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net '슈퍼스타K3'파이널 무대에서 최종우승자인 울랄라세션을 포함한 TOP11이 앵콜송을 함께 부르며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오디션은 한때 부는 광풍이 아니었다. 최근 방송가는 형식만 조금 바꾼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생산해내고 있다. 끝물이라고 했던 SBS < K팝스타 >가 나온 후로도 <보이스 코리아> <슈퍼디바 2012> 등의 오디션이 또 나왔다.
가수는 물론, 연기자, 아나운서, 모델, 디자이너, 라디오 DJ까지 온 국민의 오디션화를 야기한 장본인은 아무래도 Mnet <슈퍼스타K>다. 2009년 시작해 무려 4년째 오디션 바람을 이끈 그 <슈퍼스타K>가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역시 명불허전일까. 지난 8일 접수를 시작한 <슈퍼스타K4>, 약 1주일만에 20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각 방송사에서 그렇게 많은 오디션을 치르고도 아직 숨은 실력자들의 밑천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 < 슈퍼스타K >의 뒤를 이어 나온 오디션들에 보란듯이 돌아온 네 번째 시즌이 그 관록을 얼마나 잘 활용해 스타를 발굴해 낼지 궁금하다.
▲ 'K팝스타'의 심사를 맡고 있는 SM·YG·JYP 엔터테인먼트의 보아·양현석·박진영 ⓒ SBS
달라진 오디션 풍경, '슈스케'의 포지셔닝은? 특히 비슷한 상품이 많아진 만큼, <슈퍼스타K4>가 어떤 보완을 하고 돌아왔는지가 관건이다. <위대한 탄생> < K팝 스타 > <보이스 코리아> <메이드 인 유> 등,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스타를 뽑는 것은 심사위원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TV를 보며 옥석을 가려내 온 시청자들의 눈도 함께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후발주자였던 < K팝스타 >가 여타 오디션과 달랐던 것은 심사위원석의 부각이었다. 수많은 오디션을 거쳐 지금의 가수들을 탄생시켰을 각 기획사의 수장들이 짚어내는 지점은 감정적인 '독설' 이상이라는 초반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공기를 활용하라"는 박진영 심사위원의 디테일해 보이면서도 실상 시청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복잡한 조언 등으로 인해 심사 기준을 두고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진영은 공기밥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오디션에 훈련된 시청자들이 이제는 참가자 뿐 아니라, 심사위원의 심사도 재단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작년까지도 오디션의 최대 상품이었던 '독설'은 극의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해서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슈퍼스타K > 이후 < K팝스타 >와 <보이스 코리아>가 기술적인 지적을 하거나 장점을 살려주는 심사를 통해 '독설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 것에서도 최근 오디션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 Mnet <슈퍼스타K3> TOP11 ⓒ CJ E&M
'슈퍼스타K', 자극적 논란을 '동력'으로 삼지 말길독설과 더불어 그간 < 슈퍼스타K >를 가장 돋보이게 한 것은 불명예스럽게도 '논란'이었다. 일반인인 참가자들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도록 의도적인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이른바 < 슈퍼스타K >의 장기, '악마의 편집'이라 불려왔다.
독설과 이른바 '악마의 편집'은 가수가 아닌 이야깃거리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오디션의 본질이 아닌 논란을 동력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달구는 방식은 < 슈퍼스타K >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단점일 것이다. 자극도 여러 번이면 지겹다.
그나마 < 슈퍼스타K >는 '스타 등용문'이라는 원래 목표에 따라, 잔치가 끝난 뒤 사후관리에 비교적 신경을 쓰는 편이다. CJ E'&M이라는 거대 기업의 지원 하에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진행해왔고, 시즌1부터 시즌3까지 발굴된 참가자들은 각각 둥지를 찾아 떠났다. 서인국과 허각, 존박, 장재인에 이어 버스커버스커 등 < 슈퍼스타K > 출신이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오디션 참가자'에서 '가수'로 거듭난 점은 고무적이다.
과연 자타공인 '원조'라 불리는 < 슈퍼스타K > 시리즈가 올 여름을 또 다시 오디션에 열광하며 보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지 일단은 기대가 앞선다. 달라진 오디션 풍경에서 여전히 '명불허전'임을 증명할지, 그냥 우려먹는 '사골'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