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차> 공식포스터

영화 <화차> 공식포스터 ⓒ 필라멘트픽쳐스


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일본에서 드라마로 먼저 제작된 <화차>는 첫 장면에서 이 제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악인을 태우고 지옥으로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 수레'

악인, 지옥 같은 섬뜩한 단어가 암시하듯 빚 때문에 시작된 여자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 파산을 돕는 로펌 직원은 "우린 금융에 대한 교육도 없이 성인이 되어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고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됐을 때엔 준비 없이 썼던 게 모두 빚이 되었는데 대처 방법조차 몰랐다"라고 강변한다. 단지 그렇게 시작되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전쟁터에서 무방비 상태로 총을 든 적군에게 노출된 소녀처럼 처참한 삶의 모습이다.

원작자는 사회적인 화두를 미스테리 형식으로 풀어가는 미야베 미유키이다. '추리극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스릴 넘치는 화법을 타고 흥미진진하게 전달된다. 예측 불가능 한 상황이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며 레고를 완성 하듯 보는 추리극의 묘미가 잘 살아있다. 작가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세상에 살고 있나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호황기의 거품이 꺼지고 불황기에 접어들었던 일본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재 우리사회의 취약점과도 똑같이 닮아 있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요즘의 한국사회에서 카드는 곧 빚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 사채를 쓰기 전에 파산신고를 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것도 이 소설과 드라마가 주는 정말 중요한 교훈이다.

반면 한국의 <화차>는 주인공의 삶과 사랑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행의 원인은 일본의 <화차>처럼 빚이 문제였고 그래서 살기위해 자신이 신분을 숨기고 다른 인생을 훔친 여자의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의 큰 갈림길은 그녀와 사랑했던 남자의 태도이다.

 영화 <화차>의 한 장면

영화 <화차>의 한 장면 ⓒ 필라멘트픽쳐스


일본의 화차 '그녀를 곧 포기하는 약혼자'

일본의 <화차>에서는 결혼할 약혼녀가 사라지자 형사에게 의뢰하여 찾아보지만 그녀의석연치 않은 과거를 알고 현실적인 이유로 남자는 곧 찾기를 포기한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봐서이다. 반면, 한국 <화차>의 남자 주인공은 끝까지 사라진 그녀를 찾고 그녀를 믿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의 일상은 조롱거리가 되지만 가혹하게도 연애는 혼자 노력하거나 열심히 하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일본의 <화차> 드라마가 완성도가 높은 원작에 힘입어 비쥬얼 적인 효과나 특별한 연출 없이도 2시간 동안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드라마라면 변영주 감독의 한국의 화차는 멋진 미장센과 생생한 연출력,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장점을 지녔다.

 <화차>의 '차경선'(김민희분). 아웃포커싱이 자주 나온다

<화차>의 '차경선'(김민희분). 아웃포커싱이 자주 나온다 ⓒ 필라멘트픽쳐스




한국의 화차 '그 남자의 사랑이 눈물 나게 한다'

일본의 <화차> 드라마는 사건중심으로 그 답을 풀어가고 주인공 여자는 극중에 대사가 없지만 한국의 화차는 두 사람의 사랑하는 과정이 잘 살아있다. 주인공 남자인 문호가 여 주인공인 선영을 처음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와 서로 함께 사랑을 하던 시기에 대한 묘사로 두 사람의 감정을 깊게 들여 다 본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의 충격적인 과거가 들어나는데도 끝까지 그녀를 믿었던 남자의 사랑이 배역을 맡은 이선균의 뛰어난 연기를 타고 절절하게 전해진다. 여주인공 역의 김민희 역시 두 얼굴을 가진 여인의 모습을 잘 표현해서 관객을 놀라게 했다.

두 작품은 엔딩도 다르다. 그 대단한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의 원작을 많은 부분 변주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화차가 서스펜스를 원작만큼 끝까지 몰고 갔다는 점에서 변영주 감독의 성취는 대단하다. 이 시나리오를 3년간 잡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변감독의 치열함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영화의 큰 줄기인 스토리 뿐 만 아니라 디테일까지도 섬세하게 살아있어 리얼리티를 더했다. 상업영화로 건너와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7년이라는 오랜 공백 끝에 <화차>를 들고 돌아온 변감독은 화려하게 날아오르고 있다.

화차 김민희 이선균 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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