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전편에 비해 메시지를 강하게 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전편에 비해 메시지를 강하게 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 위즈덤하우스

김제동.

연예인에서 소셜테이너로. 소셜테이너에서 책의 작가. 그것도 수십만 부를 팔아치운 인터뷰의 달인이 되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이 헛갈릴 만도 하다. 독자들이 바라본 김제동은 어떤 모습일까?

페이스북 교보문고와 소셜북스가 합심하여 개편한 프라이데이 북클럽의 첫 작품은 김제동의 두 번째 인터뷰집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위즈덤경향)이었다. 프라이데이 북클럽에 '나에게 김제동은?'라고 질문했다. 책의 주제를 독자 자신에게 투사하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다채로운 반응들이 쏟아졌다.

프라이데이 북클럽에는 34명의 교보문고 회원이 참여했는데, 독자 4명 중의 3명은 김제동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4명 중의 1명은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김제동에 대한 좋은 느낌 : 친근함, 진심, 공감, 성찰, 소신

김제동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은 '친근하다' '진심이 느껴진다' '소신이 있다' '깊이가 있다'였다.

박명수 씨(교보 아이디 : mystarb612)는 "동네형... 딱! ㅋㅋ"이라고 짧게 평했는데, 오대석 씨(5for10, "전형적인 촌놈"), Ji Seon Kim 씨(dalki51, "동네오빠")), Eunseon Shin 씨(jpk815, "연예인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등이 비슷한 반응을 보여줬다.

김제동표 웃음에 대해서도 칭찬이 이어졌다. 김제동의 개그는 뭔가 다르다는 말인데 순지연 씨(5495197)는 드라마 외에 TV를 잘 안 보시는 엄마도 김제동 씨의 광팬이라고 소개하며 "그 언변은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웃음을 주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것은 김제동 씨가 "개그를 하면서도 속이 깊어 보이는 사람, 트릭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 작은 눈으로 크게 보는 사람"(Lan Cho 씨, 교보아이디 dhrgml27)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좀 더 깊이 있게 이를 분석한 독자들도 있었는데 양지혜 씨(ejemadl486)는 "처음엔 그냥 말 잘하고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낮추어 타인을 높이면서 웃음을 주는 사람이더군요."라며 김제동표 웃음의 속 깊은 곳까지 관심을 뒀다.

김정 씨(cdw0676)는 김제동의 성찰적인 면에 대해서 좋게 보았다.

"제가 생각하는 김제동은 .. 계속 성장하는 친구.. 사람은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공고히 하고 그것이 침해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키려 애쓰죠! 김제동은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책 읽기와 사고를 통해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Eunmi Song 씨(songem81) 역시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주변 사람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성찰과 깊이라는 것은 오래도록 단련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이 점을 독자들이 잘 집었다. You-kyoung Lee 씨(geng3)는 김제동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남의 이야기를 먼저 경청할 줄 아는 귀를 언제나 활짝 열어두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권기성 씨(workhard)는 "그는 사람들과 세상에서 늘 배우고 생각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에게서는 재미있지만 날카로운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웃긴 사람은 아니고 깊이가 있는 웃음을 주는 사람"(박형민 씨, basspark)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재미있는 것은 성찰하고 소신 있는 발언에 대해서 독자들이 긍정적으로도 생각하고 부정적으로도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따지면 김제동의 이 이미지가 '격전지'인 셈이다. 그 이유는 대중들이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와 연예인이 실제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은 웃음을 주는 사람이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사회참여를 자극하는 사람은 아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연예인들이 사회참여를 통해서 대중과 함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팽팽한 긴장이 김제동에 대한 댓글들에도 보였다.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2009년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 당시 김제동 ⓒ 유성호


김제동에 대한 안 좋은 느낌 : 불편, 무거움, 정치적, 바른 이미지

페이스북 상에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안 좋게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프라이데이 북클럽에서도 독자들은 다소 중립적인 표현을 쓰며 자신의 마음을 알렸다. 댓글을 읽어보며 든 느낌은 김제동은 대중에게 굉장히 논쟁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연예인 김제동의 행동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오랜 관찰의 결과 진심을 알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교보문고 독자들은 후자에 가까웠다. 문수주 씨의 반응이 사람들의 이런 복잡한 심정을 상징하는 것 같다.

"때로는 김제동씨 직언이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들릴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의 솔직한 발언에 속이 후련하고. 이제 공인들도 저렇게 당당하게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민규 씨(leemk119)와 Sera Mun 씨는 소신발언 때문에 TV에서 잘 볼 수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B Gyu Lim 씨는 "방송에서 좀 더 가볍고 편한,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진아 씨(jina516)의 "한결같은 바른 이미지.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세요?"라는 의미심장한 댓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소신 발언을 하다 보면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고집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테이너(social-tainer : society+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을 가리키는 신조어) 김제동. 본인은 이 말을 싫어해 휴먼테이너(human-tainer)로 불러달라고 하지만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는 행동하는 소셜테이너로 남아 있다. 그래서 대중들을 많이 고민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김제동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최준용 씨(jeymasta)의 글을 읽으면서 '이거다'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그렇다! 진심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

" 솔직히 처음에는 김제동씨를 억지로 좋은 사람인 척, 올바른 사람인 척 하려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단순한 한마디를 해도 억지로 감동을 주는 말을 골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싫어했었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고 겪어 보지 않고 판단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가 깨닫게 되었고 그간의 그의 소신 있는 행동과 말들을 통해 그의 진심을 보게 되었다.  진심은 모든것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김제동씨를 보며 느끼게 된다."

 MBC노조 주최로 17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MBC노조 주최로 17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으랏차차 MBC> 파업콘서트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 이정민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어떤 책인가?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이하 1권)를 읽은 독자들은 비슷한 책이겠거니 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김제동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1권과 차별된다.

1권에서는 소녀시대, 고현정 등 톱스타와 대중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주로 다뤄서 독자에게 유명인을 만나는 즐거움을 줬다. 하지만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김제동이 주로 하고 싶은 말을 인터뷰이에 투사했고, 후반부에는 김제동 본인에 관한 장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독자로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김제동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왜 김제동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인터뷰어 김제동에게 배운 것은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인터뷰 철학이다. 나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혹시 내가 듣고 싶은 답을 미리 정해놓고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웃음에 대한 철학도 놀라웠다. 갓난아기가 활짝 웃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의도되지 않는 순간 빵 터지는 웃음,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할 때 줄 수 있는 웃음,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웃음. 이것은 단지 웃음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가치 있는 것에도 마찬가지 이치가 아닐까.

그리고 그를 만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와 유명인들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마치 자발적으로 자백하는 것처럼 속에 있는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는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느냐에 대한 대단한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혹시 '김제동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되는 분은 이 책을 통해서 '인간 김제동'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승주 시민기자의 교보문고 북로그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김제동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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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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