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개정된 수하물 규정

대한항공의 개정된 수하물 규정 ⓒ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최근 변경된 대한항공 수하물 운송 규정이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항공사와 여행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수하물 규정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미주 노선에는 '수하물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개수제'를, 이 외의 노선에는 '수하물 무게'를 기준으로 하는 '무게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오는 31일(발권일 기준)부로 이를 모두 개수제로 일원화한다. 이에 따라 수하물 허용량 및 초과 수화물 요금도 모두 개수제에 따르게 됐다. 가장 많은 이용객이 탑승하는 일반석의 경우 종전 기준에선 가방 개수와 무관하게 총 20kg까지 허용됐지만, 개정 후에는 23kg 가방 1개만이 허용된다.

여행업계 "당장 31일부터 적용...여행객들 혼란 예상된다"

그러나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 일본 등에서 찾아와 명동 등 유명 관광지에서 김, 과자, 김치,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는 한류 관광객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하물 규정 때문에 국내 관광상품 판매가 감소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소포장 단위의 선물 구입이 많은 관광객의 경우 물건들을 한 꾸러미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항공사의 수하물 규정 개정이 관광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큰 김이나 과자류의 경우, 한 수하물에 보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몇 만원어치를 구입하고 더 많은 돈을 배송비로 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누가 상품을 구입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개정이 너무 시급히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8일에 언론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당장 31일 이후 발권일부터 바뀐 규정을 적용한다고 한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시행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에서) 홈페이지 하단의 공지사항과 발권 당시 안내만으로 규정이 바뀌었음을 알린다고 하는데, 모든 관광객들이 규정의 변화를 다 안내받지 못할 수도 있기에 혼란이 예상된다"며 "심지어 관공서 관광과 직원들도 이 규정을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한항공이 배포한 보도자료 대로 수하물 규정을 일원화하는 것이 "각 항공사간 원활한 연결 수송"이 목적이라면, 환승이 필요 없고 2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일본이나 중국 노선에는 개정된 수하물 규정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국 관광을 목적으로 오는 관광객의 경우 항공사에 환승에 따른 별다른 불편이나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아시아 항공사 중 극히 일부만 개수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외항사도 아닌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급작스럽게 규정을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7일 오후 김현중 쇼케이스가 열린 장충체육관 앞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1200여 명의  아시아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한류열풍을 실감케 했다. 일본에서 온 팬들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을 들어보이며 쇼케이스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가수 김현중의 쇼케이스에서,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오마이스타> 자료사진) ⓒ 이정민


대한항공 "개수제로 바꾸면 오히려 3kg 여유분이 더 생길 것"

반면 대한항공 측은 "오히려 3kg의 여유분이 더 생겼다"며 관광업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홍보팀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본,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의 평균 수하물 무게는 각각 12.3kg와 13.78kg이고, 평균 수하물 개수는 모두 1.03개"라며 "이 데이터에 따르면 수하물 규정을 무게제에서 개수제로 바꾼다고 해도 일반 관광객들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보팀 측은 "개수제로 바뀐다고 해도 박스 등을 사용해 하나의 꾸러미에 합치면 허용 무게를 초과하지 않는 한 별다른 문제는 없다"며 "수하물의 크기에도 물론 제한이 있기는 있지만, 일반 여행객들이 이 때문에 제지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수하물 규정을 일원화한 배경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수하물 규정이 무게제에서 개수제로 변경되고 있는 추세"라며 "물론 아시아에서는 대한항공이 다섯 번째로 변경한 사례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수하물 규정 개정이 충분한 시일을 두고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정도 유예기간이면 단체로 관광오는 분들의 경우 발권 과정에서 여행사를 통해 충분히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오는 분들에 대해서도 항공권 예약 센터에서 변경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공항에서 이같은 사항을 안내하기 위한 안내판을 세울 예정인데, 이는 아직 제작 중"이라며 "당장 고객들이 불편을 느꼈다는 사례가 없어 추가적으로 안내가 필요한지는 특별히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한항공 홍보팀 측은 여행업계의 주장에 대해 "관광객들이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물건을 사는 것은 전적으로 관광객의 몫"이라며 "어떤 기준과 근거를 갖고 '관광객들이 물건을 덜 살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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