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플레이오프 1차전(3월 8일)에서 패했던 부산 KT가 2차전과 3차전을 연달아 승리하며,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면에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인천 전자랜드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의 한계에 부딪히며 6강 탈락 위기에 몰렸다. 지난 12일 3차전에서 전자랜드가 드러낸 단점들과 KT가 보여준 장점에 대해 살펴보자.

'노장' 문태종은 지쳤다

@IMG@

체력적 한계에 이른 에이스 문태종. 그는 박상오와 송영진의 집중 마크를 3경기 연속 당했다. 3차전에서 14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차전에서의 11득점보다는 더 많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다. 그렇지만 3점슛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3점슛 시도 자체가 아예 없었던 문태종이다.

그만큼 KT의 수비진은 문태종에게 3점슛을 시도할 공간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문태종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3점슛'. 고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신들린 듯한 3점은 그만이 가진 엄청난 매력이다. 그의 매력인 3점포가 단 한 방도 시도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정규시즌 문태종이 14득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에서 3승 17패로 굉장히 부진했던 전자랜드. 지난 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그 통계는 그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5일 사이에 세 경기를 치르면서 평균 37분을 뛴 38살의 문태종. 그는 이미 박상오와 송영진의 그림자 수비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노련함으로 체력을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문태종뿐만 아니다. 1, 2차전에서 평균 33분을 뛴 노장 강혁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강혁은 1, 2차전에서 평균 12.5점을 기록했지만, 3차전에서는 극도의 난조를 보이며 6득점에 그쳤다. 2차전까지 무리해서 뛰었던 것이 3차전에 좋지 않은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강혁 또한 문태종과 마찬가지로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자랜드의 부정적인 상황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단순히 전자랜드의 핵심 선수들이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다. 내부의 문제 못지않게 외부의 문제도 커졌다. 바로 부산 KT의 분위기가 무섭게 살아난 것이다.

37득점 올린 찰스 로드

@IMG@

2차전까지 부산 KT를 이끌었던 선수는 박상오였다. 박상오는 1, 2차전에서 평균 21.5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그렇지만 3차전에서 박상오의 득점은 '0'이었다. 2점슛과 3점슛을 각각 3개씩 시도해서 모두 실패했다.

비록 공격에서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에서는 자신의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바로 전자랜드의 에이스 문태종을 팀 동료 송영진과 번갈아 가면서 성공적으로 마크한 것이다.

에이스 조성민의 맹활약. 1차전 경기 막판 슛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한 조성민. 결국 3차전 들어 에이스 본능이 폭발했다. 2차전까지 그를 막느라 녹초가 된 전자랜드의 강혁이 부진하자, 조성민은 과감하게 득점에 가담했다. 부족하다 평가 받던 어시스트도 무려 6개를 기록했다. 상대팀의 포인트가드인 신기성보다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다.

잠들어 있던 리더의 부활. KT에서 선수들을 리드해야 할 연령층의 선수로는 표명일과 조동현이 있다. 표명일은 사실상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기에, 코트에 서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조동현이 선수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그렇지만 2차전까지 조동현은 평균 3득점에 그치며 젊은 선수들에게 본을 보이는데 실패했다. 더군다나 부상까지 당하며 출장도 불투명했다. 2차전까지와는 달리, 3차전에서의 조동현의 활약은 그야말로 리더다웠다. 1쿼터에만 7점을 몰아넣으며 총 13득점을 기록했고,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 넣었다.

팀에 녹아든 찰스 로드. 40분 풀타임 출장에 37득점 13리바운드. 2점 성공률은 무려 77%였다. 2차전까지 평균 22.5점을 기록하며, 평균 29점을 기록한 상대팀 용병 허버트 힐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찰스 로드.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허버트 힐의 득점력을 23득점으로 줄인 반면, 자신은 무려 37득점을 기록했다. 전자랜드의 공격을 주도하는 문태종과 허버트 힐의 합계 점수가 37득점이었기에, 찰스 로드의 37득점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로드의 드러나는 기록도 물론 좋았지만, 내실이 있었다는 점이 KT에게는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무리한 공격 시도가 거의 없었으며, 팀 전술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줄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찰스 로드가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자, KT의 공격은 굉장히 매끄럽게 진행됐다. 2차전까지 팀을 이끌었던 박상오가 득점이 없었음에도 부산 KT가 무려 85점을 기록한 것에서 찰스 로드와 부산 KT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크게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이제 분위기는 인천 전자랜드에게서 부산 KT로 넘어갔다. 전자랜드의 주축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를 노련함으로 극복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체력적 문제는 3차전보다 3월 14일 4차전에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부산 KT는 감독도, 선수들도 신바람이 난 상태다. 전창진 감독은 전에 없던 적극적인 독려와 칭찬으로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과연 벼랑 끝에 몰린 인천 전자랜드가 주전들의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며, 4차전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BL 부산KT 인천전자랜드 문태종 전창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를 사랑하는 분들과 소중한 소통을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