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3점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는 양동근

결정적인 3점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는 양동근 ⓒ KBL


모비스와 KCC의 6강 플레이오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KCC의 우세를 점쳤다. 함지훈 복귀 이후 모비스의 상승세가 매섭긴 했지만 KCC의 높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한 모비스가 승부를 걸어야하는 외곽슛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도 KCC의 우세를 주장한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모비스의 외곽슛에 한계는 보이지 않았다. 3차전에서도 모비스의 3점포는 봇물 터지듯이 상대편 코트를 폭격했다.

울산 모비스가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3연승으로 KCC를 물리치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모비스는 1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1개의 3점포를 터뜨린 신들릿 '양궁샷'을 선보이며 79-66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모비스는 2009-2010 시즌이후 2년만에 4강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반면 KCC는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전태풍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우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전태풍이 3쿼터 들어 햄스트링 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나고, 상대의 신들린 듯한 외곽슛에 무너지며 3연패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복귀한 전태풍... 하지만 그는 완전치 않았다

모비스의 공격패턴은 1,2차전과 같았다. 레더의 1대1 공격 뒤, 그에 파생되는 외곽 공격 기회를 엿봤다. 모비스는 1쿼터에만 양동근-박구영-김동우로 이어지는 외곽 트리오가 각각 하나씩 3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KCC는 복귀한 전태풍의 1대1공격과 왓킨스, 하승진의 골밑공격이 주를 이뤘다. KCC 역시 전태풍의 복귀로 보다 원활한 패스워크가 나오면서 1,2차전에 비해 공격물꼬가 트이는 모습을 보였다. 1쿼터는 양 팀의 팽팽한 접전. KCC가 20-17, 3점차로 근소한 리드를 잡은 채 1쿼터를 마쳤다.

모비스는 2쿼터 초반 다양한 패턴으로 끊임없이 외곽 찬스를 만들어내며 KCC의 림을 공략했다. 하승진의 높이를 활용한 KCC에 대항해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박구영과 식스맨 송창용의 3점슛까지 터지며 전세를 뒤집었다. KCC도 2차전에서 침묵에 그쳤던 외곽에서 임재현, 신명호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며 쉽게 물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2쿼터 막판 동점상황. 모비스는 기선 제압의 여부가 달린 상황에서 박구영의 3점포가 터지며 리드를 가져왔다. 이어 속공과정에서 레더의 골밑 슛이 나오며 40-35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KCC는 공격에선 무난한 활약을 보이던 전태풍이 햄스트링 부상탓에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3반칙에 걸린점이 걸림돌이었다.

1,2차전에서 승부가 갈렸던 3쿼터. KCC는 3차전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3쿼터 초반, 전태풍이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며 코트에서 물러난 것이다. 모비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함지훈의 미들슛과 양동근이 상대 파울을 얻어냄과 동시에 3점슛을 성공시키며 56-48, 8점차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모비스는 수비로 승부를 걸려는 KCC를 상대로 공격제한시간 버저가 울리는 동시에 던지는 슛들을 번번히 림을 통과시키며 상대의 힘을 빼놓았고, 62-52, 두자릿수 까지 점수차를 벌리며 3쿼터를 마쳤다.

4쿼터 초반 KCC는 기회를 맞이했다. 정민수의 3점슛으로 포문을 연 KCC는 상대 공격을 잇따라 막아내며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왓킨스가 스크린 과정에서 공격자 반칙을 범했고, 모비스는 틈을 놓치지 않고 양동근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상대의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4분여를 남기고 나온 박구영과 김동욱의 릴레의 3점포는 4강행을 결정짓는 '위닝샷'이었다. 이후 별다른 위기없이 경기를 마무리한 모비스는 79-66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4강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모비스에서는 레더가 20득점 12리바운드, 양동근이 17득점 10어시스트로 각각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이번 PO에서 물오른 기량을 선보인 박구영이 3점슛 4개포함 14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반면 KCC는 1쿼터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던 전태풍이 3쿼터 들어 다시 코트에서 물러나면서, 이후 볼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거함 KCC 무너뜨린 모비스의 양궁쇼

43.2%(32/74). KCC와의 3연전 동안 기록한 모비스의 3점슛 성공률이다. 한 선수의 3점슛 성공률이 40%만 되도 상대팀 입장에선 던지기만 하면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농구계의 정설이다. 한데 팀 전체의 3점슛 성공률이 43%였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이번 시리즈 모비스 승부의 키는 상대의 높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외곽 3점슛이었다. 모비스는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레더마저 유재학 감독의 지도아래 모비스의 팀원으로 완연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철저한 패턴에 따른 스크린과 패스를 이용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으며 수차례 노마크 3점슛 기회를 만들어냈다. KCC는 결국 모비스의 외곽 공격에 대한 로테이션 수비에서 해답을 얻지 못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박구영은 3경기 동안 정확히 50%(13/26)을 기록하며 4강 PO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185cm의 단신 가드가 높이의 팀 KCC를 무너뜨린 것이다.

모비스의 3연승은 동부와의 4강 PO를 앞두고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동부의 수비는 KCC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모비스는 동부와의 4강 PO에서도 외곽슛으로 승부를 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는 KCC에 버금가는 높이(김주성-로드벤슨-윤호영)를 보유한 팀이기 때문이다. 과연 유재학 감독이 '만수'라는 별명 답게 동부의 수비를 무너뜨릴 비책을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동부와 모비스의 4강 PO는 17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시작된다.

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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