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과 백진희. <하이킥3>의 한 장면

박하선과 백진희. <하이킥3>의 한 장면 ⓒ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아래 하이킥3)> 처음을 되새겨 보자. 감독 인터뷰에서, <하이킥3>는 다큐를 지향한다고 했듯이, <하이킥3>는 잘 나가던 중산층이었던 안내상의 몰락과 고군분투하는 88만원 세대 백진희의 구직 실패라는 동시대의 비극을 잉태하며 시작되었다.

결말에 이르러 안내상은 로또를 맞았고, 백진희는 원하던 직장을 구했다. 물론 방울 토마토인 줄 알았던 진상이가(화분 이름이다) 알고 보니 낑깡이었던 것처럼, 자기 자리조차 없는 신입사원 모습에서, 또 진희의 나레이션으로, 세상일이란 게 알고 보면 생각했던 그게 아니라는 김병욱 월드의 비감함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10%를 넘기기 힘든 시청률에서 보듯, 안내상의 로또도, 백진희의 취업에 대한 썰렁한 반응에서 보듯, <하이킥3>는 우리 시대 짧은 다리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엔 충분하지 못했던 거 같다. 안내상과 백진희는 어땠었나?

 안내상은 몰락했지만, 그 식구들은 그다지 고달파 보이지 않았다. <하이킥3>의 한 장면

안내상은 몰락했지만, 그 식구들은 그다지 고달파 보이지 않았다. <하이킥3>의 한 장면 ⓒ MBC


공감하기에 너무나 '짧았던' 그들의 캐릭터

처남 집에, 그리고 선배 언니 집에 얹혀 살게 된 두 사람은, 궁색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시청자들에게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잠시 나왔던 고시생 고영욱조차 그랬다. 사람들이 이들을 얄밉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안내상이 얹혀 사는 주제에 불구하고 윗사람 노릇을 한다던가, 가장 대우를 바란다던가 하는 처지를 망각한 행동들에서 나왔다.

요즘 드라마에서 가장 인기 없는 주인공이 '민폐' 캐릭터인데, 이들이 바로 딱 그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이킥2>의 신세경은 '얹혀 살았지만, 얹혀 살지 않았다'. 이순재 집에 부족한 부분,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정신적인 면에서는 승자였었다.

그런데, <하이킥3> 주인공들은 그게 없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후안무치하게 느껴지게 행동을 했었으니, 미움을 받을 밖에. 때로는 안내상씨가 '찌질한' 연기를 너무 잘 해서 그런다고 하고, 나중에 역전 상황을 대비해서 그런다고 했지만, 이들로부터 한번 돌아선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을 받아들여준 윤계상과 박하선이 천상 '천사표'였으니, 더더욱 이들에게 갈 마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이킥2>의 매정하고, 이기적인 순재네 식구들과는 더더욱 대비가 됐다. 꼭 드라마적 재미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찌질함'과 궁상맞음이 타당하게 비춰지지도 않고, 그 상대방들이 이들보다 인격적으로도 나아 보이는데, 그런 '루저'들에게 누가 마음을 열어줄까?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 JTBC


JTBC <청담동 살아요>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하이킥3> 패착은 여러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동시대의 아픔에 대한 현상적이고도 피상적인 제작진의 이해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다. 종편이긴 하지만, 이 시대 루저들의 삶을 다룬다는 소재에서 <하이킥3>와 JTBC <청담동 살아요>을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일례로 얼마 전 <청담동 살아요>의 엄마 김혜자가 치통을 앓는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갖은 방법을 써서 치과를 가지 않으려는 김혜자의 각고의 노력은, <하이킥3> 윤계상의 치과 에피소드처럼, 치과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에서 기인한다고 쉽게 이해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김혜자가 잇몸이 나빠서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했을 때, 치료비가 무서워 치통을 견뎌야 했던, 없는 사람이라면 눈물나게 공감할, 시트콤으로서의 웃음을 지향하면서도 그 웃음의 끝이 짠해질 수밖에 없는 이른바 해학과 풍자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이킥3>가 부족했던 면이 바로 이것이다.

물론 안내상의 마라톤 에피소드나, 백진희의 취업기처럼 그런 면이 보여지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청담동 살아요>가 남녀 사랑에서조차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동안, 안내상네 식구들은 여유롭게 윤계상이 사온 한우 고기를 즐겼다.

안내상은 몰락했지만, 그 식구들은 그다지 고달파 보이지 않았다. 백진희는 88만원 세대였지만, 박하선네 '더부살이' 삶 역시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하이킥3>는 다큐로써 동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한 게 아니라, 동시대의 루저들을 '민폐' 또는 겉으로만 '루저(내용상으로는 여전히 중산층인)'로 그려내는 결과를 낳았다.

 <하이킥3>에 우정 출연했던 신세경

<하이킥3>에 우정 출연했던 신세경 ⓒ MBC


<하이킥3>...안타깝다

게다가 제작진의 숨겨진 보석, 대안으로써의 삶을 보여주려 했던 윤계상은 '농담입니다' 할 때마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어장 관리남'으로, 김지원의 뜬금없는 르완다 행 역시 학교 교육에 대한 대안적 삶이 아니라 철없는 행동으로만 보였다. 그들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전달된 데 따른 결과다.

물론 안내상과 백진희라는 루저를 잘 그려냈다고 시청률이 올랐으리라고는 장담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하이킥2>에서 세경의 죽음은 가슴 아팠지만, 한편에서 공감가는 바도 없지 않았었다. 개연성이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하이킥3>...김병욱 월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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