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와 KT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3월 20일.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고, 정규리그 2위 KGC가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GC는 2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렇지만 정작 경기 종료 뒤에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두 팀의 승패 여부가 아닌, KT 용병 찰스 로드와 KGC 양희종의 몸싸움이었다.

 

3쿼터에 두 선수는 서로 공을 차지하기 위해 넘어져서까지 경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심판은 점프볼을 선언했다. 로드와 양희종이 함께 공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프볼이 선언된 상황에서 양희종은 공을 심하게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며 무엇인지 모를 말을 찰스 로드에게 내뱉었고, 그 플레이에 이성을 잃은 로드는 양희종에게 위협적인 모션을 취했다.

 

이것이 경기를 객관적으로 지켜본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의 아나운서도, 농구 전문 월간지라는 곳의 기사에서도 찰스 로드만을 '매너를 실종한 난폭자'로 몰고 갔다. 분명 후에 이어진 로드의 행동은 실제로 쳤느냐 안 쳤느냐, 고의였냐 아니었느냐를 떠나서 문제가 맞는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언론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양희종을 피해자라 언급했다. 과연 양희종의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까?

 

 서로 공을 차지하려던 로드와 양희종

서로 공을 차지하려던 로드와 양희종 ⓒ KBL

하루 전에 열린 모비스와 동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동부의 김주성과 모비스의 레더. 언론에서는 팔꿈치를 심하게 사용한 레더를 가해자로 몰고 갔다. 반면에 국내 선수 중 최고 연봉자인 김주성은 심한 파울을 당하며 쓰러진 피해자로 언급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경기 내내 김주성의 지나칠 정도의 액션이 계속해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판정이 안 나오자, 결국 레더는 이성을 잃었고, 애꿎은 윤호영과 신경전을 펼쳤다.

 

로드도, 레더도 분명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한 것이 맞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 도를 지나쳤다. 그렇지만 그들이 이성을 잃게끔 행동을 한 국내 선수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까? 국내 선수들은 무조건 피해자일까?

 

이게 바로 KBL의 현실이다. 용병은 그저 외국인 노동자다. 국내 선수와 용병 선수가 함께 엉키는 일이 생길 경우, 잘못은 무조건적으로 용병의 탓이다. 이것은 불문율이다. 언론에서는 관심을 끌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마녀사냥에 나선다. 착한 용병, 순한 용병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플레이오프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정규 시즌에도,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피부색이 일단 한국인과 다르면, 무조건적으로 그 선수는 차별의 대상이 된다. 용병들은 물론이고, 피부색이 다른 귀화 혼혈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된 찰스 로드의 위협 장면

논란이 된 찰스 로드의 위협 장면 ⓒ KBL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문태영과 김주성의 몸싸움이 펼쳐졌었고, 결국 피해를 본 것은 LG의 문태영이었다. 그 당시에도 김주성의 액션에 대해 큰 논란이 있었다. 그의 할리우드 액션 여부를 떠나서, 심판들은 피부색이 다른 문태영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렸었다.

 

과거 농구대잔치와 달리, 현재의 KBL은 용병 선수들의 기량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고, 그에 비례해 용병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커졌다. 용병 없이 경기를 치르면 한 경기에 과연 몇 점이나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만큼 리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용병들이지만, 그들은 그저 용병일 뿐이다. 용병이 30점, 40점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도, 수훈 선수로 뽑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들은 그저 들러리일 뿐이고, 수훈 선수는 항상 10점을 살짝 넘기는 국내 선수의 차지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병 또한 분명 국내 리그에서 뛰는 소중한 선수들이다. 왜 용병과 국내 선수가 부딪힐 때마다 심판과 언론에서는 색안경을 쓰고 그들을 바라보는가.

 

그들도 우리처럼 자제력이란 것을 똑같이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혹시 국내 선수들의 거듭되는 파울성 플레이와 할리우드 액션 등이, 참고 또 참던 그들의 인내력을 폭발시키는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2.03.21 09:20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찰스로드 양희종 레더 김주성 문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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