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조작 사건과 관련되어 대국민 사과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내용

경기조작 사건과 관련되어 대국민 사과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내용 ⓒ 한국야구위원회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KBO. 사과에 대한 진정성은 있었나?'

지난 5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이번에 발생한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양해영 사무총장은 사과문 낭독에 앞서 정중하게 허리 굽혀 야구팬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그보다 KBO에 무시당하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KBO가 작성했던 사과문은 야구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분명 '국민여러분께'라는 대국민 사과문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수장이라 불리는 구본능 총재는 없었다. 그리고 9개 구단 단장들 중 그 누구도 이번 경기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멘트는 한 마디도 없었다.

이번에 KBO가 발표한 사과문은 KBO라는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대표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총재도 없었고, 각 구단 단장들도 없었던 것이다.

경기조작 사건에 대한 KBO 대응 도마 위

그리고 하루 뒤인 6일 오전 KBO와 각 구단 단장들은 KBO회의실에서 2012년 제2차 실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번시즌 대회 요강을 확정했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지 딱 하루만이었다. 이미 각 구단 단장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다면 대국민 사과문을 하루정도 늦춰 각 구단 단장들과 KBO 총재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한시가 급했던 KBO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이번 경기조작 사건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KBO가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을 때는 이미 김성현 선수가 구속 된 지 4일이 지난 뒤였고 사과문을 발표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그럴 바에야 구색을 확실히 갖춰 국민들에게 사과를 구했다면 팬들의 반응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또한 경기조작 사건에 대한 KBO의 대응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처음 경기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KBO를 비롯한 야구인들은 축구나 배구와 다르게 야구에서의 경기조작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기조작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현역선수 한 명은 구속, 또 한 명은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경기조작 의혹이 인터넷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과는 다르게 KBO와 각 구단들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이미 KBO와 각 구단들은 경기조작 의혹이 터지자 각 구단별로 선수들에 대한 자진신고를 받았지만 문성현(넥센)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 되려 자진신고를 했던 문성현만이 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물론 경기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KBO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자진신고를 접수하고 혹시라도 모를 자진신고자에 대한 신변처리와 함께 경기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징계수위와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면 어땠을가.

2004년 '병풍사건'으로 홍역...총재의 대국민 사과

프로야구는 이미 2004년 이른바 '병풍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례가 있다. 당시 불법적인 병역면제 또는 이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던 51명의 선수 중 23명의 선수가 구속되었고 25명이 불구속, 3명이 미검거됐다. 당시 KBO는 51명 전원에게 잔여시즌 출장금지 및 포스트시즌 출전 금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고 향후 병역비리에 연루될 경우 영구제명 시킨다는 조항(규약 147조 개정)을 추가했다.

병풍사건 직후 당시 KBO 총재였던 박용오 총재는 병역비리 사건과 관련,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통해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8개 구단 사장들과 함께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경기조작 사건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두 명의 선수는 소속 구단으로부터 방출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KBO총재의 사과와 향후 대책마련 등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KBO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이 팬들과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프로야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기조작 대국민 사과문 병역비리 사건 한국야구위원회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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