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니폼 전태풍, 하늘색 유니폼 문태영, 녹색 유니폼 이승준이 출격한다. SK가 꺼내든 카드는 25% 확률로 이들을 빗겨갔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가 지난 7일 마무리됐다. '3년간 계약 후 이적' 조항과 '차별규정' 논란 속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상대로 고양 오리온스는 전태풍과 만났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문태영을 선택했다. 원주 동부와 서울 SK는 동일 조건(3년 연봉 5억) 1순위로 이승준을 적어냈고, KBL 추첨결과 이승준은 동부로 가게 됐다. 

전태풍, 문태영, 이승준, 오리온스, 모비스, 동부, SK가 이번 귀화혼혈 드래프트 7개 핵심 키워드였다. 3명을 두고 4개 구단이 경쟁했다. 선수 3명이 선택을 못 받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4개 구단 중 1개 구단은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했다. 최악의 수는 결국 SK가 됐다. SK가 던진 한 방은 과녁을 빗나갔다.

SK는 문태영을 지명하지 않을까 싶었다. SK에는 김민수, 김우겸, 김재환이 있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SK는 최부경을 선택했다. 모두 빅맨이다. 당연히 이승준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문태영 쪽에 무게가 실린 것은 사실이었다.

황성인 은퇴, 주희정의 팀 공헌도, 김선형과 조화를 생각하면 전태풍도 SK에게 의미 있는 카드였다. 다만, 오리온스가 일찌감치 '전태풍 영입'을 사실화했기 때문에 맞붙지 않은 것 같다. 결국 7일 추첨 결과 동부가 이승준 영입에 성공했다. SK는 이번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안타까운 키워드가 돼버렸다. 

 전태풍

전태풍 ⓒ KBL


이번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키워드는 전태풍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온스도 아니다. 모비스도 문태영도 이승준도 아니다. 추첨으로 이승준을 얻은 동부도 모자란다. 

모비스와 문태영은 조화가 관건이다. 볼 소유시간과 에이스 플레이어를 모비스 특유의 팀 플레이에 녹여내야 한다. 모비스가 김시래-양동근-문태영-함지훈-외국인 선수 조합을 만든 것은 맞다. 하지만 문태영은 창원 LG에서도 좋은 멤버와 뛰었다. 

동부의 김주성-이승준 조합이 튼튼해 보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다. 이미 올 시즌 주전 5명 중 1명만 빠져도 동부의 수비는 삐걱거렸다. 이승준은 수비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동부와 얼마나 맞을지 관건이다. 비시즌 동안 확실히 팀과 호흡해야 한다. 모비스와 동부의 핵심은 귀화혼혈선수와 적응기간이다. 

오리온스에는 좋은 포워드 자원이 많다. 최진수, 김동욱, 이동준 등과 전태풍은 어울린다. FA자격을 얻은 김동욱과 이동준에게 오리온스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건이다. '빅4' 전술로 포워드 농구를 펼친 오리온스에게 5억 전태풍 영입은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전태풍과 추일승 감독의 궁합은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왼쪽부터)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 전태풍,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

(왼쪽부터)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 전태풍,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 ⓒ KBL


전태풍 또한 언론에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다"고 흡족해 했다. 우승확률까지 언급했다. 귀화 전인 '토니 애킨스' 시절 했던 농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전태풍은 오리온스에서 적절한 돌파와 속공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 많이 움직이며 찬스를 보고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보여줬다. 

전주 KCC에서 전태풍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승진과 함께 뛸 때 전태풍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이 반감된 부분도 있다.  

물론 팀 승리를 위해선 개인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KCC에서 전태풍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스스로 참아야 했던 부분도 있다.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서 가드는 돌파력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상대 수비를 뚫을 활로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오리온스는 포인트가드 자리가 절실했다. 전태풍을 다양하게 활용할 것은 분명하다. 전태풍은 이승준, 문태영보다 적응이 가장 쉬워 보인다. 물론 팀 성적과 어떤 궁합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전태풍 개인을 놓고 보면 오리온스행은 현재로선 찰떡궁합이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KBL 전태풍 오리온스 귀화혼혈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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