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집착남'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국회의원 강용석

'고소집착남'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국회의원 강용석 ⓒ tvN


[ 기사수정 : 16일 오전 11시 58분 ]

한미 FTA가 발효된 3월 15일, 이날은 한 국회의원이 어떻게든 총선용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그 국회의원은 마포 을을 지역기반으로 했으나 사퇴를 선언하고 버젓이 세비를 받고 있는 강용석 의원이요, 그 예능프로그램은 시즌3를 거치며 오디션프로그램 광풍을 몰고 온 < 슈퍼스타K >다.

"3월 15일은 한미 FTA 발효일이면서 '슈퍼스타K4' UCC등록시작일, 강용석도 '슈퍼스타K4'를 지원합니다."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작년 KBS <개그콘서트>이 최효종을 고소하고난 이후 tvN <화성인바이러스>에 '고소고발남'으로 출연을 자청했던 그가 이제 <슈퍼스타K>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 슈퍼스타K > 홈페이지에 "강용석... < 슈퍼스타K > 지원한다라? 우리 마포구민 우습게 보시는데, 좌빨 시민 나도 지원할 테니, 한번 붙어봅시다. 누구 음악이 대중들에게 더 설득력 있는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개그 프로그램 방청이 지역구 행사(?) 참석? 

정치인 박근혜와 문재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일으킨 반향이 부러웠던 걸까? 아니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아나운서 성희롱으로 의원직을 잃은 것도 모자라 '고소고발남'에 등극한 걸 무기라도 삼으려는 걸까. 과연 정작 마포구민들은 이런 강용석 의원의 행보에 "우리 의원님 최고"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 할까?

그러니까 이건 개그로 해석되는 허경영의 쇼맨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강용석 본인조차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 "자신은 허경영과는 다르다"고 선언한 바 있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 부고 빼곤 이름 석 자 나온 자기 기사는 모두 환영한다는 여타 정치인들의 행보와 분명 달라 보인다.

앞선 14일 그는 tvN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장을 찾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개그맨이 조우영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선거 운동"이라 답했다.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장인 CJ E&M 센터는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해 있다.

"지역구 행사에 적극 참가하는 차원에서... 또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겠다는 저의 출마선언의 정신도 살리기 위해... <개그콘서트>에 필적하는 <코미디 빅리그>를 방청하러 갔습니다... 무슨 프로인지 아시죠?"

3시간 반 동안 녹화장에 앉아 방청했다는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방청소감은 여느 블로거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정치인'과 '서민적 행보'가 바로 이 정도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 슈퍼스타K >에서 <코미디빅리그>에서 그를 꼭 봐야만 하는걸까?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풍물패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풍물패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한미FTA로 미국시장을 점령하라' '한미FTA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등 환영 구호가 적힌 수십개의 현수막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한미FTA로 미국시장을 점령하라' '한미FTA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등 환영 구호가 적힌 수십개의 현수막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 권우성


무릎팍도사 출연이 꿈이라던 강용석, 허경영 자리 넘보나?

선거법 상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방송 및 방송광고 출연금지는 선거일 전 90일부터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용석 의원은 방송에 직접 출연하지는 못하지만 어떻게든 유명 프로그램에 이름을 걸치는 식으로 그 '선거 운동'에 전념하는 중이다. 지상파 대신 부담이 덜한, 게다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CJ E&M의 케이블 채널들을 주로 공략하면서. 기사 한 줄, 포털 검색어의 탈환을 위해.

<코미디 빅리그> 관람을 위해 3시간 반을 투자하는 것도, '대양해군 건설'이란 팻말을 들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총선용 홍보와 선거 운동을 위해 < 슈퍼스타K >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건드리는 게 과연 권위주의 탈피와 서민적 행보인 걸까.

그러니까 새누리당으로부터 끈이 떨어진 그가 재선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꿈이 뭐냐하면 무릎팍도사 나오는 게 꿈이에요, 완전 띄워주니까"라고 말한 그가 0%대 시청률인 < TV조선 > '판' 같은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하지만 이에 < 슈퍼스타K >와 같이 일반인이과 가수지망생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출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숟가락을 들이미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눈살찌푸리는 홍보 전략 아닐까.

부디 시청자들이 관심 있는 정치인들이 출연한 방송은 열성적으로 찾아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의 출연엔 냉정하다는 걸 상기하시길. 만약 4월 총선이후 마포구를 계속 지역기반으로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소견을 펼칠 수 있는 정통 정치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고려해 보는 것도 권장한다.

강용석 슈퍼스타K 코미디빅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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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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