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한 장면 ⓒ 옥탑방 왕세자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도 그가 하면 다르다. "사이다 주세요, 얼마에요?"라는 애교도, "주둥이를 찢어야지, 그 입을 닫겠느냐"는 호통도 묘한 설득력을 준다. 300년을 뛰어넘은 '타임슬립'이란 판타지 장르에서 캐릭터의 황당한 감정을 그럴싸하게 전달해야하는 것이 연기자의 주요 임무일 터.

JYJ 박유천의 코믹 연기가 제대로 터졌다. 조선시대 왕세자 이각에서 현재의 용태용, 그리고 과거에서 현대로 불시착해 좌충우돌하는 이각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하는 박유천의 연기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SBS <옥탑방 왕세자> 또한 시청률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첫 방송에서 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대로 출발한 시청률은 29일 방송에서 11.4%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 중이다. 호평으로 출발한 경쟁 시간대 MBC <더킹 투하츠>가 16%대에서 출발해 14.6%로 주춤하면서 <옥탑방 왕세자>와의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건 물론 타이틀롤인 박유천의 존재감이다. 그는 빈궁의 죽음에 오열하는 모습, 또한 멜로와 코믹을 넘나드는 이각 캐릭터의 다채로움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유천의 존재감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는 이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2003년 SBS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부여주 공주로 출연했던 성유리

2003년 SBS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부여주 공주로 출연했던 성유리 ⓒ SBS


<옥탑방 왕세자>에 없는 <천년지애>의 황당함

"내가 남부여의 공주 부여주다."

아직까지도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가 패러디를 하는 전설적인 명대사(?)를 기억하는가?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소지섭이 '소간지'로 승천하기 전 그 시절, SBS <천년지애>라는 판타지 드라마, '발연기' 시절의 성유리가 낳은 명대사다.

이 드라마 역시 '타입슬립'을 통해 부여에서 현재의 서울로 불시착한 공주를 둘러싼 사랑과 활극을 버무린 이 판타지였다. 그러나 90년대 유행했던 <테마게임>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 디테일과 당시로서는 극복하기 힘들었던 판타지에 대한 몰이해로, 거룩한 시도 그 이상의 족적을 남기지 못했었다. 물론 배우 성유리의 미모는 별개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옥탑방 왕세자>를 보며 시간이동에서 빚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손사래를 칠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드라마 <닥터슬립 진>은 송승헌 주연의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예정이고, 지현우·유인나 주연의 <인현왕후의 남자> 역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과 현재의 인물들이 뒤섞이는 설정이다.

20∼30년을 뛰어넘는 판타스틱한 설정은 그간 <언니가 간다> <인어공주>와 같은 영화에서도 종종 시도되어 왔다. 그만큼 리얼리즘 성향이 강한 국내 관객들과 시청자들도 판타스틱한 설정의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를 별무리 없이 받아들일 만큼의 다양성이 생겼다는 말이다. 물론 판타지나 퓨전 사극의 전성기도 이에 한몫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옥탑방 왕세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시공간을 뛰어넘은 등장인물들이 겪는 혼란상은 장르적 관습 그대로 코미디로 연결된다. <옥탑방 왕세자>의 이희명 작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빈궁의 죽음과 윤회라는 미스터리한 설정을 뒤섞음으로서 참신함을 더 했다. 다소 시트콤스러웠던 10여 년 전 <천년지애>가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정도다.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과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한지민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과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한지민 ⓒ SBS


연기자 박유천, 잘 차려진 밥상을 '덥석'

이러한 설정이 잘 차려진 밥상이라면 그 밥과 반찬을 맛깔나게 소화할 주인공은 필수다. <성균관 스캔들> <미스 리플리> 등에서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던 박유천의 이각과 용태용 캐릭터는 일단 외양만 본다면, 전작들의 사극 속 귀공자와 귀티 나는 재벌2세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여기에 타임슬립이란 전제가 깔리면서 박유천이 연기하는 이각은 아이처럼 요구르트와 생크림에 열광하는 동시에 왕세자 특유의 근엄한 말투가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덕분에 이각 캐릭터는 한국드라마 사상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획득했다.

더욱이 4회 말미 용태용으로서의 자각과 변신이 예고됐다. 박하(한지민 분)와의 로맨스와 함께 자신의 운명을 둘러싼 비밀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강인함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설정으로 인한 1회의 혼란상이 코미디로 넘어갈 즈음 다시금 반전을 예고한 것이다.

<옥탑방 왕세자> 측 관계자 또한 "조선 시대에서 타임 슬립으로 세상에 떨어진 왕세자라는 캐릭터가 현실성이 떨어져 우려했던 부분"이라며 "박유천이 좋은 연기를 보여서 시청자들이 왕세자 이각의 상황에 대해 더 빨리 공감하고 친근감을 느꼈고 그것이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한 장면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의 한 장면 ⓒ SBS


이각, '부여주'로 전락하지 않을 것만은 '분명'

그만큼 <옥탑방 왕세자>는 판타지 장르로서의 드라마틱한 전개에 충실함을 보이고 있다. 박유천의 안정된 연기가 드라마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음도 물론이다. 연이은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 홍수 속에 첫 포문을 연 <옥탑방 왕세자>의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유천은 <성균관 스캔들> 못지 않은 흥행을 담보해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의 '이각'이 <천년지애>의 '부여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소재의 드라마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의사 역을 맡은 배우 송승헌이 긴장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만 용태용과 박하의 라이벌인 용태무(이태성 분)과 홍세나(정유미 분)의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가 회가 갈수록 깊어져야 한다는 숙제는 아직 남겨져 있다. <더킹 투허츠>와의 대결에서 과연 이 판타지 드라마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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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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