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LG 소속의 문태영이 지난 2월 24일 홈 고별경기를 치른 데 이어, 3월 1일 서울삼성의 이승준도 홈 고별경기를 치렀다. 이제 문태영과 이승준은 3월 4일에 열리는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루고 나면, 더 이상 LG와 삼성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국 무대에서의 3년째를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귀화 혼혈 선수인 KCC의 전태풍은 그나마 소속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홈 고별 경기가 좀 더 늦춰지게 됐다.

 

지난 2009년 KBL에는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가 처음 시행됐다. 그리고 그 드래프트를 통해 KCC 전태풍, 삼성 이승준, LG 문태영, KT&G(KGC) 원하준, KTF(KT) 박태양 등이 한국 무대를 밟았다. 이 선수들의 귀화를 전제로 특별 드래프트가 만들어진 것이었고, 귀화혼혈선수는 한 팀에서 3년간 뛰면 그 다음 해부터는 무조건 팀을 옮겨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5명의 선수들 중 원하준과 박태양은 한국문화 적응에 실패하며 첫 시즌을 치루고 돌아간 뒤 국내 입국을 미룸으로서, 5년간의 자격정지를 당했다. 그리고 1년 뒤에 열린 2010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문태영의 친형인 문태종이 전자랜드에 선택을 받으며 한국 무대에 입성했다.

 

문태종의 합류로, 귀화혼혈선수를 영입한 팀은 총 6개 팀이 됐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그동안 귀화혼혈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던 오리온스와 SK, 동부, 모비스 등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다. 팀은 4팀이지만, 선수는 3명이기에, 한 팀은 이번에도 영입에 실패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귀화혼혈선수 영입에 실패하는 팀은 다음 시즌에 3년을 채우게 되는 전자랜드의 문태종을 데리고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리온스 윌리엄스와 삼성 이승준

오리온스 윌리엄스와 삼성 이승준 ⓒ KBL

앞으로 수준급 귀화혼혈선수가 새롭게 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다음 시즌의 문태종까지 새로운 팀을 찾게 된다면, KBL 10개팀 모두가 한 번씩 귀화 혼혈 선수를 영입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귀화혼혈선수 제도를 도입할 때, 팀들 간의 평준화를 위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 선수들을 3년간 각 팀이 '돌려'쓰기로 했던 그 취지가 정확히 달성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새로운 팀으로 옮겨야 하는 3명의 선수들의 3년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전태풍은 한국 나이로 33살, 이승준과 문태영은 35살이다. 38살인 문태종이 지금까지도 KBL에서 탑클래스급 능력을 선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전태풍과 이승준, 문태영 등은 지금으로부터 3년 뒤에도 어느 정도 수준급 능력을 선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즌 올스타전에서 문태종은 4만8660표로 전체 3위, 이승준은 4만7056표로 전체 4위, 전태풍은 4만1360표로 전체 5위, 문태영은 2만9827표로 전체 10위를 차지했다. KBL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10명의 선수들 중, 귀화혼혈선수 4명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귀화혼혈선수들이 KBL에 합류한 이후, KBL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커졌다.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순수 국내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플레이에 환호했고,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있다. 바로 여기까지는 KBL이 노렸던 긍정의 측면이었다.

 

그렇지만 귀화혼혈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 숨겨져 있던 부정적인 측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이번 시즌 안에 귀화 혼혈 선수 제도의 개선에 대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에, 전태풍과 문태영, 이승준의 소속 팀이 옮겨지는 것은 변화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3년 뒤다.

 

 슛을 시도하는 문태영

슛을 시도하는 문태영 ⓒ KBL

3년 뒤를 생각한다면, 그 3년이 지나기 전에 새로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KBL이다. 만약 혹시라도 전태풍이나 문태영, 이승준 등이 한꺼번에 원하준, 박태양처럼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한국 입국을 거부한다면? 귀화혼혈선수 규정이 차별이라고 말하며 한국 무대 복귀를 거절한다면?

 

KBL의 조건은 '귀화'였다. 그리고 한국 무대를 밟은 이 선수들은 모두 귀화를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KBL의 조건을 받아들인 그들에게서 차별이란 표현이 나오는 것은, 분명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3년 뒤에도 규정에 대한 변경이 없다면, 이 선수들은 정확히 3년 뒤에 있을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새로운 소속 팀의 팬들과 다시금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팀을 찾아서 또다시 소속 팀을 옮겨야 한다.

 

역대 정규리그 최단경기 100만 관중 달성과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까지 달성한 이번 시즌의 KBL. 제대로 된 규정과 행정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신기록 행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마감될 수도 있다. 당장의 지금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2.03.02 10:23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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