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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는 모비스와의 정규리그 대결에서 5승1패로 앞섰다. 1패는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뒤 가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김주성을 투입하지 않은 채 당한 1패였다. 정규시즌 최다승과 최고승률을 기록했고 상대전적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동부와 정규리그 5위 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동부의 손쉬운 우위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모비스의 함지훈 때문이었다. 함지훈이 복귀한 모비스와 동부의 맞대결은 4강 PO에서 처음 이뤄졌기 때문이다.

'만수' 유재학 감독의 지략에서 비롯된 함지훈 효과가 원주 동부마저 무너뜨렸다. 울산 모비스는 17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원주동부와의 4강 PO 1차전에서 함지훈-레더 콤비를 앞세워 원주동부를 65-60으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역대 30번의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전에 진출한 경우는 23번(73.3%)나 된다.  

모비스의 열리지 않는 외곽

경기 초반 동부는 레더와 함지훈에게 더블팀을 가지 않았다. 더블팀으로 인해 파생되는 모비스의 외곽 공격을 원천봉쇄 하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레더와 함지훈에 대한 벤슨과 김주성의 자신감도 이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접전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1쿼터 중반이 지나면서 동부가 기선을 잡았다. 벤슨은 레더와 함지훈이 버틴 모비스의 골밑을 장악했다. 1쿼터에만 14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경기 초반 흐름을 동부가 잡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골밑 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던 모비스는 빠른 패스워크로 외곽찬스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동부가 레더와 함지훈에게 더블팀 수비를 사용하지 않은 데다, 상대 특유의 로테이션 수비에 변변한 외곽슛 찬스 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다. KCC와의 6강 PO에서 40%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던 모비스는 1쿼터에 5개의 3점슛을 모두 실패했다. 외곽이 막히자 골밑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모비스가 공격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벤슨의 골밑 득점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동부가 1쿼터를 26-15로 앞선 채 마쳤다.

함지훈과 김주성의 일대일 매치업

2쿼터 들어 모비스는 수비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중심에는 함지훈이 있었다. 벤슨과 레더가 2쿼터 초반 나란히 3반칙에 걸리면서 활동반경이 줄어든 사이, 김주성과 함지훈의 정면대결이 펼쳐졌다. 함지훈은 김주성과의 일대일 수비를 연달아 막아낸 뒤, 공격에서 역시 김주성을 상대로 훅슛과, 그만의 절묘한 스텝을 이용한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팀을 이끌어 나갔다.

함지훈이 살아나자 동부는 더블팀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모비스는 한 자리가 비는 틈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KCC전에서 보여줬던 빠른 패스워크로 박구영이 외곽슛을 성공시켰다. 기다리던 3점슛은 아니었지만 동부의 수비에 대한 모비스의 해법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어 함지훈은 자신에게 더블팀 수비가 오는 사이 양동근에게 노마크 3점슛 기회를 제공했고, 양동근은 모비스의 첫번째 3점슛을 성공시키며 1점차까지 동부를 압박했다. 함지훈은 전반에만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종천의 3점포까지 연이어 터진 모비스는 33-33으로 경기 초반 이후 첫번째 동점을 만들었다.

동부는 2쿼터 동료 직전 김주성의 골밑슛으로 37-35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지만, 1쿼터에 펄펄 날았던 로드벤슨이 2득점에 그치는 등 2쿼터에 단 11점에 그치며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적재적소에 터진 모비스외 외곽포

모비스는 3쿼터에도 흐름을 이어갔다. 동부는 외곽공격에서 해답을 찾기위해 이광재와 황진원을 번갈아 가며 기용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모비스는 3쿼터 초반 5분동안 상대의 득점을 2점으로 묶고, 레더의 골밑슛과 함지훈의 미들라인 점프슛으로 43-39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모비스의 외곽포가 폭발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말한 양동근이 연달아 3점슛을 성공시키며 50-41까지 점수차를 벌린 것이다.

54-46으로 8점을 앞선 채 3쿼터를 마무리한 모비스는 이변을 예고하며 4쿼터를 맞이했다. 동부의 3쿼터가 뼈아팠던 것은 단 9점을 기록한 공격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최대 장점인 수비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3쿼터에 나온 양동근의 결정적인 3점슛 2방은 모비스의 전술에서 파생된 득점이라기 보다는 동부의 수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터진 것이었다.

동부는 4쿼터 들어서도 윤호영만이 분전했을 뿐 벤슨과 김주성이 철저히 침묵하며 모비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반면 모비스는 4쿼터에서도 함지훈-레더 콤비가 상대의 트리플 포스트를 유린하며 차곡차곡 득점을 쌓았다. 동부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모비스의 공격이 주춤하는 사이 김주성의 골밑 득점과 이광재가 점프슛을 성공시키며 58-62까지 추격한 것이다.

이어 함지훈의 볼을 가로챈 동부는 박지현의 3점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김주성이 탭슛으로 연결하며 60-62까지 추격하며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모비스에게는 3점포가 있었다. 2점차의 살엄음판 리드를 지키던 모비스는 경기 종료 16초전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던진 김동우의 3점슛이 백보드를 맞고 림을 가르며 5점차로 달아났다. 김동우의 이날 첫 득점이었다. 16초 남은 상황에서 5점차. 제 아무리 8할 승률을 기록한 동부라도 전세를 뒤집기엔 불가능했다.

모비스에서는 레더가 23점 14리바운드로 공격을 이끌었고, 함지훈이 18득점 8어시스트로 뒤를 받쳤다. 동부는 로드 벤슨이 22점을 올렸지만 1쿼터 16점 이후 단 6득점에 그쳤고, 11점을 기록한 김주성은 이날 야투 성공이 단 3개에 그칠 정도로 함지훈의 수비에 꽁꽁 막히며 1차전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동부는 1쿼터 윤호영의 3점슛이후 단 하나의 외곽포도 터뜨리지 못했고, 야투가 터지지 않자 골밑에 집중된 공격은 상대수비에 막히기 일수였다. 1쿼터 10분동안 26점을 기록했던 동부가, 또 다시 26점을 기록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25분이 넘게 걸렸다. 

동부산성 무너뜨린 유재학 감독의 지략

경기초반 모비스는 동부에 10점 가까이 뒤지며 손쉽게 경기를 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모비스에는 유재학 감독이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1쿼터에 상대 수비가 함지훈과 레더에게 더블팀 수비를 사용하지 않자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함지훈에게 자신있는 일대일 공격을 주문한 것이다. 함지훈이 김주성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연달아 슛을 성공시키자 동부 수비는 자연스레 함지훈에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유재학 감독의 두번째 묘수가 나왔다. KCC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더블팀 수비를 철저한 외곽 공격으로 사용했던 유재학 감독은 철저히 함지훈-레더 콤비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함지훈은 볼을 잡은 이후 상대가 도움 수비가 들어올 때까지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여기까지는 KCC와의 경기와 같은 상황.

하지만 여기서 함지훈의 대응법은 전혀 달랐다. 3쿼터 이후 함지훈은 자신에게 도움 수비가 붙으면 이를 철저히 레더에게 연결했고, 레더는 이를 정확한 미들라인 점프슛으로 연결하며 상대의 기를 꺾었다. 이 과정에서 골밑과 외곽수비를 겸해야하는 윤호영은 당황한 나머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동부수비의 코트 밸런스는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 KCC와의 경기에서 상대 높이에 대응해 경기당 25개에 가까운 3점슛을 시도했던 모비스는 이날 14개의 3점슛을 시도하는데 그쳤다. 대신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레더 콤비로 상대의 트리플 포스트와 맞불 작전을 놓았고 보란듯이 승리를 따냈다. 외곽 공격만이 모비스의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을 당황케한 유재학 감독만이 펼칠 수 있는 지략이었다.

1차전 승리로 모비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동부가 쉽사리 물러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비스의 1차전 승리는 이번 4강 시리즈를 더욱 안갯속으로 몰고갔다. 모비스가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고 2년만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설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원주동부가 반격에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양 팀의 2차전은 19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다.

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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