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이 개봉 하루 만에 박스 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영화다. 중심 스토리도 신선하다. 일본에서 운명적 만남으로 사랑하여 결혼했지만 7년이 지나자 아내가 챙겨주는 밥이 귀찮고, 아내가 걸어오는 말이 짜증을 주고, 아내의 벗은 몸은 되려 부담이 되고, 아내의 모든 것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 같아 아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한 남자가 전설의 카사노바를 고용하여 아내가 먼저 이혼을 제안하도록 유혹 작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결혼 7년째 아내가 지겹다

결혼 7년째 아내가 지겹다 ⓒ 유나이티드픽쳐스


류승룡의 변신이 즐거워

영화가 재미있게 하는 힘은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에 있다. 류승룡, 이광수, 이선균, 임수정 등 배우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하고 있다. 특히 류승룡의 변신이 즐거웠다. 카사노바의 역할을 맡은 그의 연기는 영화 속 자신의 별명 '화룡점정'처럼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수염을 기르고 거친 피부를 가졌지만 부드러우면서 뜨거운 눈빛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부드러운 손길과 깊은 스킨십으로 여성을 점점 유혹에 빠뜨리는 자연스런 몸짓과 대사를 소화한 연기는 대단했다. 마치 현실에서 픽업아티스트가 여성을 유혹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듯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그의 여인들과 나누는 불어와 스페인어 등 외국어 발음을 들으면 많은 연습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임수정은 남편이 지겨워하고 짜증스러워할 정도로 남편을 열심히 챙기고 잔소리하며 또 남편만 알고 사는 주부다. 그러나 가족의 대소사나 눈치보고 사는 것을 싫어하는 문제의식은 바로 직설 화법으로 표출하는 까칠한 역할이다. 그의 까칠하고 웃음을 주는 주부 연기보다는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의 작업에 점점 빠져들어가며 표현하는 얼굴과 몸의 관능적 연기가 훨씬 매력을 주었다. 목장에서 젖소의 젖을 짜는 것을 장성기가 가르쳐준다며 자연스럽게 손잡고 몸을 뒤에서 감쌀 때 내면의 떨림을 표현하는 표정 연기처럼 장성기와 친밀도가 깊어지면서 변화하는 얼굴색과 표정은 현실같이 살아 있었다.

 아내는 카사노바에게 빠져들고...

아내는 카사노바에게 빠져들고... ⓒ 유나이티드픽쳐스


라디오 피디역을 맡은 이광수도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영화 '간기남'에서는 덜떨어져 보이지만 날카로움이 담긴 대사를 찔러대 웃음을 주었는데, 여기서도 유부녀(임수정)에게 반해 헛발질하는 역할을 하며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요즘 이광수가 연기하는 독특한 캐릭터에 점점 빠져든다.

잘 쓴 각본은 아니지만, 결혼 생활에서 오는 권태기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코믹한 상황과 대사로 구성한 것이 재미를 준다. 이것은 감독이 방향 설정을 잘 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감독의 용기 없음과 사랑에 대한 얕은 가치관을 고려할 때, 사회성을 부각시키는 영화로 같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독특한 캐릭터로 재미를 더하는 이광수

독특한 캐릭터로 재미를 더하는 이광수 ⓒ 유나이티드픽쳐스


영화에서 감독은 분명 사랑과 결혼제도를 다루고 있다. 연애할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키스하고 차에서도 섹스하며 서로의 몸을 뜨겁게 갈구하던 남녀가 그 사랑의 결과로 결혼을 했지만 일상의 지긋지긋함은 이혼을 생각하게 한다. 두 남녀가 가정법원으로 가기까지 과정에서는 결혼 생활이 가지는 여러 문제들을 감독은 털어놓는다. 아내의 벗은 몸이 오히려 부담스러운데 같이 살아야 하는가? 신경 써주는 것이 구속으로 느껴지는데 같이 살아야 하는가?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를 귀찮아하는 남편을 보고 같이 살아야 하는가? 사랑이 없는데 왜 같이 살아야 하는가? 그러나 가정법원 앞 점심시간 식당에서 운명적 첫 만남의 추억이 떠오르며 참고 살기로 결말을 맺는다. 연정인(임수정)과 이두현(이선균)의 말로 대신 표현하듯이 누구나 지겨워도 외롭기 때문에 참고 같이 산다는 것이 감독의 메시지다. 그리고 하나 더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라는 것.

감독은 가족제도와 사랑이 가지는 모순에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표현했으나 영화의 상업성을 위해 코믹함에 더 노력하며 제도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코믹함과 문제의식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영화를 가져 갈 수 있지도 않을까? 이혼하고 싶었으나 정말로 아내가 카사노바에게 빠져들게 되어 외로워지고 불편해지자 다시 아내를 찾는 영화 속 이두현의 지질함을 민규동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데 드러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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