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스튜디오에 등장한 김구라 피규어

지난 16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스튜디오에 등장한 김구라 피규어 ⓒ MBC


10년 전 사건으로 불미스럽게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를 떠난 김구라의 빈자리는 예상보다 컸다. 장기간의 파업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과거 신정환에 이어 김구라마저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남아있는 멤버들은 연신 그분(?)을 회상함은 물론, 그분을 향한 그리움이 큰 나머지 몸집만 1/10로 줄였는데 짤막한 목을 가져 더 불쌍해 보이는 피규어를 내세웠다.

한동안 MBC에서 볼 수 없었던 케이블 Mnet <슈퍼스타> 시즌 우승자인 서인국, 허각이 공중파 간판 예능에 출연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라스>의 주인공은 서인국, 허각도 아니요, MBC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의 손진영, 구자명도 아니었다. 피규어 하나가 대신 진행석을 지키던 김구라였다. 조금 과장된 표현으로 <라스>의 죽은 공명이었던 김구라는 자리를 비우는 순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오프닝 초부터 연신 셋째 김구라를 언급하였던 MC들은 급기야 김태원이 손진영에게 한 말을 두고 다짜고짜 그에게 전화를 건다. 김태원은 현재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라스>에서 공동 진행을 맡고있는 김국진과 오랜 호흡을 맞추며 호형호제하는 친분이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로커 김태원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가 예능에 출연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구라다. 김태원에게 김구라는 은인이자 각별한 사람 그 이상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김구라의 현재 상황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 16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 MBC


"김구라씨는 어떻게 될까요?"...김태원 "김구라씨 거기 없어요?"

굳이 김태원이 과거 <위탄>에서 손진영에게 건넨 말의 정황이 궁금했다면 그것만 물어봤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윤종신은 다짜고짜 김태원에게 "김구라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했고, 김태원은 짐짓 모르는 척 "김구라씨 거기 없나요?"라고 재치 있게 응수한다.

그 뒤 "너무 냉정한 것 아니나."라고 대답한 김태원. 순간 <라스> 스튜디오는 정적만 감돈다. 그리고 요즘 김구라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밝힌 김태원은 <라스>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자신이 용서받을 자격을 만드는 것이다. 용서를 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알려진 10년 전 막말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김구라를 두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김구라를 향한 용서를 부탁한 김태원. 그도 잘잘못을 떠나 김구라가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고, 꽤 오래 방송에 나오지 못할 것을 짐짓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구라를 감싸는 듯한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큰 파장을 끼치고 몇몇 이들의 반감을 살 것까지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김태원은 무작정 김구라를 용서하고, 바로 방송 복귀하게 도와달라는 뜻에서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오래전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지나간 일로 하고 묻혀버리자는 뜻도 결코 아니다. 10년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고 손바닥으로 숨기려고 하기보다, 바로 인정하고 일제 강점기 시대 피해입은 위안부 할머니들께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고 물러날 줄 아는 김구라이기 때문에 용서를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말실수에 반성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던 김구라.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그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방송 내내 셋째이자 가장 덩치가 컸던 김구라를 잊지 못했던 <라스>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김구라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김태원의 명언으로 김구라를 향한 그리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라디오스타 김구라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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