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종은 경기 전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후반까지 상대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면 자신들에게 승산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 막판 체력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겠다는 의도였다. 양희종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다는 것은 3승 2패로 앞서 있던 KGC에는 우승을 의미했다. 17점차를 뒤집은 한 편의 역전 드라마가 함께한 올 시즌 마지막 승부였다.

 KGC 우승 위닝샷의 주인공 양희종

KGC 우승 위닝샷의 주인공 양희종 ⓒ KBL


KGC는 6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L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종료 9초 전 터진 양희종의 위닝샷으로 66-64로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거둔 KGC는 창단 후 처음으로 KBL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4분간 유효했던 동부의 질식수비

전반전. 동부는 오랜만에 질식수비의 면모를 과시했다. 배수의 진을 친 동부 선수들은 악착같이 KGC 선수들을 수비했다. 골밑은 어느 정도 허용하는 대신 외곽은 철저히 봉쇄했다. KGC는 전반전 9개의 3점슛을 던져 단 하나만을 성공시켰다. 전반 20분 동안 단 26점을 실점한 동부는 벤슨-김주성-윤호영 삼각편대가 24점을 합작하며 32-26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동부는 매섭게 KGC를 몰아붙였다. 상대를 3쿼터 초반 4분동안 무득점으로 막고 황진원의 3점포 등 11점을 몰아 넣으며 순식간에 17점차까지 벌린 것이다. 동부로선 최종 7차전이 눈 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원정 6차전을 지면 최종전도 같은 장소에서 벌여야 했던 KGC는 반격에 나섰다. 5차전 4쿼터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끈 '식스맨' 이정현이 그 중심에 섰다. 17점 뒤진 상황에서 골밑슛으로 KGC의 3쿼터 무득점 행진을 마감한 이정현은 연달아 두 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추격에 불을 지폈다. 동부가 벤슨의 골밑 공격으로 달아나자 이정현은 자신감 있는 개인돌파로 상대를 압박했다. 이정현은 3쿼터 KGC가 올린 16점 중 10점을 책임졌다. 이 순간 만큼은 조커가 아닌 주연이었다.

KGC의 거센 추격, 양희종의 '위닝 샷'

42-53, 11점 뒤진 가운데 4쿼터를 맞이한 KGC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마치 전략적으로 3쿼터까지 체력을 아껴놓은 듯,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3쿼터까지 단 5점에 그쳤던 오세근의 골밑슛과 다니엘스의 3점슛 2방이 터지며 경기 종료 7분여 전 51-57, 6점차까지 추격한 것이다. 양희종의 바람대로 동부는 KGC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동부는 박지현의 3점포로 다시 여유를 가지는 듯 했다. 하지만 박지현은 이어진 KGC의 공격에서 5번째 반칙을 범하며 코트를 물러나고 말았다. 백업가드 안재욱이 있었지만 벼랑 끝에 몰린 팀을 리드하기엔 그의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챔피언 결정전 들어 계속해서 동부를 괴롭히던 반칙관리는 동부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우려대로 박지현이 나간 이후 동부는 볼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KGC는 오세근의 득점과 다니엘스의 자유투로 턱 밑까지 추격했고, 다시 한 번 오세근이 골밑 득점을 성공시키며 종료 1분 50초 전 드디어 62-62, 동점에 성공했다. 동부는 KGC가 추격하는 사이 작전타임을 하나 밖에 남겨놓지 못해 상대의 흐름을 끊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윤호영과 이정현이 득점을 주고받은 64-64 상황. 종료 40여 초를 남기고 공격권을 가진 동부의 선택은 윤호영의 1대1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 내내 윤호영을 철벽 방어한 양희종은 절묘한 수비로 볼을 가로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종료 9초 전 미들 라인 점프슛으로 위닝샷을 만들어 냈다. 동부의 로드 벤슨이 경기 종료와 동시에 골밑 슛을 시도했지만 볼은 림을 외면했고, KGC 선수들은 환호를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KGC의 첫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동부는 3쿼터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전반과 같은 견고한 수비 포메이션을 갖추지 못했고, 4쿼터 중반 박지현이 5반칙 퇴장당한 결정타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정규시즌 16연승과 시즌 최다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동부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완벽한 한 해를 만들고자 했던 꿈을 아쉽게 접고 말았다.

슈퍼루키 오세근, 9년 선배 김주성 넘어서다

 챔피언 결정전 MVP 오세근

챔피언 결정전 MVP 오세근 ⓒ KBL

챔피언 결정전 MVP는 오세근으로 결정됐다. 오세근은 챔피언 결정전 6경기 동안 17.5점 5.3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성적을 넘어서는 맹활약 이었다. 오세근의 활약이 더욱 빛났던 것은 자신의 중앙대 9년 선배 김주성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오세근은 챔프전을 앞두고 선배와의 맞대결을 두고 '자신있게 정면돌파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실제로 그는 김주성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신장의 열세는 힘과 젊은 패기로 메워나갔다. 5차전에서는 정규시즌에서 다쳤던 입술이 다시 터지며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코트를 누볐다. 챔프전 기록에서도 10.5점, 5.3 리바운드를 기록한 김주성을 압도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주성은 분명 예전의 김주성이 아니었다. 체력 문제라는 걸림돌이 있었지만 강력한 골밑 공격도, 정확한 미들라인 점프슛도 상당부분 퇴색된 모습을 보여줬다. 급기야 감정 조절에 실패하며 파울관리 실패로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오세근은 경험 부족을 패기로 만회하며 선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어쩌면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김주성 시대'에서 '오세근 시대'로 전환되는 변곡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KGC 전성시대 열리나

지난 2년간 KGC는 혹독한 리빌딩 과정을 거쳤다. 김태술과 양희종을 동시에 군에 입대시키는 '강단'을 발휘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어둠의 시간은 박찬희와 오세근이라는 큰 선물을 KGC에 안겨줬다. 주전 선수 2명의 군입대라는 KGC 구단의 선택은 2년을 포기했지만 향후 10년을 보장받은 솔로몬의 선택이었다.

김태술, 박찬희의 가드라인과 양희종, 이정현의 포워드 라인은 10개 구단 중 가장 젊고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했고, 오세근은 어느덧 김주성, 하승진에 버금가는 센터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군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KGC는 향후 KBL 명문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했다.

리빌딩 첫 해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맛본 KGC. 그들은 이미 강하다. 하지만 KGC가 다른 팀들에 더욱 무서운 존재로 다가갈 더 큰 이유는 그들은 아직도 한참이나 젊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KGC의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KGC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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