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남북단일 탁구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코리아>는 분명 훌륭한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의 향연이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북한 대표팀 역을 맡은 배우들도 주목받았다.

어려웠던 북한 방언,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로 한층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이 속속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김응수·배두나·한예리·이종석에 이르는 북한 대표팀 라인은 신구 조화와 함께 좋은 연기까지 갖췄다는 이야기들이 솔솔 흘러나오던 상황.

이때 마침 남한 대표 최윤영이 짠하고 나섰다. 실은 배우 최윤영,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을 잘도 수행했다. 이른바 발랄함에 대한 전방위 마크라고나 할까. 만약 <코리아>에 최윤영이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가 없었다면 영화는 한층 진지하고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았을까.



① 최윤영, 알고 보니 발랄하지 않다...치료 불가능한 낯가림 병?

"영화에서 보면 다들 무겁고 절제하는 연기였잖아요. 감독님이 저한테 혼자 밝게 발랄하게 톤도 높게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어요. 그 사이에서 연기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전 나름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리뷰 중엔 저 혼자 너무 밝지 않았냐는 지적이 있더라고요. 상처받았어요!(웃음)"

처음 접했다던 탁구도 물론 힘들었지만 연기적으로 어려웠던 점에 최윤영은 '발랄한 톤'을 꼽았다. 분명 신인 배우에게 홀로 톤을 다르게 가라고 하는 건 어려운 주문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도 왜? 본래 성격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 물으니 실은 최윤영, 심한 낯가림 병이 있단다. 그것도 성격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진짜 낯가림이 심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땐 누가 말을 걸어주기 전까지 말도 안 했어요. 성격이 그랬는데 드라마에서 밝은 역할을 계속 하면서 조금 활발해졌어요. 저 원래 생각도 많고 공상도 많아요."

이 와중에 좋아하는 남자에겐 먼저 고백한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라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그러니 "남녀관계에선 다른 거 같아요"라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인다. 그랬다. 어쨌든 최윤영에겐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는 건 배우의 면모로선 잘 된 게 아닐까. 다양한 캐릭터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참, 그건 그렇고 그녀가 멍해 하고 있을 땐, 낯을 가리는 거라고 오해하지 말자. 그건 진짜 아무 생각 않고 멍해 있는 거니까. 본래 아무 생각 안하기를 통해 자신을 충전한단다.


② <코리아> 참여 하고 싶어서 거짓말?...사실은...

이미 영화 개봉 전 미디어데이 당시 최윤영은 탁구를 전혀 모르는데 잘 친다고 하면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영화에 정말 참여하고 싶어서 거짓부렁이를 던진 셈인데 마침 현정화 감독은 이런 최윤영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문현성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현정화 감독이 최윤영을 총애한 이유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였다. 그건 그렇고 최윤영은 영화 <코리아>에 왜 죽자고 달려들었던 걸까?

"오디션을 보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봤어요. 수정 전 시나리온데 영화를 보면 제가 남한에서 현정화 선수랑 복식 팀에서 뛰다 남북단일팀에선 빠지잖아요. 수정 전 시나리오엔 그 과정이  담겨 있었어요. 지금 영화에선 제가 마냥 잿밥에 관심 있는 애로 나오지만 실은 탁구에도 열정이 있는 아이였답니다. 그게 너무 좋아서 무조건 시켜달라고 매니저를 졸랐어요.

오디션을 보는데 당연히 탁구를 잘 치냐고 묻잖아요? 그때 제가 공채 때(최윤영은 KBS 21기 공채 탤런트 출신) 선배들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오디션 볼 때 뭐 할 줄 아냐고 물으면 그냥 다 할 줄 안다고 대답하라는 말이었거든요. 말 탈 줄 알아? 그러면 너무 잘 타요~ 이런 식이요(웃음)."

결국 영화에 합류했지만 문제는 오디션 다음이었다. 오디션 다음 날부터 촬영이었기에 밤새 그녀는 탁구를 연습했다고. 결국 실력은 탄로 났고, 이후 최윤영은 눈물을 흘리며 몇 배는 더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열정, 인정하자!

③ 힘들면 소주 한 잔?..."예리 언니랑 종종 마셨다"

40여 일을 함께 합숙했던 만큼 배우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을 터. 평소 최윤영은 힘든 점을 티를 안내는 편이란다. 그럼에도 이번엔 도저히 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왜 그리 울었는지 물으니 힘들어서가 아니라 잘 안돼서 우는 거였다고 답했다. 역시 냉혹한 스포츠의 세계였다.

배우들 중에선 최윤영은 합숙할 대 같은 방을 썼던 배우 한예리와 서로 많은 얘기를 했단다. 지방 촬영 땐 인근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싸들고 와 소주를 나눠 마실 만큼 돈독했다면서 말이다.

최윤영은 "여자들이 보통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할 기회가 없는데 이번에 같이 해보니 마음이 통하는 게 느껴졌다"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이틈을 타 군대 얘기를 꺼냈다. 특히 입대하자마자 신병 훈련을 받는 신병 교육대에선 6주 이후 서로 헤어질 때 남자들이 그렇게 눈물·콧물 쏟는다니 최윤영 역시 '격하게' 공감했다. 군대 얘기가 꼭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최윤영 정리편, 신인답지 않은 연기와 열정!     

실은 최윤영, 아직은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다. <코리아>가 데뷔작인 영화 부문에선 더욱 그렇다. 인터뷰도 무대인사도 모든 게 처음이라는 최윤영은 그럼에도 "영화는 찍고 나서가 더 바쁘고 재미있는 것 같다"며 긍정의 기운을 마구 발산했다. 보통 영화 이후 홍보일정은 일이라고 생각해 많은 배우들이 힘들어 하기 마련이지만 스스로 "홍보도 영화 이후 중요하다. 기회를 살려야 한다"며 "예능 프로도 한 두 개 더 나가고 싶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참, 인터뷰 말미에 배두나씨가 깜짝 방문했다. 그 역시 같은 카페에서 인터뷰 일정을 위해 온 것이지만 최윤영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 것. "잘해라~"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배두나에게 온 몸으로 반가움을 보일 땐 또 영락없는 밝은 최윤영이었다.

최윤영은 하고 싶은 게 많은 배우였다. 향후 각오를 물으니 "구체적으로 다 말할 수 있다"며 하나하나 열거했다.

우선 액션! 탁구를 치면서 나름 액션에 욕심이 생겼단다. 그리고 영화 <몬스터>(2003)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자기 모습이 아닌 망가진 모습으로 자신을 다 놓고 연기를 해보고도 싶단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할 수 있다는 캔디형 이미지의 로맨틱 코미디도 빼놓지 않았다. 

그럼 결론은? 최윤영은 "지금은 들어오는 거 다 해야죠"라며 크게 웃어 보였다. 그녀에게 신인이라는 수식어보단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보며 이후의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