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의 1차전 승리를 이끈 오세근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KGC의 1차전 승리를 이끈 오세근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 KGC


도토리 키재기 싸움. 양 팀 감독들이 이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KGC와 KT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안양 KGC가 18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4강 PO 1차전에서 54-51로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역대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확률은 73.3%(22/30)이다.

시종일관 답답했던 4강 PO 1차전

24-22 KGC의 리드. 1쿼터가 아닌 전반전 스코어다. 전반 내내 양 팀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KT는 전자랜드와의 6강 PO에서 치른 혈전탓에 체력이 문제였고, KGC는 어린 선수들이 큰 경기를 앞두고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KT는 22점 중 16점이 로드의 득점이었고, 체력적인 문제 탓인지 선수들의 전술적인 움직임이 전혀 나오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반면 KGC는 시간이 갈수록 몸놀림은 가벼워지는 듯 했으나 경기감각이 문제였다.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마다 손쉬운 골밑슛을 연달아 놓쳤고, 서 너차례의 노마크 3점슛 역시 림을 외면하며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양 팀은 전반전 도합 10차례의 3점슛 시도에서 단 한 차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3쿼터 초반 잠시나마 양 팀은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KGC가 김태술의 미들라인 점프슛과 3점포로 앞서나가자, KT는 로드와 박상오의 3점슛과 로드의 화려한 덩크슛으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KT의 체력은 바닥나고 있었고, KGC는 틈을 놓치지 않고 조금씩 점수차를 벌려 나갔다. 상대파울로 얻은 자유투와 리바운드에 의한 속공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분위기를 탄 KGC는 이어 이정현의 패스를 받은 다니엘스가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며 46-36, 10점차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KT도 로드가 3쿼터 막판 상대파울을 얻어내면서 득점을 성공시켜 7점차까지 점수차를 좁히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3쿼터까지 양 팀은 경기내용은 허술했지만 치열한 접접을 펼쳤다. 마지막 4쿼터. 많은 농구팬들은 주말 오후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기대했다. 4쿼터의 클라이막스를 기대하며 끝까지 코트를 응시했지만 양 팀의 4강 PO 첫 번째 드라마는 팬들에게 아무런 임팩트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4쿼터는 KT가 조금 더 나았다. 정확히 말하면 KGC가 더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KT는 4쿼터 들어 로드가 미들라인 점프슛과 외곽 3점포로 46-48까지 추격했다. 이어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조동현이 다니엘스의 공을 가로채며 49-49,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어 49-51로 뒤진 상황서 로드가 다니엘스에게 인텐셔널 파울을 얻어내며 역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로드는 자유투를 하나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고, 이어진 공격에서 박상오의 3점포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전세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위기를 넘긴 KGC는 종료 1분 20초전 오세근이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 과정에서 얻은 파울로 자유투 1개를 성공시키고, 상대의 볼을 가로챈 뒤 이어진 공격에서 오세근이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54-5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KT는 경기 막판 조동현의 자유투 득점으로 한 점을 따라붙고 경기 종료와 동시에 박상오가 동점 3점슛을 던졌으나 무위에 그치며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4쿼터에 단 8득점만을 기록하고 승리한 KGC 이상범 감독의 얼굴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KGC는 오세근이 16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고, KT에서는 찰스로드가 팀 득점의 60%에 가까운 30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홀로 다섯 명을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봄의 잔치

경기를 보는 내내 답답한 경기 내용이었다. 3쿼터 초반 잠시나마 양 팀이 외곽포를 주고받은 내용을 제외하고는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시청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계 캐스터의 멘트가 듣기 불편할 정도였다.

최근 열흘 사이에 10경기를 치렀고, 불과 이틀 전 2차 연장을 치러 체력이 바닥난 KT의 저조한 경기력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바다. 실제 KT는 이날 공, 수에서 현격히 무뎌진 발걸음을 선보였다. KGC는 이날 KT를 압도했어야 했다. 기회도 충분했다. 하지만 KGC는 경기감각이 무딘 전반은 그렇다해도 후반전에도 그들만의 색깔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세근만이 제 역할을 해왔을 뿐, 다니엘스는 신경질적인 플레이로 일관했고, 양희종과 김성철등이 던지는 외곽슛은 번번히 림을 외면했다. 오히려 무기력한 플레이로 체력이 방전돼 있는 KT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54점과 4쿼터 8득점. KT의 수비는 이날 정규시즌처럼 끈끈하지 않았다. 승리한 KGC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막판 작전시간에서 버리는 경기에서 이정도면 잘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창진 감독이 1차전을 임하는 각오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그는 분명 이전과 달랐다. 정규시즌에서 골밑을 책임져야 할 로드가 외곽슛을 던지기만 해도 불같이 화를 냈던 전창진 감독은 이날 아무런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 30점을 기록한 로드는 이날 두 세차례의 호쾌한 덩크슛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득점을 미들라인 슛과 3점슛으로 기록했다. 로드는 이날 줄기차게 외곽에서 슛을 던져댔지만 전창진 감독은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만약 로드가 외곽에서 경기를 풀지 못했다면 51점을 기록한 KT의 득점력은 어디까지 땅을 쳤을지 알 수 없었다. 로드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선수들이 기록한 득점은 총 21점에 불과했으며, 조성민, 박상오는 도합 9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1개만을 성공시켰다.

전창진 감독이 이날 자신만의 패를 숨기고 경기에 임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전 대부분의 출전시간이 30분을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KT 선수들의 체력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의문이 남는다.

양 팀의 이날 경기는 각종 플레이오프 신기록을 쏟아냈다. KT의 51점은 역대 PO 최소득점이며, 양 팀 득점을 합한 105점은 기존 기록보다 10점이나 낮은 기록이다. 양 팀이 기록한 3점슛 4개와 15.4%의 3점슛 성공률 역시 최저 기록이었다.

봄이 깊어진다는 뜻은 프로농구도 막판을 향해 치닫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제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플레이오프야 말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시합이겠지만 팬들은 내용도 알찬 명승부를 기대하며 체육관을 찾고 TV 앞에 앉는다. 양 팀의 2차전은 1차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K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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