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2011-2012 시즌, 2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은 선수는 총 31명이었다. 7억 원의 보수로 전체 '연봉킹'에 오른 동부의 김주성부터 2억 원을 받은 모비스의 김동우, KCC의 추승균, KT의 조동현, LG의 백인선까지.

이 고액 연봉자 31명이 받은 총보수는 무려 99억8천5백만 원이다. 한 명당 평균 3억2천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을 받은 것이다. 이번 시즌 10개 구단에서 총 129명의 엔트리 선수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172억 원 정도. 31명을 제외한 100여 명의 나머지 선수들이 70억 원 가량을 나눠 가진 것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7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위 10%에 해당되는 선수들과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연봉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그렇다면 과연 최상위 계층에 속하는 선수들은, 자신들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을까. 2억 원 이상 연봉을 받은 선수들 중, 연봉 대비 아쉬운 활약을 펼친 10명의 선수를 뽑아 봤다.

고액 연봉 선수... 대부분이 PO 탈락팀 소속

 2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 중 아쉬운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기록표

2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 중 아쉬운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기록표 ⓒ 홍진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탈락 팀 소속인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KGC의 은희석과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KT의 표명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6위안에 들지 못한 팀 소속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고액 연봉자들의 아쉬운 활약이, 해당 소속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9위 SK의 주희정과 김효범. SK 농구단의 이번 시즌 엔트리 12명 보수 총액은 16억6천 800만 원이었다. 그 중 절반이 넘는 8억6천만 원을 주희정과 김효범 단 두 명이 받았다. 연봉만을 보자면 두 선수가 팀 내에서 50%가 넘는 활약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주희정은 커리어 사상 역대 최소 출장 시간, 득점, 어시스트, 스틸 등의 좋지 않은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김효범 또한 지난 2007-2008 시즌 모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후로 최소 경기 출장, 최소 출장시간, 최소 득점, 최소 어시스트, 최소 스틸 등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두 선수의 합계 성적은, 1억 원의 연봉을 받은 신인 김선형 한 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7위 LG의 서장훈과 김현중, 백인선 등의 활약도 아쉬웠다. LG 구단의 전체 보수 19억9천5백만 원 중, 서장훈과 김현중, 그리고 백인선의 합계 연봉은 무려 9억 원이었다. 인상률 127.3%로 전체 3위였던 김현중은 모비스에서의 1년 임대 기간 동안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인상률 100%로 전체 5위였던 백인선도 어느 정도의 기량 향상을 보여주긴 했지만, 2억 원이라는 연봉에 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 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이정석

 이동준을 수비하는 서장훈

이동준을 수비하는 서장훈 ⓒ KBL

사실, 서장훈은 좀 억울했을 것이다. 시즌 시작 전에 LG의 용병은 스피드와 높이,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매그넘 롤이었다. 서장훈의 단점을 롤이 채워줌으로써, 서장훈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시즌이 시작도 되기 전에 롤은 부상으로 퇴출됐고, 서장훈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한 자리 수 대의 평균 득점은 프로 통산 처음이었고, 평균 출장시간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에서도 모두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최하위팀 삼성의 이정석과 이규섭은 어땠을까. 이정석은 정규시즌 세 경기 만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그가 부상으로 빠져 나가면서, 삼성의 시즌 구상이 잘못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규섭 또한 부상으로 20경기에 결장하며 팀의 최하위 추락을 지켜만 봐야 했다. 시즌 막판에 돌아오긴 했지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 점과 자신의 커리어 최저 출장시간, 최저 득점 등을 경신하는 등 부상 여부를 떠나서 아쉬운 활약을 남겼다.

오리온스의 이동준도 아쉬움이 컸다. 정규시즌 초반 비교적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12경기 만에 부상을 당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는 신인 최진수에 밀려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했다. KT의 표명일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며 극도의 부진함을 보였고, KGC의 은희석은 팀 내의 두터운 가드진으로 인해 좀처럼 출장 기회를 갖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출장 시간 자체가 적었던 영향도 있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 중, 아쉬운 활약을 펼친 10명의 선수를 살펴봤다. 소수의 고액 연봉자들은 다수의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다. 그만큼 그들에게 책임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명단에 포함될 선수들이 한 명도 없길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주희정 김효범 서장훈 이동준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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