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동부의 4차전 승리를 이끈 안재욱

원주동부의 4차전 승리를 이끈 안재욱 ⓒ KBL


모비스는 끝내 동부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동부의 수비는 정규시즌 때와 다름없었지만 6강을 치르고 올라온 모비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무뎌진 창 끝은 변함없이 견고했던 동부의 방패를 뚫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원주 동부가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동부는 지난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울산 모비스를 79-54로 대파하고 1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동부는 지난 시즌 혈투 끝에 KCC에 패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통산 4번째 챔피언 반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비스

KCC와의 6강 PO를 3경기 만에 마무리 함으로써 모비스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플레이오프 한 경기는 정규시즌 두 경기 이상의 체력이 필요하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될수록 동부와의 체력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모비스 선수들은 초반부터 몸이 무거웠다. 민첩한 움직임도, 활발한 패스워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간신히 잡은 외곽찬스는 번번히 림을 외면했고, 경기 초반부터 턴오버를 남발했다. 모비스는 1쿼터에만 5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강동희 감독은 경기 초반 트리플 포스트를 이용하는 대신 박지현, 이광재에게 공격을 맡기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박지현이 날카로운 돌파로 상대의 골밑을 헤집는 사이 이광재는 외곽 3점포로 지원 사격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경기 초반 9-2의 리드를 잡은 동부는 상대의 턴오버를 속공으로 연결하며 모비스의 추격을 차단했다. 1쿼터를 17-10으로 마무리한 동부는 2쿼터 양동근에게 연속 3점슛을 허용했지만, 교체돼 들어온 황진원이 곧바로 3점포로 응수하며 전반을 31-25로 앞섰다.

레더의 파울관리, 또 말썽 부리다

모비스는 3쿼터 초반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함지훈의 득점에 이어 양동근의 3점포가 림을 가르며 30-33, 3점차까지 추격한 것. 하지만 동부에는 '예비역 병장' 이광재가 있었다. 곧바로 이광재가 3점포로 응수하며 점수차를 벌린 동부는 곧이어 로드 벤슨이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며 한숨을 돌렸다.

시간이 갈수록 몸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던 모비스 선수들은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3쿼터 종료 3분전 레더가 또 '파울 트러블'에 걸린 것이다. 레더의 4반칙 전까지 전반전과 같은 6점 차를 유지하던 모비스는 허점을 파고 들어오는 김주성과 벤슨에게 연달아 골밑을 내줬고, 급기야 이광재에게 3점포까지 허용하며 순식간에 11점 차까지 뒤진 채 3쿼터를 마쳤다. 지난 3차전에서는 2쿼터에 파울트러블에 걸리며 패배의 원흉이 됐던 레더는 이날도 파울관리에 실패하며 상대에게 승기를 내주는 원인을 제공했다.

'크레이지 모드' 안재욱, 4쿼터를 지배하다

흔히들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4쿼터의 안재욱(동부)이 그랬다. 박지현의 4반칙으로 4쿼터 들어 포인트가드를 맡은 안재욱은 상대의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을 단 3분 만에 뭉개버렸다. 4쿼터 시작과 함께 3점포를 성공시킨 안재욱은 1분 뒤 골대 왼쪽 코너에서 다시 한 번 3점슛을 꽂아넣으며 순식간에 점수차를 17점 차까지 벌렸다.

이어 박종천의 볼을 가로챈 뒤 이어진 공격에서 미들라인 점프슛을 성공시켰고, 양동근이 3점포를 넣으며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자 날카로운 돌파에 이은 패스로 벤슨의 덩크슛을 어시스트하며 상대의 숨통을 끊었다.

이날 단 14분을 뛰며 10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안재욱은 마지막 4쿼터에서만 10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4쿼터 중반 점수차가 20점 이상 벌어지자 강동희 감독은 주전 5명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였다. 승리를 확신한 것.

동부에서는 안재욱 외에 이광재가 3점슛 4개 포함 16득점을 올렸고, 로드 벤슨 역시 16득점 8리바운드로 어김없이 골밑을 지켰다. 또한 반면 모비스는 양동근과 함지훈이 나란히 18득점을 기록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레더가 열두 개를 시도한 야투 중 단 한 개만을 성공시키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안방에서 무기력하게 동부에게 챔프전 티켓을 내줬다.

살아나는 동부의 외곽

아무리 수비가 강한 팀이라도 공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승리를 따낼 수는 없는 일. 4년 만에 챔피언 복귀를 노리는 동부가 고무적인 것은 갈수록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에 1, 2차전에서는 60득점 대에 그쳤지만 3차전 70득점에 이어 이날은 79득점을 기록하며 견고한 방패에 이어 창도 날카롭게 갈고 닦았다.

또한 홈에서 10%와 29%에 그친 3점슛 성공률은 오히려 원정에서 치른 3차전에서 43.7%로 상승했다. 4차전에서는 무려 73%(8/11)의 놀라운 적중률을 선보였다. 동부의 신명나는 외곽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원주 동부는 KCC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6차전 끝에 아쉽게 패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히 2승 2패로 맞선 5, 6차전에서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1점 차, 2점 차로 패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름내 한 가득 땀방울을 흘렸고,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2007-2008시즌 우승 이후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원주 동부가 통산 네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릴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양 KGC와 부산 KT의 승자와 벌일 7전 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은 3월 28일부터 원주에서 시작된다.

원주 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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