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 아이스 쇼 공연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연아와 김진서가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 아이스 쇼 공연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연아와 김진서가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 정혜정


한국 '남자' 피겨계에 '리틀 김연아'가 떴다.

올해 초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남자 시니어 부문 우승을 차지한 김진서(16·오륜중) 선수에 대한 이야기다.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김진서가 12일 방송된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E1 올댓 스케이트 스프링 2012' 아이스 쇼에 연아 누나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된 김진서. 방송은 '진서, 연아와 함께 점프하던 그날'을 디데이(D-day)로 정하고 '그날'을 준비하는 김진서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는 피겨 꿈나무가 세계적인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김진서는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재미삼아 부담 없이 오르던 얼음이었다. 그러다 3년 전,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고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됐다.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은 대부분의 선수에 비해 김진서의 출발은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김진서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연습량으로 보완하자'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파도 참아요. 뛰어야 하는 점프는 다 뛰고 집에 가는 성격이에요. 선생님께서 집에 가라고 하셔도 가끔은 안 가고 남은 점프 다 뛰고 가요."

악착같이 하려는 성격 때문에 김진서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작년 지상훈련 도중 고막이 터져버린 것이다. 왼쪽 고막의 8/10이 떨어져 나갔다. 힘들게 준비해 온 국제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진서가 겪은 가장 큰 시련이었다.

"저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오히려 저보다 엄마가 더 힘드셨을 거예요. 저에겐 동료가 있지만 엄마는 저 하나 보고 계시는 건데…. 그래도 지금 괜찮아져서 다행이에요."

낙천적인 성격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낸 김진서에게 꿈에서나 그리던 순간이 펼쳐졌다. 연아 누나뿐 아니라 존경하는 남자 피겨 선수인 패트릭 챈(22·캐나다), 스테판 랑비엘(27·스위스)을 비롯한 세계적인 스케이터와 한 무대에 서게 된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피겨 꿈나무가 거목같은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게 되는 동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훈련하는지가 카메라를 통해 더도 덜도 없이 전달됐다.

하필이면 아이스 쇼 준비기간과 겹친 중간고사. "시험을 잘 봤는지 못 봤는지조차 모르겠어요. 그래서 예상 점수도 없어요. (웃음)" 시험을 마치고 나온 김진서를 훈련장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진서군의 어머니가 도시락을 들고 대기 중이다. 차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 뒤 훈련을 시작한다. 빙판에 오르기 전 지상훈련으로 몸을 풀던 중, 연아 누나를 만난 김진서. 촬영 내내 카메라 앞에서 쾌활한 모습을 보이던 김진서가 연아 누나 앞에서 얼어버렸다.

 훈련도중 '연아 누나'를 만난 김진서가 잔뜩 긴장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훈련도중 '연아 누나'를 만난 김진서가 잔뜩 긴장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MBC 화면 캡처


"(진서 너) 카메라 울렁증 있어?" (김연아)
"(연아) 누나가 앞에 있으면…. 모르겠어요. 경직돼요. 말이 잘 안 나와요 (웃음). 누나가 들어오시면 '누나 오늘 여기서 운동하시느냐고' 이 정도는 물어보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말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김진서)

김연아는 아이스 쇼를 앞두고 긴장한 김진서에게 조언하고 빙상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으니까 국내 대회든 국제 대회든 부담이 더 생길 것 같아요. 진서는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을) 많이 끌어올렸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이제 좀 더 기본기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빠르게 진도를 끌어올리다 보면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기가 싶거든요. 너무 올라가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있는 곳에서 더 탄탄하게 빈자리를 메꾸고, 그다음에 올라가면 좋을 것 같아요."

김연아의 조언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3만여 관중에게 '김진서'를 각인시키기 위해 머리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리허설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드디어 D-day(그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김진서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이제 그날이에요. 그날의 마지막이에요. 갔다 올게요. 재미있게 하고 오겠습니다."

 김연아(가운데)의 '올 오브 미(all of me)' 무대에 함께 선 김진서(오른쪽)

김연아(가운데)의 '올 오브 미(all of me)' 무대에 함께 선 김진서(오른쪽) ⓒ MBC 화면 캡처


김진서는 그룹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에 맞춰 개인 무대를 선보였다. 아이스 쇼에 처음 섰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고 신 나는 무대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김진서는 자신의 우상 연아 누나의 무대에 함께 서는 영광을 누렸다.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 쇼에서 캐나다 가수 마이클 부블레의 '올 오브 미(All of me)'에 맞춰 남장 연기를 펼쳤다. 이 무대에 김진서는 에반 라이사첵(27·미국), 패트릭 챈, 스테판 랑비엘과 함께 연아 누나를 호위하는 보디가드로 깜짝 등장했다. 모든 연기를 실수없이 마친 김진서는 공연이 끝난 뒤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항상 보기만 했던 공연에 제가 선다는 생각에 한 달 전부터 떨렸어요. 첫 공연인데도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고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이스 쇼 마지막 공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오르던 무대. 그래서 막연히 동경만 했던 무대. 그 무대에 서게 된 피겨 꿈나무의 시각을 좇은 카메라. 김연아와 '제2의 김연아'라 불리는 97년생 여자 피겨 샛별 5인방 (김해진 조경아 이호정 박소연 박연준)과 비교해 언론 노출이 적었던 김진서에 주목한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은 대중들에게 또 한 명의 '스타 예고'를 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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