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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방영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한 장면

19일 방영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한 장면 ⓒ 초록뱀미디어


[장면1] 사업에 실패하고 처남들 집에 얹혀 살고 있는 안내상. 어렵게 보조출연대행 회사를 세웠으나, 돈 받을 거래처가 부도가 나 당장 다음날 채권자들에게 보낼 200만원조차 없다. 그동안 차고 있던 시계까지 팔아봤지만 갚아야할 돈은 한참 모자란다. 결국 승윤, 줄리엔, 처남 여자 친구 하선, 심지어 고3인 지원에게 15만원을 빌려 겨우겨우 채권자들에게 돈을 보낸 내상.

다음날 아빠로서 체면을 지키기 위해 딸 수정에게 용돈을 준다고 차를 타지 않고 촬영장까지 달려간다. 촬영장에서 엑스트라로 우는 연기를 해야 했던 내상은 어제 여기저기 다니며 돈을 빌린 설움을 떠올리며 대성통곡을 하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본 PD는 내상의 눈물 연기를 상당히 흡족해한다.

[장면2] 대학등록금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것도 모자라, 취업이 되지 않아 보건소 인턴을 전전하고 있던 백진희. 어느 날 회사 2곳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면접 시간이 겹치게 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광고 기획 분야 회사와 합격 확률이 높은 영업 부분 회사에서 고민하던 진희.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해, 결국 확률이 높은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을 기다리는 내내, 자기가 가고 싶은 회사를 떠올리면서 우울해하던 진희. 마침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종석의 격려 문자를 받고 용기를 낸 진희는 그 못 타던 스쿠터를 타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하이 기획 면접장으로 향한다.

 <하이킥3>에 출연하고 있는 윤계상과 백진희

<하이킥3>에 출연하고 있는 윤계상과 백진희 ⓒ MBC


<하이킥3> 내상만큼 '짧은 다리'는 없었다

19일 방영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그려낸 사업 실패, 처남 집에 얹혀 사는 중년 남자의 비극과 흔히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 청년의 고군분투 취업 도전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외면하려해도 외면할 수 없는 잔인한 현실이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이라면 마치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자칫하면 내 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무능력한 가장의 비애. 비단 <하이킥3>의 내상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버지 혹은 장인의 경제력에 빌붙어 사는 이는 <순풍 산부인과>의 영규, <거침없이 하이킥>의 준하, <지붕 뚫고 하이킥>의 보석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들은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어르신에게 기대어 살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꽤 윤택하게 사는 편이다.

그러나 <하이킥3>의 내상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망해버렸다. 그리고 자기 아내의 동생들인 처남 집에 내상 가족 모두 빌붙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기적으로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아야하는 처지다. 때문에 매번 철없는 행동으로 종종 눈총을 받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축 처진 그늘진 얼굴이 그 어떤 김병욱PD 시트콤 속 남자들보다 더 애처롭게 보인다.

취업도 안 되고, 대학 등록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벌써부터 빚에 허덕이는 진희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계상을 향한 순애보는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이 나 버렸다. 이제야 자기가 원하는 직장에서 면접을 보고 드디어 짧은 다리의 역습을 이루는가 싶었는데, 진희에게 손을 내미는 그녀의 엄마가 걸린다.

 <거침없이 하이킥> 정준하·박해미 부부

<거침없이 하이킥> 정준하·박해미 부부 ⓒ MBC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진짜' 역습은 지금부터

가족을 위해 자신이 애지중지 차고 있던 시계도 팔아야 했던 내상과, 병든 어머니 생각에 선뜻 내키지 않는 직장으로 면접을 보러가야 했던 진희.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인생도 다르지만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 하고, 하기 싫은 일도 주저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 시대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씁쓸한 자화상이다.

누가 봐도 가장 불쌍하고 동정 받아야 하는 힘겨운 현실에 처해있으면서도 <하이킥3> 속에서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 유독 우스꽝스럽게 보여졌던 내상과 진희. 그렇게 숱한 좌절에도 애써 웃어 보이는 그들의 얼굴이 현실의 온갖 풍파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쓰리게 한다.

물론 애써 현실의 사람들이 피하고픈 어두운 그림자를 여과 없이 비춰주는 터라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킥3>가 마냥 염세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보여 지지 않는 것은, 약자에겐 한없이 싸늘한 벽에 주저앉으면서도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짧은 다리'들의 희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신의 소중한 꿈을 향한 끈을 이어가는 현실의 안내상과 백진희를 위로하고픈 김병욱 PD가 진정 하고 싶은 말도 이것이 아닐까.

종영이 불과 얼마 안 남은 지금, 김병욱PD가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부제까지 달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이킥3>에서 안내상이 열심히 직장을 구하는 모습

<하이킥3>에서 안내상이 열심히 직장을 구하는 모습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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