하면 여야 간에 협상이 이뤄져서 김재철 퇴진 쪽으로 간다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게 맞물려서 '5월 말 6월 초'가 고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저도 그 부분에서 기대를 갖고 있어요."

- 19대 국회가 개원한다 해도, 여대야소 상황으로 가면 방법 없지 않나요?
"그건 야당이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 문제죠. 그건 국회에서 할 일이니까 제가 뭐라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밖에 없죠."

최일구 전 앵커가 보는 '이 사람들'

- 기자께서 보는 김재철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보도국 선배로 사회부에 잠깐 같이 있었으나 교류가 없어서 성품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몰라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자면, 후배들로부터 온갖 창피를 당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자진사퇴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데 무슨 이유로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 얼마 전 공개된 영상에서 김 사장이 자신의 존재를 부인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점심시간에 시사인 기자에게 포착이 되어 나온 얘기인데 자기가 창피하고 할 말도 없다 보니까 자기를 부정한 것 아닌가 해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시사인> 기자가 '혹시 김재철 사장님 되세요'라고 묻자,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하는 동영상.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시사인> 기자가 '혹시 김재철 사장님 되세요'라고 묻자,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하는 동영상. ⓒ 화면캡처


- 지난주 목요일 권재홍 앵커 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 앵커가 입원을 했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입원했다니까 쾌유를 비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톱뉴스로 앵커가 부상당해서 진행을 못하는 것을 맨 앞에 알리는 것은 상당히 안 좋다고 봐요. MBC <뉴스데스크>가 구내방송도 아니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데 어떻게 톱뉴스로 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언론사의 파업을 불법정치 파업이라고 규정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부에서는 언론사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그러지만, 그 전에 장기 파업 사태를 몰고 온 것은 정치인들이거든요.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특보출신을 KBS사장에 앉히고 맘에 맞는 사람을 MBC 사장으로 앉힌 것 자체가 정치행위잖아요. 저희보고 불법정치파업이라고 하기 전에, 그걸 바로잡기 위해 하는 것이 우리 파업이라고 생각해야죠. 그걸 굳이 정치파업으로 보면 어쩔 수 없지만 저희는 전혀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오로지 방송을 바로 잡겠다는 순수한 마음 밖에 없어요."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 5월초 이상호 기자가 진행하던 <손바닥 뉴스>가 아이템을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기자께서도 '손바닥 TV'에서 <소셜데스크>를 진행하셔서 남다를 것 같은데 어땠나요?
지난해 12월부터 <손바닥 뉴스>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방송을 했는데 저도 파업을 하면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해서 2월말에 그만 둬서 아쉽죠. 특히 이상호 기자 경우, '손바닥TV'에서 <손바닥 뉴스>는 핵심 콘텐츠였는데 그 역시 정치적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기자가 취재하고 보도하려는 아이템이 민감한 사안이 많다보니까 도중에 그만두게 한 것 같고 너무 아쉬워요. 제대로 발전시켰다면 새로운 대안미디어로써 역할을 충분히 했을 것 같은데."

- 인터넷방송과 공중파를 다 경험하셨는데 비교한다면?
"지상파 방송은 아무래도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이라는 것이 있고 감옥안의 갇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손바딕TV'경우에는 시간의 제약이 덜하고 아이템 설정도 자유롭게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어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 저희가 110여일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무한도전>이라든지 <뉴스데스크>가 제대로 방송이 안 되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왕 참아주신 것, 좋은 방송으로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좋은 MBC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최일구 MBC 방송사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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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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